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도심부를 관통하는 청계천이 복개되어 고가도로로 이용되던 곳이 복개를 뜯어내고 물이 흐르는 청계천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은 서울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기쁜 일이며 축하할 일이다. 청계천이라는 명칭이 뜻하는 바와 같이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던 하천이 복개되어 고가도로의 육중한 기둥들이 숨막힐 듯하게 늘어선 삭막한 도로로 바뀐 후 서울시민들이 가진 청계천에 대한 이미지는 답답하고 삭막하다는 이미지이었다. 이제는 청계천이 복원됨에 따라 맑은 물이 흐르는 청계천의 본래의 이미지를 찾게 되었다. 청계천이 복원됨에 따라 조경의 관점에서 청계천복원의 의미를 살펴보고 복원사업의 완공에 따른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조경의 관점에서 청계천복원의 의미는 크게 세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도시 생태축의 하나인 블루 네트워크(Blue Network)을 복원하였다는 점이다. 도심부의 주요 생태축이라 할 수 있는 수공간축이 복개되면서 사라졌다가 청계천이 복원됨으로서 블루 네트워크이 복원되었다는 점이 큰 의미를 갖는다. 본래의 청계천이라는 수공간축은 한강과 북악산과 인왕산의 그린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서울 도심부의 주요한 생태축이었다. 이러한 생태축이 본래의 모습대로 산의 녹지축과 연결되도록 완전하게 복원되지는 못했지만 한강과 연결되는 블루 네트워크를 형성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둘째는 도심부내에 선형 오픈스페이스가 제공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복원되기전의 청계천은 삭막하고 답답한 공간으로서 고가도로밑의 터널과 같은 음침하고 그늘진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고가도로가 철거되고 복개된 부분이 걷어지며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복원됨으로서 청계천은 도심부를 가로지르는 선형의 오픈스페이스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도심부에는 특히 수공간이 부족한 실정인 데 수공간을 제공함으로서 도심부의 열섬현상을 완화시켜주고 도심부의 대기오염을 완화시켜주는 환경적 효과도 거둘 수 있게 되었다.
셋째는 서울 도심부에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제공되었다는 점이다. 청계천이라는 선형의 오픈스페이스가 조성됨으로서 휴식공간이 부족한 도심부에 좋은 휴식공간을 제공해 주게 되었다. 도심부는 개발이 다 되어 휴식공간인 공원을 조성하려 해도 땅이 없어 못하는 실정인 데 방대한 면적의 벨트형 휴식공간을 도심부를 가로질러 새롭게 제공하게 되었다.
청계천의 복원은 규모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대규모 하천복원사업이었으며 공사기간이 최단시간이라는 점에서도 유례가 없는 사업이다. 이러한 신기록을 세우며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문제점도 발견되고 있다. 문제점의 하나는 이번에 복원된 청계천은 동아일보앞까지만 복원됨으로서 북악산과 인왕산의 그린네트워크까지 연결을 시키지 못하여 생태축이 단절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이미 복원의 의미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청계천복원은 서울의 주요 생태축인 블루 네트워크가 복원되었다는 의미가 중요하다. 원형의 생태축은 한강과 청계천, 북악산과 인왕산을 연결하는 축이었으며 청계천은 한강과 북악산을 연결하는 즉 그린 네트워크와 블루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고리역할을 하는 중요한 수공간축이었다. 그러나 복원된 청계천은 생태축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청계천의 복원이 서울의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추진하였는 데 청계천의 물을 한강의 물을 끌어와 흘려 보내고 있어 진정한 생태계복원이 아니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청계천의 복원은 상류까지 확대하여 복원함으로서 인왕산과 북악산을 연결하는 생태축이 복원될 뿐 아니라 청계천의 수원이 상류에서 확보되어 원래의 모습대로 물이 흘러가도록 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었어야 더 좋았을 것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청계천복원사업이 청계천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배려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심부에 방대한 면적의 휴식공간을 제공하였다는 점이 청계천복원의 중요한 의미라 할 수 있는 데 청계천에서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이용자의 배려를 하지 못해 전시효과적인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마침내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청계천복원사업이 장애인이나 노약자의 배려가 없어 이용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져 있으므로 이를 시정하라는 권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필자가 답사한 바로는 청계천변의 보도는 폭이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인 데 거기에 가로수를 식재하여 보행에 지장을 주고 있어 두사람 이상의 통행은 거의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청계천 고수부지에는 산책로를 조성하였는 데 청계천 입구에서 청계천 7가까지 벤치는 한개만 놓여 있어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없고 이용 성수기인 여름철에는 다리밑외에는 그늘이 없어 휴식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세번째 문제점은 청계천의 복원사업을 시작하면서 시민들에게 청계천의 자연생태계를 복원한다고 수없이 강조해 왔는 데 복원후의 결과는 자연생태계의 복원과는 거리가 먼 복원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청계천의 상류 입구부분은 인공폭포와 기하학적인 형태의 수로, 풀한포기도 없는 인공재료의 고수부지 등 완전한 인공적인 공간을 연출하였고 대부분의 구간에서도 자연형 하천의 기본요건을 거의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근래 흔하게 이루어지는 자연형 하천조성사업도 제대로 도입하지 못해 일부 구간에서만 자연형하천 공법을 흉내를 내는 정도이지 진정한 자연생태계복원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청계천복원을 통해 완전히 복개되어 도로로 이용되던 공간을 원래의 모습인 하천으로 되돌려 놓았다는 점에서는 획기적이고 역사적인 사업이라고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이미 문제점으로 지적한 바와 같은 미비점을 안고 있어 앞으로 이를 보완해 갈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한국생태환경건축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