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이 지나치면 자연 앞에 무릎을 꿇고, 표현이 지나치면 공허함이 남는다.
선사시대 동굴 벽화로부터 2004년, 현대미술의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과 ...ism에도 불구하고 미술의 역사를 일축 하자면 결국 미적 행위의 대상인 自然에 대한 ‘재현(emersion)’과 ‘표현(expression)’이라는, 실천적 태도에서 벗어나 않는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모더니즘 초기는‘감상자’란 요소가, 후기 모더니즘 이후로는 ‘시간’이란 요소가 개입하게 된다.
조형의 요소로서 감상자는 작가와 작품 사이에 중요한 매개체로서 작품은 감상자에 의해서 더욱 완성의 밀도를 갖게 된다. 작가는 감상자의 적극적인 행위를 유도 하거나, 관객들 자체가 작품 제작의 중요한 오브제로서 끝없이 작품과 feedback하는 경우이다.
모더니즘 후기에서 보여 지는 시간성이란 전기모더니즘의 시간성(작품이 움직이는 것과 같은 단순한 동적 작업들)이 아니라, 자라거나 늙거나 죽는, 좀 과장하자면 심지어는 작품 스스로 생각하는, 마치 자연의 시간과 같이 작품에 대하여 물리적 생명력을 부여 하는 것이다.
물론 한 작가의 창작에 대한 욕구와, 천부적 재능과, 세상에 단절된 듯 소외된 고뇌 끝에 탄생한 작품은 그 자체로서도 무한한 생명력을 갖는다. 시간을 초월한 감동을 주며, 공간을 뛰어넘고 소통 될 수 있는 그림문자가 된다. 작가가 세상을 떠날 지라도, 세기가 바뀔지라도 작품은 [폐기] 될지언정 스스로 죽지 않는다. 그러므로 작품이란 물성이 갖는 생명력은 불사신 같아서 오히려 생물의 생명력과는 거리가 멀다. 이에 최근 현대미술에 있어 말하는 생명력은 물리적인 그것에 가깝다. 즉 자연처럼 발생해서 자연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계류의 작업들은 계속적으로, 사람을 포함한 자연과 교감하면서 변형되고 소멸된다. 또한 이 계류의 대부분의 작가들은 대지예술가들처럼 자연환경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인공에 대해, 작위적 행위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가장 최소한으로 제한하며, 자신의 작품을 대대손손 남기고자 하는 욕구 또한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미술시장의 유통도 사뭇 다르며, collector들도 작품의 영구적 소장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Rear Living Sculpture & Plant Art
작품에 생명력을 부여 하기위한 한 방법으로 그들은 화학염료대신 곰팡이와 이끼를 사용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은 먹이가 공급될 때 까지 계속적으로 작품에 기생하고, 이에 작품의 표면은 시간의 추이에 따라 다양한 자연의 색깔을 보여준다. 또한 그들은 과거 조소작업을 위하여 점소성이 뛰어난 재료로서의 점토를 사용 하는 것 대신에 토양이란 표현에 가까운 유기체로서의 흙을 선택한다.
그러므로 이들의 작품들은 전시장을 마치 깊은 숲 속의 축축한 음지에서 나는 냄새로 가득 채운다. 이 자연이 내뿜는 냄새들은 결코 자연의 일부인 사람에게 역겨움과 유해함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며 오히려 자연의 기운이 온몸에 전이되는 착각마저 들게 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들은 새로운 미술운동이 아니다. 1960년대의 대지예술작가들이 가졌던 자연에 대한 태도와 유사한 맥락으로서, 대지미술이 비교적 대규모 프로젝트성의 장대한 스케일로 자연과의 상호작용을 유도하였다면, 198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젊은 작가들이 주축이 된 이 살아있는 예술작품들은 식물의 성장 또는 소멸 등의 변형과정을 통해 자연과의 교류를 시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보여주는 성과들은 간혹 그들의 의지와는 달리 결과적으로 자연의 과정을 드러내는 방법에 다소 억지스러움을 드러낸다. 무위자연이란 동양적 사상의 견지에서 본다면 자연의 과정을 표현 혹은 재현 하고자 하는 그들의 제스처조차 작위적이고 부질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모순들 또한 동료예술가들을 신나게 하는, 다른 예술적 시도들을 가능케 하는 동기이기에 이 살아있는 조각들은 틀림없이 가치롭다.
영국의 조각가 David Nash 또한 그의 일련의 설치작업을 통해 작품에 햇빛, 토양, 물, 기후..그리고 먹이사슬 구조와 같은 요소들을 사용하여, [자연다운 삶의 과정]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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