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복원공사는 잘 알다시피 턴키공사로 발주되어 설계,시공되고 있다. 입찰공고에서 제시된 기본계획의 방향을 기초로 작성한 기본설계의 심사결과에 따라 실시설계 적격자로 선정된 시공업체가 주관이 되어 설계를 수행, 시공까지 전담하는 시스템이다. 일괄책임, 최적대안선정, 신기술개발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복원현장에서 실제로 경험하고 느끼는 턴키시스템은 책임설계시공과는 거리가 다소 먼 느낌이다. 설계의 중간보고과정에 수없이 반복?지적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최종 제출된 설계도서는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시공업체 또한 사전준비소홀로 적기시공이 안되는 것은 물론 재시공이 다반사로 발생하였다. 그 결과 준공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시공품질에 대한 개선여지가 많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반적으로 공사의 품질을 좌우하는 요인으로는 경영요인(경영자의 관심, 시공업체의 경영상태, 본사의 현장지원 등), 공급요인(자재공급, 노무인력공급, 자재품질 등), 공사일반요인(공사기간, 공사금액, 낙찰율, 하도급선정 등), 공사인력요인(감독관, 감리원, 도급자 및 하도급자의 현장직원, 시공인부 등), 현장요인(시공조건, 선행공정과의 협조, 기상조건 등), 품질관리규정요인 등을 들 수 있는데, 시공품질이라 함은 결국 이들 요인의 종합적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아래 내용은 청계천복원현장에서 경험한 조경분야의 설계, 시공, 감리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가감없이 정리하여 발전의 계기로 삼고자 한 것이다.
설계분야
조경공사의 시공품질도 여타 건설공사와 마찬가지로 설계, 시공, 관리 등의 질적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데, 시공 이전단계에 이루어지는 시공방법이나 시공재료를 결정짓는 설계도면과 이의 세부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공사시방서가 시공품질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시공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환경공간에 대한 1)장소적 이해가 수반되지 않는, 2)기초공학과 자연 및 환경인자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3)경험과 기술력을 겸비하지 못한 설계에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물론 시공품질이 설계도면이나 공사시방서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각적 현장 대처능력에 의존하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친화적 공간연출을 위한 과학적이고 전문화된 치밀한 계획 및 설계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시공과정에 있어서 실시설계의 부분적 보완(설계변경)은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공종의 주요부분에 오류가 발생해서는 곤란하다.
가로수 수형과 식재지반조성
청계천복원구간에는 상가측에 느티나무와 회화나무 650여주, 천변에 이팝나무 1,500여주가 설계되어 있다. 가로수는 청계천의 가로경관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이므로 청계천이라는 장소적 특성을 인식했더라면 다음과 같은 내용에 대해서 좀더 고민했어야 했다. 먼저, 수형기준의 제시가 미흡하다. 물론 수형의 규격화, 계량화가 곤란한 점은 인정하나, 판단에 있어 주관성을 배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은 공사시방서에 제시되어야 한다. 이팝나무의 경우 가로수로서의 기본적인 수형확보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일반적 기준인 수고와 근원직경만 제시하였다. 이들 기준만으로는 실질적인 수목품질을 가늠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주관성의 개입여지가 많고, 같은 규격이라도 품질차이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발주처가 원하는 수준의 상품으로 현장에 반입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차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설계자가 공사시방서를 작성할 때에 시공품질의 수준을 고려한 정확한 기준제시를 해야 한다.
그리고, 도심구간에는 각종 지장물들이 지하에 매설되어 있기 때문에 식재지반조성을 위하여 외곽지역보다 더 철저하게 지하매설물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몇 그루 정도의 부분적인 변경정도야 이해할 수 있지만 각종 지장물 등으로 인해 20~30%가 식재불가능하다면 그것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가로경관계획의 전반적인 설계개념이 왜곡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식재를 한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생육이 곤란하다.
한편, 현장여건을 충분히 고려한 공법적용이 미흡하다. 그 적용에 있어서는 사전 충분한 기술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단순하게 기능이나 디자인의 우수성만을 고려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천변의 이팝나무가로수는 대부분이 인공지반인 복개슬래브 밑의 컨테이너박스에 식재하도록 설계하였는데, 요즘 장애인단체 등으로부터 원성이 높은 것처럼 보도폭이 좁기 때문에(사실 이팝나무 식재지는 보도가 아닌 유지관리 또는 유사시 안전을 위한 임시공간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며, 주변지역의 재개발이 추진되면 현재의 차도측으로 폭이 확장될 계획이다) 보행과 도심구간의 가로경관을 고려하여 지주목을 지중의 당김줄 형식으로 결정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식재박스의 지반이 인공토양의 성토지역이기 때문에 충분한 지반침하를 고려해야 하고, 차량통행이 빈번한 인공구조물의 차도변은 진동 또한 고려대상이다. 시공과정에 이러한 문제점이 도출되어 설계를 변경하여 일반적인 지상노출 지주목으로 시공하였다.
또한, 설계재료에 대한 수급관계를 충분하게 고려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이팝나무는 식생에 있어서 청계천복원의 대표적인 상징성을 갖고 있다. 선정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설계에 반영하고자 했을 때는 전국의 이팝나무 재배현황과 수형실태에 대한 사전조사가 이루어지고, 수급이 가능하다면 목표로 하는 수형의 기준을 도면과 공사시방서에 제시해야 한다.
수경시설
청계천복원구간에는 하천의 유지용수를 이용한 벽천, 분수 등 다양한 수경관 연출을 시도하고 있다. 기계와 역학을 기초로 하는 분수의 경우에는 조경설계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분수전문회사에 설계를 전담시키고 있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다. 그렇지만 분수설계도 엄연히 조경설계의 구성요소이므로 도면이나 공사시방서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설령 분수설계자에게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설계에 관한 최종책임은 조경설계자에게 있는 것이므로 전문이 아닐수록 더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먼저 배관설계에 있어 바이패스관의 누락이다. 기계수리나 청소 등을 위한 일시적인 가동중단의 경우에도 청계천의 특성상 저수로의 유지용수는 계속해서 공급해야 하는데 이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
그리고 저수로상의 고사분수나 벽천의 워터스크린의 경우에는 시공을 할 수 있는 상세도면이 미비했다. 펌프실의 위치표시도 없고 시공깊이 등 구체적인 제원표시도 누락되어 있다. 또한 조감도와 도면의 상이처리, 하천분수의 노즐 보호벽체 누락, 수조 상세시공도 누락 등전반적인 보완이 필요하였다.
설계가 미비한 원인은 전기,기계시설이 혼합된 수경시설설계의 경우 분수설계자에게 전담시킨 결과, 처음부터 설계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내용을 검토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책임기술자가 설계내용을 전반적으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경력이 짧은 조경기사에게 설계검토를 맡기고 책임기술자는 형식적인 검토만 했기 때문이다.
이 용 태 Lee, Yong Tae
서울특별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 공사3담당관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