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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경찰청차고지 소공원조성 기본계획구상 아이디어 공모 당선작
  • 환경과조경 2004년 3월

부지를 소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기본 전제
도청앞 광장의 장소성 - 시민광장의 본질을 보여주는 도시의 중심
도청앞 광장과 금남로는 유동인구, 시민들의 인식, 도시의 공간구조, 경제 모든 면에서 광주의 도시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도청앞 광장의 원형 분수대와 그를 둘러싼 영역은 마치 그 중심을 보여주는 명확한 실체이자 시민사회의 물리적 그릇으로서의 도시 중심을 나타내는 기호적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은 도시가 겪어야 하는 변화의 물질적 차원의 공간성을 뛰어 넘어 동시대로부터 미래의 광주가 끌어안고 가야 하는 도시의 기억과 정체성이 배어있는 시간적 장소인 것이다.
5.18 민주화 운동을 통해 발신된 도청앞 광장은 세계인에게 비춰진 또 다른 광주 도시공간의 모습을 전한, 매체로서의 풍경이기도 하였다. 많은 시민이 분수대를 중심으로 그야말로 원형으로 둘러앉은 모습은, 중세 유럽의 도시광장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근대 도시광장의 민주성과 시민성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기에 당시의 이미지만으로도 사건의 장소감이 전달되는 것이었고 그 원형광장이 가진 형태성은 그 미디어가 전한 사건의 중대성과 관심의 내향성을 더욱 강화한, 우리시대 최고의 도시 광장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는 중심영역에 또 하나의 의미있는 공간을 가지게 되었고, 거기에 소공원이라는 또 다른 이름의 민주적 도시공간의 형식을 빌어 무엇인가를 채워넣으려 한다. 그 곳에 채워지는 것이 종이 되었건 상징물이 되었건 물리적 실체로서의 기념성 보다는 장소적 기호 - 민주성을 담는 도시공간 - 를 담보하는 일이 전제가 된다. 그렇다면 정작 그 공간에 채워 넣어야 할 것은 도시의 기억과 시간이며, 공간적으로는 비워내는 일 - 광장과 같은 공간 형식 - 이다. 도시광장이 가져야 할 본질적 모습, 비워져 있어 누구라도 다가갈 수 있는, 즉 도시공간으로서의 민주성을 획득하는 일이 가장 큰 상징성이 아닐까? 그저 길다란 울림만을 남기고 시간 속으로 흩어져 가는 민주의 종소리만이 새벽 광장을 적시며 도시의 기억과 시간을 일깨운다.

민주의 종 공원(가칭)의 일상적 의미 - 일반시민을 위한 도심공간의 복권
민주의 종 광장 공원 부지는 광주 읍성 시대 동헌터의 일부로 알려져 있고 일제시대에는 일본군의 무덕전(武德殿)이 자리잡았던 곳이었으며 금남로 확장공사시 무덕전이 철거되고 이후에는 경찰청 관할 부지로서 차고지로 사용되어 왔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자유롭게 접근하기 어려운 땅이었던 셈이다.
소공원으로서 공공공간이 된다는 것은 단순한 녹지확보의 차원을 넘어 시민들에게 돌려지는 장소의 복권(復權)이자 도심을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마당과 공정(公庭)으로 제공됨을 의미한다. 버스나 택시를 기다리며 그늘을 피하기도 하고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들이 자동판매기에서 음료를 사 그늘 밑에서 느긋하게 앉아 마시기도 하며, 앞서 나가는 신세대들이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거리낌없이 표출하면서 스케이트보드 묘기나 록 밴드의 거리음악회라도 보고 즐길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질 때 도심은 다양성을 가지고 경제적 활성화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광장이나 공원과 같은 공공적 도시공간, 민주적 공간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공간을 가장 공간답게 만드는 요인은 살아있는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기다림과 만남과 이벤트와 축제와 미래, 그리고 그러한 것들로부터 숙성되는 윤택함, 정감있는 장소성이지 공간의 형식과 시설, 장식품은 아닐 것이다. 시민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무형의 독특한 분위기-도시 풍경 속에 공기와 빛, 소리와 냄새를 채우고 시민이 그 속에서 그런 것들을 읽어내고 체감할 수 있는 환경과 그 속의 인간간의 관계방식-를 갖는 장소로 명소화하고 자연스럽게 거쳐가고 둘러보는 도시주유(都市周遊, Urban Network)의 물리적 기반을 구축하고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도심과 거리 만들기의 핵심적 방식이라면 민주의 종 공원은 그러한 기반을 만드는 단순하고도 귀중한 공간형식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조동범 
전남대 조경학과 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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