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_본질
복잡한 것일수록 단순하게 바라보는 지혜와, 단순하게 보이는 것일수록 진지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단순 혹은 복잡이라는 상황은 대상의 본질 그 자체보다는 그것들을 둘러싸고 있는 관계에 의해 형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 관계를 먼저 살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효과적인 접근방법이 되기도 한다.
본질은 술수나 수사적 표현, 일시적 과장이나 곡해에 의해 훼손되지 않지만, 그것을 둘러싼 외적 상황은 단순한 본질을 오히려 복잡하게 보이게 한다거나 그 반대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를 너무 단순화 시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표면적으로 드러난 관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솔함을 경계해야하는 동시에, 복잡한 관계망들을 살펴 헤치고 본질을 직시하는 명쾌함 역시 매일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태도일 것이다.
이번 통권 201호 특집의 일환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현대조경작품을 대표하는 10개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이번 조사결과는 수많은 작품 중에서 순위에 따라 10개의 작품을 선정하였다는 대단히 명쾌하고 단순한 사실로 보이지만, 이 결과 속에는 중요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표작이라는 포괄적 질문이 가지는 의미다. ‘대표하다’라는 타동사가 가지는 의미를 설문대상자들은 어떻게 이해하였을까.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구체적으로 어떤 카테고리를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포괄적으로 던진 이 질문은, 아마도 전문가들이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그래서 쉽게 연상되고 기꺼이 동의할 수 있는 작품을 꼽아보고자 한 의도로 해석된다. 이렇게 모아진 10개의 작품들에 대한 평가는 순수하게 독자들의 몫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조경이라는 분야가 직면한 상황을 이해하게하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무엇보다 10개의 작품 중 대부분이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어있는 공공시설로서의 작품 즉 ‘공원’이라는 점이다. 물론 대표작으로 선정된 대부분의 공원들이 규모면에서 크고 이미 유명세를 치른 탓에 당연한 결과로 보일 수 있으나 그만큼 공원은 조경가들이 사회와 대화할 수 있는 소통의 도구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엿보이는 사실은, 이들 10개의 공간 중 거의 절반은 어느 면에서 생태라는 키워드를 동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로 90년대 이후들의 작품들에서 이러한 경향이 보이는 것은 당시의 시대상황이 반영된 것임을 쉽게 직감할 수 있다.
각 작품들이 만들어진 시기가 20년 넘게 차이가 나지만 이 시대의 공원은 여전히 조경가의 역량이 가장 솔직하게 나타남과 동시에 사회 상황이나 정책의 특징이 강하게 반영되는 사회적 공간이다. 공원이 한국 현대조경의 ‘대표작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곧 우리 조경이 얼마나 사회적 관계와 밀착해 있는가를 짐작케 한다.
대표작들을 바라보는 이 두 가지 시선은 서로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공원이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어떻게 디자인되고 기능하는지, 조경설계가 단순한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의 관계에 더욱 주목해야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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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