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스위스는 기독교 국가이지만 화장률이 70% 이상을 상회하는 화장 위주의 장묘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화장 이후의 유골은 아름답게 꽃밭으로 가꾸어진 묘지시설 내 묻는 방식으로 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1999년부터 산림 내 나무 옆에 화장한 유골을 묻고 고인을 기리는 수목장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장묘문화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목장의 창안
수목장은 정부가 아닌 한 개인의 아이디어에 의해 시작되었다. 수목장을 처음 창안한 사람은 윌리 자우터(Ueli Sauter)씨 이다. 그는 현재 수목장을 운영하는 프리드발트(Friedwald)사의 사장이기도 하다. 전기기술사 출신인 자우터는 1993년 동종업자인 영국인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수목장을 창안했다. 영국인 친구 마이클(사망 당시 58세)은 죽음을 앞두고 “내가 죽으면 친구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스위스에 묻어다오.”라는 요지의 편지를 자우터에게 보내왔다. 자우터는 친구의 유언을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였고, 친구의 화장한 골분을 나무 밑에 뿌리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골분을 나무 밑에 뿌리면 나무의 거름이 돼 친구와 나무가 영원히 상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친구의 골분을 마메른 뒷동산 나무 밑에 뿌렸다. 이것이 산림형 수목장의 시작이다. 이후 수목장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이 높자 자우터는 1999년 스위스와 유럽 일부 나라에서 ‘프리드발트’ 상표와 수목장림 관리 및 운영기술에 대해 특허를 받아냈다.
초기에는 새로이 나무를 심어 수목장을 시행하였으나, 수목장 시행과정의 경험에 의하여 기존의 나무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으로 개념을 변경했다. 새로이 식재하는 경우는 11월과 4월 사이에만 가능했고 나무가 고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반현황
스위스의 수목장은 도입 초기에 일부 지식인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으나, 산림훼손을 방지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제도로 인식되고, 고인과 나무가 하나가 되는 상징적인 측면이 받아들여지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골분이 묻힌 산지의 관리를 영림서에서 해주고 고인이 묻힌 곳에 대한 영속성 보장에 따른 사후관리에 대한 신뢰감으로 수목장림 이용을 희망하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수목장림은 빠르게 확산되어 현재 스위스에는 전국 26개 주에서 55곳의 수목장림이 운영되고 있다. 수목장이 도입된지 불과 7년여만의 엄청난 확산 속도이다.
조성형태
수목장림의 규모는 2~3ha 정도의 소규모이며, 수종은 참나무, 단풍나무, 물푸레나무, 가문비나무 등 다양하며, 나무의 크기도 사람 크기만한 어린나무에서 20m 이상의 큰 나무까지 다양하다. 스위스 사람들은 수목장을 하기 전에 50% 이상이 추모목을 생전에 구입한다.
수목장림의 형태도 다양하다. 바인펠덴(Weinfelden) 수목장림은 울창한 숲에 조성되어 있다. 부흐(Buch) 지역의 수목장림의 경우는 아름다운 정원에 조성되어 있고, 테게르빌렌(Tagerwilen) 수목장림은 어린나무나 잡목으로 조성된 동산을 활용하고 있다.
스위스의 수목장은 철저하게 자연 그대로를 원칙으로 조성되어, 수목장림에는 산림을 해칠 수 있는 건축물이나 안내표지판 등 어떠한 시설물도 설치하지 않고 있다. 추모목의 위치를 표시한 직경 5cm의 동그란 하얀 페인트와 기호가 표시의 전부이다. 또한 유골을 묻을 경우에도 별도의 유골함 없이 분골한 유골을 나무 밑에 30~ 40cm 구덩이를 파고 그대로 묻는다. 때문에 묘지라는 인상을 전혀 주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숲으로 인식되어 수목장 조성에 대해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없다.
운영 및 관리
수목장은 개인 관리회사인 프리드발트사가 산주와 지방정부로부터 산림의 사용허가를 받아 추모목을 사용자에게 판 뒤 이를 관리하고 수익금의 일부를 산주와 지방정부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산림 자체의 관리는 정부기관인 영림서가 하고 관리비용도 지자체의 예산으로 충당한다. 수목장이 묘지가 아닌 산림임을 보여주는 측면이다.
프리드발트사는 추모목을 99년간 관리해 주며 유가족들은 프리드발트사와 공증을 통해 권리를 보장받는다. 이 기간 동안 산주나 지방정부는 추모목을 베거나 파는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 프리드발트사는 추모목의 위치를 기록으로 남겨, 산불에 의해 훼손되거나 고사했을 때 복원해야 하는 책임을 진다. 추모목은 한 나무에 한 사람부터 가족 10인까지 묻힐 수 있는 가족추모목, 10여 개의 친구나 지인의 골문을 묻는 친지추모목,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묻히는 공동추모목이 있다.
변우혁 Byun, Woo Hyeok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