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환경과 조경’사로부터 ‘조경과 사진’이라는 주제의 원고를 청탁 받고서 잠시 당황했다. 나는 이렇다할 ‘프로 사진가’도 아니고, 오프라인에 작품을 내어본 것이라고 해봐야 대학교 때 사진 동아리 전시회, 어느 조경회사 사보 표지사진으로 한번, 그리고 몇 년전 모 음악가의 앨범에 사진 몇 점을 내 본 것이 모두인 순수한 ‘아마추어 사진가’이기 때문이다. 어쩌다보니 ‘조경인’과 ‘아마추어 사진가’라는 두 부류의 공통 분모에 속하여 이렇게 원고청탁을 받은 것이겠거니 생각을 하며 일단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진’과 평생 업으로 생각하는 ‘조경’에 대해, 한번은 글로 정리해 보고픈 욕심도 평소에 갖고 있었기에 원고청탁을 수락했다.
디지털 카메라가 널리 보급되면서 소위 ‘사진인구’는 우리 주위에 급속히 늘고 있다. 오늘도 모처럼 두 아들과 함께 집 앞 양재시민의 숲과 양재천에 카메라를 챙겨 들고 산책을 나가게 되었는데, 길에서 만난 ‘카메라족’들이 10대부터 40대까지 적어도 수백명은 넘는 듯 했다. 젊은 사람들은 조그마한 포인트 앤 슛 카메라(Point and Shoot camera)이든 아니면 소위 말하는 대포렌즈(대구경 줌 망원렌즈)를 단 DSLR이든 간에 거의 모두가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하지만 기억에 필카 - 필름카메라 - 를 들고 있었던 사람은 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조경을 하는 사람들은 카메라 한두 대 없는 사람이 없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남달리 사진을 좋아하고 또 곧잘 찍는 분도 많으신 것 같다. 내가 알기로는 사진에 있어서 건축인들보다 훨씬 잘 찍고 관심도 많이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사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찍고 있는 현실에서 굳이 사진 이야기를 들고 나온다는 것도 참으로 머쓱하지만, 이런 저런 수없이 많이 쏟아져 나온 사진 서적들은 저만치 제쳐두고, 가능한 바로 지금 나의 머릿속을 맴도는 사진과 조경에 대한 이야기를 두서없이 적어나가고자 하니 혹시 불합리하거나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걱정도 앞선다. 너그러이 읽고 넘겨주시길 바란다.
먼저 화두를 디카의 보급과 함께 갑자기 늘어난 사진인구로 꺼내 보고자 한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손에 손에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일까?
첫째로, 필카에 비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디카의 편리성 때문이다. 예전 필카시대에는 카메라가 비싸기도 했고, 비싼 필름을 사서 노출도 초점도(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정확히 맞추면서 촬영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현상하고 작품으로 인화한다는 것이(그것이 흑백이든, 컬러이든간에) 번거롭고, 어려운 일이어서 ‘전문적’인 분야였다. 그러나, 그 모든 불편함과 어려움을 ‘디카’의 출현이 쉽게 바꾸어 버렸다. 찍은 사진을 바로 그 자리에서 확인하고, 노출이나 초점이 나갔을 경우에는 다시 촬영하고, 찍은 사진을 자신의 컴퓨터에 띄어 볼 수도 있고, 또한 간단한 수정을 통하여 여러 가지 효과를 나타내는 것도 너무나 쉬워졌다. 소위 들고 향하고 찍기만 하면 누구든 사진사가 될 수 있게 만들어 버린 듯 하다.
둘째로, 삶의 수준이 향상과 함께 자기 표현의 욕구가 점점 강해져 가는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생각이다. 그 어떤 예술 장르도 ‘사진’ 만큼 만만하게 달려 들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인다. 누구든 카메라를 사서 자신이 담고 싶은 사물을 담기만 하면 된다. 세상에 예술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예술가로서 취급을 받지는 못하는 것처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자신만의 작품을 찍는다고 모두 사진가이고 예술가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예술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자기표현(또는 자아실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위 두 가지가 근래 갑자기 늘어나게 된 사진인구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사족같지만 오히려 근래 웹상의 사진동호회들의 흐름을 보면 디카를 통해 사진에 빠지게 되고, 나중에는 스스로 다시 필카로 전향하게 되는 ‘진지한 아마추어 사진가’들도 많아지고 있다.
글·사진_이학준
(주)대우건설 상품개발팀 과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