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부터 일기 시작한 용산내 군기지에 대한 추상적 논의는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 이전의 불가피성을 요구받기에 이르렀다. 1990년대 용산기지에 대한 논의는 이전 가능성이 충분히 진척되지 않은 단계에서 서울의 공간구조상에서 하나의 제외되고 소외된 공간으로 설정하고, 뚜렷한 대안 제시 없이 심정적인 차원에서 하나의 이념적 정향에로 수렴시키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제 용산내 군기지의 반환은 더 이상 ‘이데올로기’가 낳은 부산물이 아닌 우리가 그리던 서울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지금의 용산기지 반환은 이 기지의 사회적, 도시적 의미와 비중이 그 만큼 커지게 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활용방안에 대한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즉 이것은 서울의 ‘환경의 질 개선’이라는 문제와 직결되는 중요한 전략적인 문제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글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미군 용산기지에 관련된 도시적 쟁점을 도출해 내고, 미군의 전후 용산기지의 활용방안과 교통체계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서울시의 도시개발과 도시정책을 볼 때 용산 미군기지가 1980년대에 우리에게 반환되었다면 아마 아파트위주의 지구가 되었을 것이고, 1990년대에 반환되었다면 아마 아파트와 공원이 반반씩 섞여진 지구가 되었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에 용산내 군기지가 우리에서 돌아오게 되니까 비로소 ‘공원화’라는 활용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도시를 보는 시민의 의식이 그만큼 높아졌고, 시민들이 삶의 질을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가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용산내 군기지의 활용방안의 본질은 어떻게 개발하겠다는 발상보다 어떤 방안이 서울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고 복지를 가져올 것인가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난 20년간의 도시개발을 철저하게 강남중심의 개발이었다. 그 결과 강남부동산으로 인해 돈을 번 부동산재벌과 자본가들 그리고 그 자본축적에 기생하고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한 모든 서울시내의 복지는 소외되는 과정이었다. 따라서 강남에 버금가는 강북을 만들 때 지역간 불평등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환경의 질이 높아지면 그 지역은 그만큼 경쟁력을 지닌다. 그래서 용산기지가 공원으로 변모한다면 강북전체의 환경친화적 개발에 커다란 기여를 하리라고 본다.
용산 미군기지의 활용방안에 대한 방향을 잡기위해서는 용산을 둘러싼 서울시의 도시정책의 역사를 살펴 보아야 한다. 서울시 이원종 시장 시절인 1994년 9월 서울시는 한강을 중심으로 한 5대 전략거점,(상암, 화곡, 여의도, 용산, 뚝섬)을 발표한다. 이 5대전략거점에 용산이 포함되어 이때 이미 용산개발계획의 단추가 끼워졌다고 할 수 있다. 1995년 조순시장이 취임하면서 대규모 개발계획은 억제되었으나 ‘용산지구부도심개발’은 꾸준히 추진되었다. 용산이 부도심으로 등장한 배경에는 경부고속 철도 중앙역사라는 서울의 관문역이라는 상징성을 한몫을 했다. 여기에다 영종도 신공항 철도의 시발역이란 호재도 끼어들었다. 아울러 용산가족공원의 중앙박물관도 역시 용산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2002년 서울시에서는 구체적인 용산계획을 발표한다. 이 계획의 특징은 ‘3핵 2매듭’의 개념 속에 용산의 지구별 특별설계단지를 지정했다는 점이다. 3핵지역(서울역, 삼각지 용산역)에는 부도심화를 주도할 상업, 업무기능을 배치하고, 2매듭지역(남영동, 용산동2가)에는 주거, 판매등 배후지원 기능을 맡겨 기능을 이분화하였다. 특히 용산역을 중심으로 철도 정비창을 포함한 개발계획에는 용산역이 갖는 관문성을 중시해 대단위 업무단지를 조성해 국제적 업무기능을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용산 역에는 여의도와 명동을 잇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서울을 상징할 높이 350m(100~110층)의 초고층 빌딩을 짓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아울러 서울시는 용산1지역 4개, 용산 2지역 11개등 15개 특별설계단지를 지정해 핵심지역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우선 도시 철도측면에서 보자. 지하철 4호선은 용산 대로기지 때문에 심한 굴곡노선이 되었다. 서울역에서 동작대교를 거쳐 과천으로 이어지는 4호선이 서울역에서 동작대교까지 직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용산내 군기지 때문이었다. 미군 당국은 군사적기밀 시설이 포진되어 있는 미군기지의 지하를 지하철 노선 건설을 위해 선뜻 내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용산 기지를 피해 우회해야만 하는 4호선은 서울역에서 삼각지와 한강로를 거쳐서 이촌으로 심하게 굽은 굴곡노선이 되었다. 이 잘못된 노선으로 인하여 승객들의 지하철 통행시간이 늘어나게 되어 시민들만 골탕을 먹는 상태가 벌어져 온 것이다.
