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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시선 ; 한국 조경설계를 변하게 한 작품들
  • 환경과조경 2005년 1월

삶의 풍경이, 문화의 지평이 변화의 몸살을 앓고 있다. 동시대 조경의 지형도가 변하고 있는 장면 또한 다양한 각도에서 목격된다. 시간이 존재하는 한 변화라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무언가의 모양과 성질과 상태는 늘 변하기 때문이다. 변화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지만, 우리는 대게 변화를 통해 희망을 그리고 진보를 노래한다. 변화는 현실의 문제에 대한 반동이자 난제의 해법을 찾고자 하는 실천의 총체적 양상인 것이다. “한국의 현대 조경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이번 호 <환경과 조경>의 ‘열개의 공간 다섯가지 시선’은 과거의 변화를 반성하는 진단서와 미래의 변화를 예비하는 처방전을 동시에 작성하고자 하는 쉽지 않은 프로젝트다. 이 힘든 숙제의 실마리를 푸는 작업의 일환으로, 이 글에서는 지난 30여 년간 한국 현대 조경설계를 변화시킨 계기와 동력이 되었던 작품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려고 한다.

한국 조경설계를 변하게 한 작품들로 초점을 옮기기 전에 우선 점검하지 않을 수 없는 몇 가지 논점이 있다. 먼저, 현대 한국 조경이 ‘작품’이라 할만한 것을 생산해 왔는가 하는, 흔히 제기되는 반문을 짚고 가야 한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또 다시 한국 조경설계의 몰개성과 무표정을 문제 삼는 일은, “고독한 지형과 우울한 풍경”을 그려 온 지난 30년 현대 조경사의 왜곡된 시스템에 시비를 거는 일은 지루한 동어반복일 뿐이다. ‘작품’이라는 말의 무거운 포장을 조금만 걷어내고 본다면, 한국에도 나름의 상황과 조건 속에서 조경 작품은 있(어 왔)다. 조경 사회의 인프라스트럭처가 작품을 작품으로, 작가를 작가로 인정하는 일을 부담스러워 할 정도로 허약했을 뿐이다.

그 다음의 논점은 과연 작품이, 특정한 몇몇 작품이 복잡한 문화적 맥락과 사회적 관계 속에 위치하는 조경설계라는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작품은 맥락과 관계의 작은 부분집합에 불과하므로 구조 전반의 변화에 종속되는 것이지 변화의 주연은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 한 극단에, 또 다른 극단에는 뛰어난 작품은 시대의 관례를 초월하여 변화의 세례를 선사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 놓일 것이다. 그러나 이 상반된 관점을 이분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폭넓은 하나의 스펙트럼 속에 놓인 다채로운 시각을 대별하는 관점으로 유연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즉 조경 작품은 비단 설계 행위를 통해 구현된 가시적 결과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방식과 접근 과정, 설계 매체와 테크놀러지, 다양한 주변 맥락과 관계 등이 형성하는 복합적 함수의 산물이며, 때로는 하나의 조경 작품이 정체된 도그마적 설계 관행을 붕괴시키며 진보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는 식의 탄력적인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쉬운 예로 라빌레뜨공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라빌레뜨공원이 20세기 후반 공원 설계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동력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그것이 미테랑 정부의 파리 재개발 사업이라는 정치적 경제적 맥락, 파리의 도시 문화적 전통, 옴스테디안 파크의 극복이라는 역사적 과제, 베르나르 츄미의 혁신적 설계 등과 같은 복합적 관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 후략 …


배 정 한 Pae, Jeong Hann
단국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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