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공공디자인, 도시디자인, 경관, 유비쿼터스, 도시재생, 창조도시(creative city) 등에 관한 말들이 많이 회자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국가를 비롯하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공공디자인과, 도시디자인과, 정책프로젝트팀, 미래전략팀 등 기존 부서의 명칭과는 다른 부서들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도심재창조사업, 한강르네상스사업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디자인서울총괄본부의 설치 등으로 전국지자체에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도심재창조사업의 하나인 광화문광장 조성은 문화재청의 광화문복원사업과 더불어 4대문안에서도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공간 중 하나라는 점에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광화문광장과 세종로의 옛 모습과 상징성
역사적 상징성이 가장 강한 공간인 광화문광장과 세종로 일대는 현재도 그 역사적 맥락을 유지하고 있다. 즉, 조선시대에 세종로 양측에 6조를 비롯한 관청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현재도 문화관광부, 행정자치부 등 중앙부처가 자리를 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세종로는 도로 폭 100m, 길이 600m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도로이다.
조선왕조시대를 열었던 태조가 개경으로부터 현재의 자리로 옮길 때 적용된 것은 풍수지리와 음양오행사상이었는데, 이는 중국, 일본 등의 도성계획원리인 주례고공기(周禮考工記)를 따르지 않음으로써 오늘날 서울 중심부의 공간형태가 결정되는 바탕이 되었다. 궁궐과 시장, 종묘사직의 배치는 주례고공기를 따랐으며, 도로의 형태는 풍수지리설에 의한 정자형(丁字形)의 형태를 취했다.
동양도시에서의 상징성은 궁궐을 중심으로 한 중심기능의 배치와 관계되는데, 소위 지배계층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인위적 계획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심축과 대칭이 그 특징으로, 우리나라는 경복궁을 바라보고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어도(御道)인 세종로 →광화문 → 화홍문 → 근정전 → 교태전을 주축으로 하여 각종 대문과 궁전들이 이 주축을 중심으로 대칭하여 배치되어 있다.세종로의 끝에는 오늘날 광화문 사거리라고 부르는 황토마루(黃土峴)가 있고, 이곳을 중심으로 동서의 가로를 두어 성곽과 만나는 장소에 동대문과 서대문을 내었다. 황토마루는 한자어에서 알 수 있듯이 지형이 볼록 올라와 있는 ‘고개’이므로 당시의 공간적 형태를 짐작하게 한다.
1395년에 약 35m에 해당하는 도로폭 20간間의 세종로가 형성되고, 도성축조령(都城築造令)에 의해 내사산을 잇는 5만천척의 성곽 건설이 시작된다. 이렇게 경복궁과 세종로를 중심으로 4대문안 공간의 기본 골격이 형성되어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에서의 세종로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은 약 250억원이 투입되는 도심재창조프로젝트의 주요 사업중 하나로, 역사·문화와 첨단기술이 공존하는 광장 조성을 목적으로, 현재 16차선의 차도를 10차선으로 축소하고 광화문역과 연결하는 것으로 2009년 6월을 완공목표로 삼고 있다. 사업내용을 보면 다양한 주제를 갖는 6개 구역으로 나누어 가로포장의 정비, 잔디밭 조성, 친수공간(분수 및 수로) 조성, 조명 등을 이용한 볼거리 제공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조성사업은 차로로만 이용되던 세종로를 시민이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경복궁과 북악산이 어우러지는 자연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육조거리 복원을 통한 역사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그리고 이 사업이 갖는 기대효과로는 육조거리 회복을 통한 국가상징가로조성으로 민족 자긍심 고취, 1천2백만 관광객 유인이라는 서울시정 목표의 달성, 광화문 - 청계천 - 서울광장 - 숭례문광장으로 이어지는 보행연계축 구축을 통한 보행환경의 개선, 시민참여 기회 제공을 통한 열린 행정 구현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반면 그간 세종로를 중심으로 한 몇 번의 계획과 토론 등이 있었는데, 주된 논점은 광화문과 세종로는 역사·문화 관점에서 국가상징 공간으로서의 성격을 갖도록 복원하고, 세종로 주변 주요 역사공간(정동, 인사동, 종로 피맛골, 사직단, 국군기무사, 삼청천 복원 등)을 연계하도록 한 후에 교통체계 정비의 실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행정중심복합도시 조성 후, 문화관광부 등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고려해야하며, 문화공지(文化空地)로 비워두고자 하는 것도 있었다. 이처럼 세종로는 상당한 논쟁을 이끌어낼 정도로 중요한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오민근
문화관광부 지역문화팀 전문위원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