용산 지구의 개발계획 청사진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우선 용산역 철도청 비창이 5~6년 후에 이전 되면 21만평의 부지 환경의 쾌적성과 업무의 편리성을 제공하는 대단위 국제 업무단지가 조성한다고 한다. 이곳 건물에 용적률 300~800%를 적용하여 건물 군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개략적으로 따져 보자 이 정도 규모의 개발계획이면 첨두시 시간당 최소 약 4,000~5,000대의 교통량이 유발된다. 이 경우 필요한 일 방향 추가도로의 차로 수는 최소 4차로이다.
2004년도 고속철도 개통에 따라 중앙역사로 가능하고, 신 공항 출발역사, 경의선 복복선화의 시발역으로서 민자개발에 의한 대대적 역사기능 보강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철도청이 추진하여 민간 개발사업자에게 민자역사 건설을 맡길 경우 유동인구 증가에 따라 엄청난 교통량이 유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용산역 주변을 재개발하되, 용적율 300% 적용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시킨다고 한다. 서울역과 영등포역의 민자 역사개발 경험으로 볼 때 용산 역의 경우 민자역개발지 추가 차로는 일 방향 최소 2차로가 된다. 그 밖의 국제빌딩주변지구, 세계일보사지구, 태평양부지지구, 용산 공원 남측지구에 용적률 500%~800%의 건물 군이 들어선다면 엄청난 숫자의 추가 차로가 건설되어야 함은 불을 보듯 뻔하게 예측되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그렇다면 국제업무단지, 용산 역 민자역사, 지구별 재개발계획이 붓물처럼 터지게 될 때 도로 인프라를 추가적으로 건설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매우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기존의 8차로인 한강로의 도로용량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용산 역 주변 등 이면도로 역시 아침저녁으로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용산 지역의 도로교통체계상 도로의 확폭이나 추가도로의 건설을 할만한 도로나 공간이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강남에서 용산구 동부이촌동을 연결하는 동작대교(왕복6차선)는 1984년 12월 완공당시 용산내 군기지에 막혀 더 이상 도심부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동작대교는 기본설계 단계에서 도심으로 연결하는 도로계획을 수립했으나, 미군기지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다리 북단인 후암동 용산중고등학교앞 사거리까지 2700m(폭200m)의 도로계획선만 그어놓고 다리북단 출구는 서빙고로에 연결시켰다. 이로써 동작대교 연결도로는 강남과 강북을 연결하지 못하고 용산기지 남단까지만 연결되는 절름발이 도로가 되고 말았다.
그러면 용산기지의 공원화후 이 도로를 동작대교 북단에서 도심으로 연결해야 하나? 만약 이 도로를 도심까지 연결한다면 한강 남쪽의 새로운 교통량이 도심으로 밀려들어와 용산고등학교앞과 후암동길의 꼬리를 문 차량행열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용산기지내에 도로가 신설되면 도로가 문화재로 등장할 국립박물관 부지를 치고 나갈 뿐 아니라 심한 녹지 훼손이 일어날 것은 뻔한 일이다. 이러한 장래의 흉한 용산공원의 모습이 서울시내들이 원하는 모습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용산기지가 공원이 되고난 후에도 동작대교는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놔둘 수밖에 없다.
용산 기지가 공원이 되면 용산역 주변개발의 효과는 용산역 주변에 그치게 된다. 왜냐하면 100만여평의 용산지역이 공원이 되므로 용산역과 주변개발은 「반쪽개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용산이 부도심으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역부족일수 있다. 용산기지는 반드시 공원으로 다시 태어나야한다. 그래서 용산은 대형공원이 배후에 있는 부도심으로서 자리 매김해야 한다. 이 경우 용산은 한강로 주변, 용산기지관측, 이태원 축으로 국지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용산역 주변의 야심에 찬 매머드 업무, 상업시설의 개발계획이 과연 실현성이 있는 것일까? 아무래도 이런 장미꽃 청사진은 빛이 바랠 가능성이 많다. 한마디로 도로인프라 확충가능성이 희박하고, 거대한 용산공원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용산역주변의 고밀도 개발계획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활용방안과 교통체계는 ‘용산기지’자체에 대한 관심사 이상으로 서울시 공간구조와 삶의 질에 대한 총체적인 전망, 계획, 경로, 수단 등의 문제가 결부된 것이다. 환경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는 용산기지를 올바르게 견인해서 활용치 못하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결과 밖에는 초래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제 분명하고, 귀중한 도시개발사적인 경험이 되었다. 이글은 용산 미국기지 이전의 산물인 용산기지 활용방안과 이에 따른 교통대책을 개괄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용산기지의 공원화에 대한 논의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제한된 의도를 가진 것이었음을 밝힌다.
원 제 무 Won, Jeimu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