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길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한숨이 길어지고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들이 쏟아져 조경분야에게는 많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결국 모든 조경업체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님을 실감하고 있다는 평도 있다. 부도사태가 현실화 되고 있고, 청년 실업 문제도 큰 일이다. 물론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가 겪고 있는 현상이다.
생각보다 심각한 글로벌 경제위기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고가 높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무역통계 수출입총괄(한국무역협회 DB) 자료를 분석해 보면, 지난 2008년 10월부터 수출 감소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2008년 11월은 -19.5%, 2008년 12월은 -17.9%, 2009년 1월은 -33.8%의 마이너스 기록을 보이며,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월별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7년 9월을 제외하면 200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며, 올해 1월의 수출 규모는 2004 ~ 2005년으로 후퇴한 수준이다. 물론 이런 급격한 수출 감소는 세계경기 둔화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급격하게 전세계의 금융위기로 확대되었고, 실물경제로 전이되더니, 어느새 바다 건너 대한민국의 안방에까지 침투하여 우리 이웃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경기부양책, 기회는 있는가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이미 위축된 경제활동으로 소비가 줄고, 생산이 줄고, 일자리가 줄어들고, 다시 소비가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지난 2월 실업률이 8%를 넘어서면서 지난 사반세기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없이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확산되고 있다.
물론 세계 각국의 정부는 이번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매우 파격적인 정책들과 물량을 투입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은 지난 2월 7,87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하였으며, 시행한지 얼마되지도 않아서 또다시 추가 부양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4년간 50조원을 투입하는 녹색뉴딜사업을 올초에 발표하였다. 녹색뉴딜은 녹색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취지이다. 이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4대강 살리기 및 주변 정비사업으로 50조원 중 18조원이 투입이 될 예정이며, 그 외 녹색 교통망 구축 사업에 11조원, 산림바이오매스에 3조 3천억, 쾌적한 녹색 생활공간 조성에 7천억 등이 투입될 예정이다. 게다가 적지않은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하여 조기 집행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빠른 불황 탈출을 위해서 극한 처방들이 총 동원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관발주 기대감, 수주 대상 다변화 필요
설계업체는 정부의 조기 발주 정책에 따라 지난 몇 달동안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기 집행이 공무원들의 실적이라고 하니, 자금 결제도 매우 신속하다. 주로 공공기관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설계업체는 일도 많고, 자금 회전도 좋아 사정이 비교적 좋은 상황이다.
조경시공업체도 생각보다 상황이 좋은 업체가 많다. 조기 발주를 위해 담당 공무원이 대략적으로 설계는 하고 직접 공사를 발주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과열 발주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규모가 큰 프로젝트의 경우 절대적인 설계기간이 필요하므로 시공분야의 관발주 기대감은 아직 잠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로서는 건설사들의 신규 아파트 건설이 중단되어 민간건설이 크게 위축되면서 민간쪽 조경공사의 수주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업체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민간공사 위주로 해온 업체들의 경우는 관발주 공사에도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하며, 건설사 등 특정 민간업체에 너무 의존적인 업체의 경우도 수주 대상을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충고가 많다. 하지만 기존 민간건설 위주의 업체가 관발주 공사를 수주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문제도 있다.
체질 개선의 계기 되어야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경쟁력이 있는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 사이의 간극이 더 두드러진다. 그래서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은 경기 불황기에 오히려 투자를 확대하고, 경영 혁신 등을 통해 기업 체질을 개선하는 적기로 판단한다. 불황을 잘 극복하여 생존하는 경우, 기업의 체질 개선은 물론, 시장에서의 독점력이 더욱 강화된다는 점에서, 많은 업체들은 불황기를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한다.
실제 불황기에 쏟아져 나온 우수한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인재 채용도 늘리고, 적극적인 투자로 기술 개발과 생산비 절감을 이루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한 업체의 경우, 다시 호황기를 맞으면서 매우 소극적인 대응을 해왔던 경쟁 기업들을 쉽게 따돌리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경기가 좋을 때 불황을 준비하라는 말이 있듯, 매우 영세한 업체들이나 방만한 운영을 해온 기업의 경우는 이러한 불황기에서의 대응이 그리 쉽지가 않다. 그래서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높으며, 또한 이러한 현상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상생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자
불황이 길어지거나,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특정 산업분야의 몰락이나 국가 경제 파탄이라는 위험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그래서, 상생을 위해 공동의 지혜를 발휘할 필요성도 있다.
조경분야도 공동 모색의 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위기 극복만이 아니라 대량 발주되는 조경 관련 사업들을 통해 어떻게 조경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할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