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있어서 물성을 논하는 것을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필자는 경계라는 단어에서 출발하려고 한다. 안과 밖의 경계, 너와 나의 경계, 공간과 공간의 경계, 막힘과 열림의 경계, 열림과 열림의 경계…
인간의 욕구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식욕, 성욕, 지식욕, 명예욕…. 그 중의 하나과 안녕과 안정에의 욕구이리라. 인간 안녕에의 장으로서의 집, 인간 피난처로서의 집은 안(내부환경)과 밖(외부환경)의 구분을, 경계를 요구한다. 따라서 건축에서 재료와 물성 경계에서 가장 주요한 역할과 가치를 갖게 된다. 건축에서 경계를 이루고 있는 것은 지붕, 바닥, 그리고 벽이다. 이번호에서는 주로 경계로서의 벽과, 특히 현대에서 벽을 이루고 있는 재료와 그 물성에 대해 탐구해보기로 하겠다.
전술한 바와 같이 벽의 존재의미는 안녕과 안전에 있다. 그러나 인간은 벽만으로는 만족을 하지 못한다. 벽에 가로막혀, 닫혀 있기만 한다면, 그는 안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폐쇄감과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그에게는 자연환경을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에게는 바람이, 빛이, 공기가 필요하다. 안전과 분리가 요구되면서도, 이율배반적으로 외부와 내부가 조우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따라서 개구부의, 창의 존재의미가 발생한다.
하나의 존재에 두가지 이상의 이질적인 기능이 존재해야 한다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과 동시에 가능성이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건축에 있어 경계의 문제, 그리고 그 곳을 어떠한 재료와 물성으로 설계하느냐 하는 것은 영원한 과제이다.
이 경계-벽과 개구부-는 시대에 따라, 사회에 따라, 건축가에 따라, 다종다양하게 풀이되고, 해석되어 나타나게 된다.
근대에 있어 유리의 발명은 개구부의 개념을 크게 뒤흔든 일대 사건이 된다.
초기에 유리는 개구부에 대체되는 물질로 단순한 역할을 담당해 오다가 근대에 그 가능성과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새로운 물질로 각광 받게 되었다. 유리는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의 안정된 관계를 뒤흔들어 놓음으로 건축의 경계라는 개념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기게 되었다. 즉, 벽이라는 개념에서 막이라는 개념으로 변환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는 근대건축이라는 거대한 흐름과 동시에 나타나게 된다.
필립 존슨(P. Johnson)과 히치콕(H. Hitchcook)은 근대건축의 미학적 규준으로서 3가지 원리를 제시하는데 이는 매스가 아닌 볼륨으로서의 건축, 대칭을 대신할 비대칭적 규칙성, 장식을 제거한 평탄한 소재등이다. 이 때 볼륨으로서의 건축이란 내부 공간의 팽창에 의한 볼륨을 의미하며, 그것이 건물의 입체적인 윤곽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그 윤곽을 내부의 구조체로부터 독립시킬 수 있었던 기술적인 발전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그로인해 볼륨으로서의 건축에서는 조적조에서 볼 수 있는 매스감이 아닌 내부를 감싸는 평활한 표면과 함께 유리로 인한 개방적인 효과를 나타냄으로써 빗물질적인, 무중력적인 물체감을 가진 건축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볼륨의 표면은 지지체에 연속적으로 붙어있는 피막이 되었다.
근대 이후의 현대의 양상은 그야말로 다양화 그 자체일 것이다. 수많은 주의, 이념이 유행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요즈음, 세기말, 세기초의 시간성과 겹쳐 그 도는 더 심화되는 듯하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다루기 보다는 몇몇 특징있는 건축가와 그들의 작품을 통해 이 시대의 건축의 경계와 그 물성을 스케치 해 보기로 하겠다.
먼저 유럽의 건축가를 살펴보자.
영국의 노만 포스터(Norman Poster)는 유리의 벽을 통해 피막으로서의 성질을 더욱 강화시킨다. 그러나 이 피막은 단순한 막이 아니라 하이테크로 덧입혀진 피막이다. 포스터의 Faber and Dumas Building(1974), HongKong and Shanghai Bank(1979∼1984) 등을 보면 건물의 보호막의 존재성을 최소화함으로 가벼움과 투과성을 더욱 극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구조와 피막의 분리와 함께 모든 설비적 체계(Mechanism System)가 독립되어 시각적 가변성뿐만이 아니라 기능적 가변성, 유동성이 가능하게 되어 빠르게 변화하고, 복잡한 현대사회의 요구에 대안을 제시한다.
프랑스의 로랑보두엠과 임마뉴엘 보두엠(L. Beaudouin & E. Beaudouin)은 꼬르뷔제의 콘크리트로 된 브리즈 솔레이유(Sun Screen)를 새롭게 해석한다.
황 철 호 Whang, Chul Ho
(주)정림건축 설계본부 실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