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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도심철도 폐선부지 현황과 푸른길 가꾸기 운동
  • 환경과조경 2002년 5월

- 그 경위와 폐선부지 현황, 도시공간으로서의 공공성 -
광주역으로부터 남구 효천역까지 광주시 도심의 북동-동-남측을 감싸고 도는 10.8km의 구간의 도심 철도구간. 1988년 이 구간의 철도 폐선계획이 확정된 이후 1930년대부터 이어져 오던 철도로서의 역사는 종언을 앞두게 되고, 당시로서는 「무엇으로?」라는 <의문의 터>를 남기게 되었다. 1995년 말부터 송정리역-서광주역-효천역을 잇는 신설구간 공사가 시작되고 2000년 여름이 되어서야 기차는 도심으로부터 발길을 끊고도, 정작 그 폐선부지로부터 철도레일이 걷혀질 때까지 그 의문은 계속되었다. <일부매각? 고가도로(고가 경전철) 설치 및 하부 녹도 활용?> 등 시 당국의 의견과 <녹도·푸른길>이라는 NGO측 주장, 거기에 장기간 생활 불편을 겪어온 주민들에 의한 일부 구간의 <일반도로로 변경> 요구 등 마치 개발과 보전이라는 긴장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한 무수한 논의 과정을 겪은 후 그 해 겨울 결국 <푸른길>이라는 모습으로 그 미래상이 결정되지만, 그 후 2년 가까이 이 터 위에서는 「어떻게?」라는 또 다른 의문이 맴돌고 있었다. 레일과 침목이 제거되고 쇄석만을 뒤집어 쓴 채 숨죽이고만 있는 이 길고 가느다란 공간은 도시의 기능적 공간으로서의 수명을 다한 터가 아니라 마치 또 다른 모습으로의 변신을 위해 탈피를 꿈꾸는 고치와 같이 숙성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중략)

폐선부지와 푸른길이 갖는 사회학적 의미 - 공공성
속도라는 근대성의 기호가 낳은 공간
광주 도심은 입지상 동남측의 산지형(무등산 자락과 남측의 분적산 등)이 상대적으로 근접하기 때문에 단순한 관점으로 시가화 확대 추이를 예견한다고 해도 도시근대화의 상징으로 탄생한 철도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태생부터 도시 근대화와 더불어 폐선을 선고받은 운명일 수밖에 없었다. 결과론이기는 해도, 도심부와 인접하면서도 철로 주변지역의 열악한 주거환경(소음, 도로구조, 분진, 인명사고 등)은 그 주변지역 주민을 마이너리티화하고, 도심 내외로의 자동차 교통의 흐름을 어렵게 하면서, 또 다른 속도에 의해 그 자신이 내몰리는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거기에 자동차 도로가 중심이 되는 단거리 연계의 수요 증대와, 건널목이라는 접점에서 자동차, 보행자와의 관계에 있어 항상 우선 통행이라는 권한을 부여받은 절대적 존재의 공간이었기에 (도시내의 주류를 이루는 이동에 대해) 통로라기 보다는 경계로 인식되었고, (인접한 주거용지와 주택과의 관계에서는) 앞에 드러내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뒤로 감춰지거나 도시의 생활공간에 대해 등돌린 공간이었다는 점 등이 물리적 공간구조의 왜곡으로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도시철도의 주변지역이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남게 되는 것을 사회적 약자가 열악한 환경으로 밀려나는 사회적 불공정의 문제로 볼 것인가, 아니면 환경의 질과 생활의 질의 상관성이 빗어낸 단순한 인과관계로 볼 것인가? 폐선부지의 활용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던 1998년부터 2000년 사이의 상황에서 주민들의 경전철 반대의 목소리는 그 인과관계를 끊고 사회적 불공정이 고착화되는데 대한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담보로 성립한 역설적 이름의 푸른길, 전원적이며 유토피아적이기까지 한 그 이미지에는 폐선부지라는 의문의 터에서 구해지는 도시공간의 사회적 공정성 제공 역할(공공성)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도시철도 폐선부지로부터 푸른길 가꾸기 - 내셔널 트러스트의 또 다른 형태
폐선부지 푸른길 가꾸기의 주민참여는 <광주 도심철도 폐선부지 푸른길 가꾸기 운동본부>를 한 축으로 전개된다. 이는 1999년 푸른길가꾸기 시민회의를 필두로 진행된 다양한 시민, 전문가의 참여의 바탕 위에서 결성된 범 시민단체이다. 그 1단계는 푸른길 조성 기금의 확보이며 나아가 조성과 관리에 있어 주민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공유성을 확보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푸른길의 실현이 장기화되면, 부지가 갖는 지형적인 약점과 쇄석 방치에 따른 부분 구간들간의 정비·관리 수준의 차이, 간선가로로부터 드러나지 않는 미조성 구간등의 현실과 푸른길이란 상징적 이미지와의 갭이 요인이 되어 시민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거나 주민들로부터 모니터링 되지 못하는 피폐화된 공간으로 바뀔 가능성도 다분하다. 따라서 그 공유성과 공공성의 탄력을 유지하는 것 또한 커다란 관건이다.
자연공원이나 녹지를 중심으로 거론되어온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이 최근 들어 도시적 공간에까지 확대되는 경향(부산의 100만평 문화공원과 마산의 한국은행 부지 공원화 운동 등)을 볼 때, 광주도시철도 폐선부지 푸른길도 시민 헌수기금이라는 형태를 취하고는 있지만 조성기금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시민의 공유성이 담보된 내셔널(로컬) 트러스트 운동의 일종이다.
도시철도 폐선부지의 철도부지 자체는 국공유지인만큼 그 공공성의 소유는 분명하다. 또한 도시공원으로 도시계획이 결정되면 행정이 공원의 조성과 관리를 맡게 되는 셈이므로 그 공공성의 주체 또한 분명해지지만 시의 재정여건과 예산 수립의 우선 순위를 감안할 때 전체 구간이 어느 정도의 균형 잡힌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를 전제로 해도 10년 정도의 기간이라는 대략의 추정이 가능하기에 조성기금의 마련은 행정과 주민참여의 파트너쉽이라는 공공성 실현의 수단이 요구되는 것이다.
단계적이라고 하더라도 환경녹지부문에 예산이 우선 투입되길 기대되기 어렵다는 1차적인 요인 외에 폐선부지의 물리적 여건, 즉 좁고 길고 주변지역의 여건이 매우 다양하다는 공간적 취급의 난이함으로부터 역설적으로 시민참여 기금을 끌어내는 배경이 되고 있음이 주목된다.

