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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이 만들어낸 장애도시
  • 환경과조경 2006년 9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
흔히 우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의학적으로 구분하여 평균적인 의학적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장애인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는 신체적, 지능적 차이가 아니라 장애물을 만나면 비장애인은 다소 불편하다고 느끼지만 장애인은 스스로의 힘으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비장애인에게는 장애물이 이용에 불편한 것이지만 장애인에게는 이용이 불가능한 장벽이 된다. 따라서 나는 장애가 사람의 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환경 즉 우리도시나 건축물 속에 있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일상적인 생활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람 몸에 있는 의학적인 장애가 아니라 장애를 지닌 사람이 비장애인과 대등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도시 속의 각종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도시속의 장애물 가운데 대표적인 장애물이 가로수와 불규칙한 조경용 화단이다. 도시의 경관을 개선하고 보행자에게 걷는 즐거움을 주기위한 조경이 불편을 넘어 좌절을 겪게 만든다는 것을 대부분의 조경 관계자들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실제 최근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청계천은 보행 장애인에게는 장애물 경주장과 같다.

보행자가 차량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행하도록 지원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보도가 가로수를 위한 화단으로 밖에는 역할을 못하도록 되어있다.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조경수 사이를 빠져 나갈 수 있겠는가는 불문에 붙이더라도, 만약 맹인이 이 길에 들어서게 되면 장애물의 정글을 지나는 것과 같을 것이고, 장애를 겪지 않는 보행자 조차도 서로 교행을 할 경우에는 차도로 내려서지 않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보도를 차지하고 있는 나무도 보도블록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물의 양으로는 부족하여 조금만 가뭄이 들어도 물을 부어주어야 하고 사진에서와 같이 척박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영양제주머니를 인간이 병원에서처럼 달고 서 있는 모습이 사람과 조경수 모두에게 억지를 쓰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장애물의 정글
우리 도시의 보도를 보면 보행자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장애물의 집합장이라고 착각할 때가 많다. 도시에 필요한 시설물을 설치할 때 보도가 마치 이들을 위해 마련된 빈 공간으로 판단하고 각종 시설물을 아무렇게나 마음대로 올려다 놓는 곳으로 인식되는 듯 하다. 심지어는 건강한 토양 속에 뿌리박고 있어야할 아파트 단지의 가로수까지도 예외 없이 보도 한가운데 심겨져 있다. 도심에서처럼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매우 당연한 것처럼 옆에 있는 화단을 두고 나무가 보도 가운데로 내려와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나무를 피해 차도로 다니고 안전한 보도위에는 나무들이 버티고 서 있는 지경이 된다.
가로수 외에도 차량출입 방지를 위해 어지럽게 설치한 볼-라드(bollard), 지하철 출입구와 급·배기구, 상품진열대, 전봇대, 간판, 쓰레기통, 전기 및 통신 분전함, 가로등, 신호등외에도 각종 가로 구조물 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여기에 불법으로 주차한 차량과 자전거, 오토바이 등까지 뒤엉켜 있는 보도는 보행을 가로막는 장애물정글이지 더 이상 보행자를 위한 공간이 아닌 경우가 많다.


장애물을 없애는 것이 편의시설을 만드는 것보다 우선
이러한 장애물을 만나지 않고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장애물 없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장애물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의 편의시설을 함께 만들어 편의를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동에 장애가 되는 장애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편의 증진이다. 만들어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장애물이 없도록 비워진 보행안전통로가 연속되도록 만들면 이것이 가장 좋은 무장애 도시가 된다.


장애물 존을 만들자

자전거도로가 많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전거가 장애물이 있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도에 장애물이 가장 적은 곳으로 피해 가며 자전거 도로를 이어 간다. 그러다보니 사람은 항상 매끈한 차도와 막힘없는 자전거 도로를 뺀 나머지 도로로 다니게 된다. 대부분은 장애물로 가득 찬 보도를 곡예를 하듯이 장애물을 피해서 다닌다. 비장애인도 다니기에 불가능한 길을 어떻게 장애인이 오늘도 무사하기를 기도하며 다닐 수 있겠는가?
왜 가장 보호받아야할 보행자가 가장 위험을 무릅쓰고 다녀야 하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보행자에게 안전하게 길을 갈 수 있는 권리를 찾아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물을 보도와 차도의 사이에 모아서 설치하는 장애물 영역을 별도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장애물이 무장애 공간을 침범하지 않도록 장애물의 존을 엄격히 지키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나무와 화훼도 이곳을 벋어나지 않도록 심어야 한다. 외곽도로의 도로변 경사면에 있으면 더 건강할 가로수를 더 이상 보도위로 가져와 심어 보도를 장애물 존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강병근 
건국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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