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관계획이 활성화되면서 경관계획의 범위, 내용, 수행절차 등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뚜렷한 방향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서는 우리나라에서의 도시경관계획과 자연경관계획에 대한 배경 및 현황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짚어보기로한다.
경관계획의 대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2003년 1월 1일을 기해 시행됨으로써 기존의 도시계획법과 국토이용관리법이 통합되고 국토이용체계가 획기적으로 개편되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과거에는 도시지역은 도시계획법으로, 비도시 지역은 국토이용관리법으로 관리하고 있었으나 이를 통합하여 도시, 농촌, 및 자연을 총괄하는 단일한 법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으로 칭함)에는 과거에 비하여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지만 경관계획의 강조가 특히 눈에 띄는 사항중의 하나이다. 이와 같은 경관계획의 강조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그중의 하나는 주로 근교 전원지역 준농림지역에 무질서하게 세워진 고층 아파트로 인한 경관파괴라 할 수 있다. 실로 준농림지역을 중심으로 한 난개발은 전 국토를 유린하였다고 할 수 있으며, 전원지역에 수직적으로 세워진 고층 아파트군들은 앞으로 최소한 수십년간 어쩌면 반영구적으로 우리의 국토경관에서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며, 언젠가는 남산외인 아파트처럼 폭파시켜야될 경관요소라고 생각한다.
경관계획이 강조되는 또 다른 배경으로서 국민적 인식의 증대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의 고도 경제성장기를 지나면서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어 주택문제, 교통문제, 환경문제 등 도시집중 및 확산에 따르는 제반 문제를 경험하게 되었으며 이들 문제들은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가 되어왔다. 그러나 고층건물 등장으로 인한 무질서한 스카이라인 형성, 문화재 건물의 상대적 왜소화, 녹지의 무분별한 잠식, 자연경관의 파괴 등 경관 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 인식은 1990년대에 들어와서야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94년 서울의 남산을 가로막고 있던 남산외인아파트 폭파는 도시경관의 중요성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 할 수 있다. 이때는 일인당 국민소득이 일만불을 육박하는 시점이어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이기도하였다. 일본에서도 경관조례제정 등 경관계획에 대두되는 시점이 일인당 국민소득 일만불에 이른 1978년경이었음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경관계획에 관한 한 일본과는 20년 정도의 시차가 있다고 볼 수 있다.
1994년 이후 경관계획 및 관리 그리고 경관조례의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하여 도시경관계획을 수립하는 지자체가 일부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환경부의 자연경관조례작성지침 시달(1999)로 김포시(1999), 강원도(2000)를 시작으로 10여개 지자체에서 자연경관보전조례 또는 경관형성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도시경관 및 자연경관에 대한 관심이 모아져 국토계획법에서 도시경관계획이 강조되었으며, 최근에는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을 통하여 자연경관보전 및 관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초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경관계획의 정의
우리나라에서 경관계획이라고 할 때에는 학자마다 다소 상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우리보다 앞서서 경관계획개념을 도입하여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 미국에서 사용하는 생태환경 중심의 경관계획(landscape planning)과 일본에서 사용하는 시각환경 중심의 경관계획(景觀計劃 혹은 景觀形成計劃)이 상이함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경관계획을 영어로 직역하면 landscape planning 이라 할 수 있는데 미국에서의 landscape planning은 조경계획(landscape architectural planning)과 구별되어 주로 환경친화적인 혹은 지속가능한 광역적 토지이용계획을 말한다. 따라서 미국에서의 경관계획은 환경보전 지향적인 토지이용계획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하여 일본에서의 도시경관조례 및 이에 따른 도시경관계획에서는 도시의 축(녹지축, 하천축, 도로축 등)을 강조하는 주로 시각적, 심미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는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의 문제이지 미국에서의 경관계획은 시각적 측면을 전혀 고려치 않고, 일본에서의 경관계획은 생태적 측면을 전혀 고려치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이에 비하여 독일에서의 경관계획(landschaftsplanung)은 생태적, 심미적 측면을 균형있게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에 넓은 의미와 좁은 의미의 경관계획을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즉 환경적, 시각적 측면을 모두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경관계획과 시각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좁은 의미의 경관계획을 나누어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 두 가지 의미의 경관계획이 구별없이 혼용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혼돈이 초래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경관계획이라 할 때에는 주로 후자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국토계획법에서 강조하고 있는 경관계획 역시 시각적 심미적 측면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경관계획이 대두되는 배경을 살펴보면 이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어 90년대에 이르면서 생태적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으며, 이에 따른 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졌다. 환경보전법(1977), 환경영향평가법(1993) 제정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환경보전체계가 강화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모습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부조화가 심화되었으며, 준농림지의 난개발, 도로 등 대형토목구조물로 인한 자연경관의 파괴는 지속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하에서 경관계획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자연스럽게 시각적 심미적 측면의 고려가 중요시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생태적 측면의 강조만으로는 시각적, 심미적 경관의 보전과 관리에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경관계획이 대두되었다고 할 수 있다.
환경영향평가에는 경관영향평가가 포함되도록 되어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경관도 시각적 심미적 경관을 주로 의미한다. 즉 좁은 의미의 경관을 말하는 것이다. 현재는 다소 개선되어가고 있으나 과거에는 환경영향평가에서 생태적 측면만 강조하고 시각적 측면의 경관부분은 형식적으로 비전문가에 의하여 소홀히 취급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이 심미적 경관자원의 보전 및 관리에 소홀하였음이 시각환경에 초점을 맞춘 경관계획의 필요성 인식에 한 몫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임 승 빈 Lim, Seung Bin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