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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과 세종로 ; 광화문 광장이 문화광장으로 태어나려면
  • 환경과조경 2008년 2월

세종로는 육조거리이었다

도시에서는 그 도시의 상징 공간, 상징축, 건물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 상징공간은 가로일 수 있고, 광장 또는 건물일 수 있다. 도시는 저마다의 빛깔과 향기를 가진 상징물이 필요하다. 서울의 기념비적 거리는 광화문 앞의 세종로로 보아야 옳을 것이다.

광화문 광장은 힘, 활력, 혁신, 권위를 상징하고 있다. 세종로는 지난 600년간 왕과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호령해 온 거리이다. 이곳은 행정, 정치, 경제의 중심지이다. 세종로는 관가로서 주제(主制)에 따라 광로로 건설되었고, 비록 도로의 포장은 되어있지 않았지만 토질이 좋아서 우마차가 통행하는데 큰 불편이 없었다고 한다.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라는 육조가 세종로 좌우에 떡 버티고 서 있었다. 왕들이 궁궐 밖을 행차하면서 으레 이 육조거리를 지나갔다. 현재의 광화문 앞 거리는 정도전이 설계한 주작대로의 방향에서 약간 빗나가 있다. 일제가 조선총독부 건물을 지으면서 세종로의 방향을 관악산이 아닌 남산으로 틀어버린 것이다. 당시 남산에는 일제의 신사(神社)인 조선 신궁이 있었다.

 


현재는 후진적 교통체계가 판치는 광화문 거리

거리는 시민들에게 문화, 정서, 역사, 상상력을 자극하는 최선의 장소적 매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리는 시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어야 하며 누구나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세종로는 그렇지 못하다. 우선 폭 100m, 길이 600m의 공간은 시민들에게 위협감을 준다. 한마디로 공포의 대상이다. 이 길을 건너려면 컴컴하고 스산하기 이를 데 없는 지하도의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차로로 둘러싸인 광화문은 광화문과 도심 간의 맥을 끊어놓고 있다. 광화문의 정문으로 가려면 우선 방황하기 일쑤다. 광화문 앞에는 횡단보도라는 것을 눈을 비비고 보아도 없다. 자동차만 쌩쌩 지나가는 황량하기 그지없는 광장이다.

서울 최대의 후진성은 사람과 자동차의 대접이 거꾸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세종로와 같은 10차로 이상의 차량소통 위주의 도로는 외국도시에서는 보기 힘들다. 모든 교차로에서 횡단보도 신호등이 20초도 채 되지 않아 깜박깜박 거린다. 길 건너는 시민들은 횡단보도에서 마구 뛰어야만 한다. 세종로는 오랫동안 자동차에 의해 짓밟혀 왔다, 그래서 보행자가 철저히 무시되어 온 것이다. 비인간적인 도시계획의 대표적인 예다. 보행자와 같은 약자를 배려하고 보호하려는 노력이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유럽도시의 선진성에 비하면 형편없는 일이다. 거리에서 사람의 자존심과 인간에 대한 존중을 지키려는 유럽도시의 도시 교통정책에 높은 평가를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세종로를 보면 도로와 자동차 이외의 것들은 무시해도 된다는 의식이 그동안 얼마나 철저히 우리들에게 자리 잡아왔는지 알 수 있다.


원제무 Jaimu 
한양대 도시대학원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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