도시 공간의 공공성 담론의 가능성
광주도시철도 폐선부지가 생명의 푸른길로 태어나고 도시공원으로서 시민들에게 이용되고 사랑받게 된다면 그것이 거기에 심겨진 나무와 풀과 조성된 산책길과 이용시설의 편의성에 의한 것일까? 그보다는 푸른길이라는 막연한 전원적, 생명체적 이상이 갖는 이미지에 잠재된 가능성 때문이지 않을까? 그 공간 형식에서는 공원이라는 논리를 빌리고 있지만, 조성과 관리가 행정에 맡겨져 시범적 풍경화된다거나 공유성면에서 다분히 피폐화되어 버릴수도 있는 익명의 공간으로서가 아니라, 시민참여에 의해 조성기금이 더해지고 가꾸어지고 접촉가능한 생활공간으로서의 일상적 이용성이 유지되는 공정(公庭)이 될 때 그 이미지는 발현될 것이다. 폐선 이전부터 오랫동안 철도부지 곳곳에 일궈지던 주민들의 작은 텃밭들과 화단의 여유, 계절에 따라 자기 영역을 확보해가며 저절로 자라는 들풀들이 오히려 버네큘러(vernacular)한 풍경으로서의 옛 기차길의 어노니머스성인런지도 모른다.
폐선부지를 대상으로 한 광주비엔날레 프로젝트4 공공예술 부문-접속-의 전시작품들이 작가성을 뒤로 두고 site oriented된 해석들을 다양하게 내어놓으려 한다는 점이 그것을 말해준다. 또한 철도 폐선부지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앞서간 사례들이, 빠른 속도라는 혜택의 시대를 거친 이후 새로운 대상으로서 <인간적 속도·보행>에 눈을 뜨고 그 터전을 만들어내려 한 면에서 공통점이 발견된다는 것도 그 논거가 될 것이다.


조동범 Cho, Tong-Buhm
전남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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