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게도 아름다웠던 청계천은 이미 천이 아니었다. 도대체 사람의 천은 찾을 수 없었다. 청계천이 6.25이후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게 된다. 가난한 사람들의 무허가 판자촌이 들어서고, 쓰레기와 오물이 마구 버려지는 오염된 천으로 변하게 되었다. 도시의 얼굴인 도심하천과 그 주변 환경이 불량해지자 서울시에서는 빈민촌도 정비하고 도시의 교통문제도 해결한다는 의도에서 청계천 복개공사를 계획하였다.
청계천복개공사는 1958년부터 1961년까지 4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 공사로 청계천은 하천에서 하수로로 변하게 된 것이다. 근사했던 천변이 가장 흉한 길로 변했다. 이 천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가려진 채 오랫동안 썩은 물만 내려가고 있었다.
청계천을 복개하고 그 위에 도로를 건설했지만, 늘어나는 교통량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러 안이 검토된 후에 청계천 위에 고가도로를 건설하는 안이 채택되었다. 이 고가도로 공사는 1967년에 시작이 되어 무려 13년이 지난 1979년이 되어서야 끝났다. 고가도로건설로 인해 도심의 교통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다. 지상도로와 고가도로가 지나가고 주상복합건물, 종합상가, 공구상 등이 들어서면서 인근 지역은 빈민촌에서 거대상권으로 변했다. 그러다가 청계천복원으로 이제 서울의 600년 역사성이 회복되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40년 동안 강북의 경제를 이끌어 왔던 청계천지역이기에 교통량도 하루 17만대 이상의 차량이 들락날락하던 곳이었다. 이는 시간당으로 따질 때 약 1만5천대의 차량으로 엄청난 교통량이다. 청계천 복원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때 복원공사 중 이 많은 차량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서울시와 시민들의 관심과 걱정거리였었다. 서울시는 수시로 청계천복원공사 중에 시민들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고 홍보해 왔다.
서울시가 내 놓았던 청계천 복원공사 중 교통종합대책은 크게 4가지였었다. 그 내용은 첫째, 도심 및 진입도로의 소통능력향상, 둘째, 도심유입 교통량의 분산, 셋째, 대중교통 이용편의 개선을 통한 승용차 통행수요 전환, 넷째, 승용차 이용 수요관리 및 시민참여이었다. 도심 및 진입도로의 소통능력향상대책에는 하청로에 중앙버스차로를 도입하고, 마장로에 가변차선제를 운영하고, 청계천로 시점부, 종점부와 대학로, 창경궁로, 사근동길 일부구간에 일방통행제를 도입하는 안이 포함되었었다. 그러나 가변차로제와 일부구간의 일방통행제는 시간제약으로 인해 사전준비가 미흡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청계천 복원공사 시작 후 초기에 청계천 일대에는 하루 종일 교통 혼잡이 발생했었다.
두 번째 대책인 도심유입 교통량의 분산, 우회처리 대책은 일부 실효성이 있었다. 이 대책의 핵심은 동북부지역과 동남부지역의 주요 간선도로들에 대한 우회노선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예로서 두무개길 및 성동교 남단 우회도로 개설은 부분적으로 도심 진입차량을 우회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하였다. 그리고 도심 진입 전 주요 분기점에서 도로전광표지를 이용하여 우회안내 정보를 실시간으로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정책도 차량우회에 기여하였다.
세 번째 대책인 대중교통 이용편의 개선을 통한 승용차 통행수요전환은 버스노선체계를 개편하고, 청계천주변 운행버스노선을 임시 조정하는 일이었다. 주지하다시피 버스정책은 서울시가 ‘버스혁명’이라는 기치 속에서 버스노선개편과 서비스개선을 획기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도심체증완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하였다. 아울러 도심 진입 지하철의 러시아워 혼잡을 완화시키기 위해 전동차를 추가 편성하고, 심야 지하철 운행시간을 연장하는 등의 정책 역시 큰 효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정책패키지의 결과로 종전에 승용차를 이용하던 일부 통행자들이 버스와 지하철로 바꿔 타고 도심으로 들어오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네 번째의 승용차 이용 수요 관리 및 시민참여는 도심주차관리와 교통대책 홍보가 주요한 내용이었다. 이 대책 중에 도심주차관리의 효과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도심 진입 시 승용차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는 시민운동전개는 실효성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청계천 복원공사 중에 교통대란이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심에 자동차를 몰고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계고가 6차로 청계천로 8차로 등 모두 14개차로가 없어진 청계천주변에 차를 몰고 도심에 들어가면 극심한 교통체증을 감수해야 한다는 우려에서 승용차를 포기한 시민들이 예상외로 많았다는 점이다. 시민의 자발적인 승용차 이용억제와 대중교통으로의 전환이 도심교통정체 해소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시민정신이 청계천복원 공사 중의 도심혼잡을 사전에 방지하는 초석이 된 것이다. 이 같은 경험으로 볼 때 청계천 복원 후에도 도심에서 극심한 교통 혼잡이나 정체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서 볼 때 청계천 복원 자체가 시민들이 새로운 삶과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는 배움과 실천의 무대가 된 것이다. 이런 일들은 우리 모두가 삶과 문화가 살아 숨쉬는 생명의 공간을 절실히 바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원 제 무 Won, Jaimu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