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도시공원은 도시에 있어서 대표적 공공시설에 속하는 도시기반시설일 뿐만 아니라 조경대상지 가운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오픈스페이스에 해당한다. 도시공간을 계획, 설계하고 관리하는 것은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도시를 보다 쾌적하고 효율적인 생활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서는 계획이나 설계 및 관리가 소수의 전문가 그룹 및 행정기관에 의해서 이루어지기보다는 다양한 기법의 연구와 주민들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대도시지역일수록 경제성과 편리성을 추구하는 개발위주의 도시정책을 추진해온 결과 많은 공원녹지공간이 잠식되었으며, 도시화의 역기능적인 요소가 부각되고 환경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된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개발로부터의 보호 또는 보전과 더불어 공원녹지공간을 확충하는 정책을 펴게 된다. 특히, 대도시지역의 경우 공원녹지공간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 도시공간에 있어서 양(量)적인 확충과 물리적인 시설계획에 치중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흔히 21세기는 환경(생태)보전과 문화 및 정보의 시대라고 한다. 공원이라는 것이 조경에 의해 자연과 문화가 결합한 공간이라는 태생적 의미(정의)를 돌이켜 볼 때 공원이용프로그램의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의미가 있으리라고 본다.
공원조성 과정 및 이용프로그램 운영 실태
도시공원법에 나타난 도시공원의 기능을 살펴보면 도시에 있어서 쾌적한 도시환경을 형성하기 위하여 자연경관을 보호하고, 건전하고 문화적인 도시생활의 확보 즉 시민의 건강·휴양 및 정서생활의 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장소로서 "이용자"를 고려하고 있다.
또한 건설교통부에서 제정하여 고시한 조경기준(2000. 6. 20)을 보면 조경을 "생태적, 기능적, 미적으로 조경시설을 배치하고 수목을 식재하는 것"으로 가장 짧으면서도 함축적인 내용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도시공원과 조경의 정의중 "기능"적인 측면은 이용을 전제로 하게 되고 그곳을 이용하는 이용자(시민 또는 주민)가 있게 된다.
그러나 그동안의 현실은 공원의 계획 및 설계, 시공(조성), 운영(이용 및 관리)과정에 있어서 이용자의 참여가 배제되었거나 계획 및 설계전 설문조사와 같은 형식적(간접적) 참여에 그쳤으며 대부분 전문가 그룹에 의해 일방적으로 제공되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우선 이글에서는 공원의 계획 및 설계단계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의 주민(이용자)참여 실태와 지방자치화 등 시대적 상황 그리고 서울시의 공원이용프로그램 사례를 통해 그 가능성을 살펴 보고자 한다.
1. 공원계획 및 설계과정
일반적으로 공원은 자연환경, 인문·사회환경 등 당해 공원이 입지한 제반여건을 종합분석한 후 기본구상을 하고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때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로부터 설문조사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많은 고민없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이용자에게 잠재되어 있는 다양한 욕구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규상에 열거되어 있는 공원시설을 물리적 공간위에 배치하는 시설위주의 계획을 함으로써 대부분 천편 일률적인 공원설계에 그치게 된다.
그리고 분석에서부터 기본구상(기본계획)까지는 그래도 비교적 진행이 잘되고 있으나 기본 및 실시설계기간의 부족과 이용 및 관리부문의 취약으로 실제 공원이 조성되었을 경우 당초의 기대에는 훨씬 못미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이용자에게도 매력적인 공간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야외무대를 계획하였는데 실제 공연 등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조명 및 음향시설의 미흡, 야외무대 주재료와 어울리지 않는 스탠드와 관람석 벤치 등이 시공되고, 수질·수생식물·수서곤충 및 어류 등 생물서식공간으로서의 기본요건이 결여된 외형상의 디자인만을 중시한 생태연못, 뚜렷한 주제나 특성없이 교목과 관목 및 초화류를 집단적으로 식재한 자연학습원 등에서 실제 공원이용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를 발견하게 된다.
이와 같은 결과는 계획 및 설계에 있어서 feed back과정과 대부분의 경우 이용후 평가과정이 결여 되거나 미흡한데서 기인하게 된다.
2. 공원조성(사업시행) 과정
공원은 대표적 공공시설로서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와 정부투자기관 등 공공기관이 사업시행 주체가 되므로 공원조성(사업시행) 과정에 있어서는 명예감독관제도와 같은 형식적인 참여 이외에는 실질적인 주민참여는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시설한지 오래되어 노후된 어린이공원을 주민참여형 방법으로 재정비하면서 계획 및 설계 과정은 물론 공원조성과정에 주민참여방법을 도입하고 있으며 조성이후에는 자율관리모임을 구성하여 관리운영과정에도 주민참여가 이루어지도록 계획하고 있다.
3. 공원운영(이용 및 관리) 과정
바야흐로 지방자치시대에 있어서 공원·이용 및 관리분야는 주민참여를 가장 많이 이끌어 낼 수 있는 분야라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이전까지는 자연감상 및 산책 등 주로 정적인 위락기능 위주였으나 점차 동적이고 능동적인 위락 활동이 증가하면서 공원관리부서에서도 잔디밭 개방, 전시회 및 공연장으로서의 공원기능 확대, 무료야외예식장소로의 활용 등 시민에게 공원이용을 확대하게 되지만 주로 한시적이며 이벤트적인 이용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가 90년대 후반인 `98년에 이르러서야 남산야외식물원의 자연학습프로그램, 길동자연생태공원의 생태관찰프로그램과 같은 자연환경 해설 및 체험프로그램 등이 도입되어 현재까지 정기적인 프로그램으로 지속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2000년도에는 인천호프집 사고이후 청소년 문화공간 확충의 일환으로 천호동공원내 관리사무실 공간의 일부를 활용하여 청소년문화기획자의 자문을 받아 만화·영상·댄스·청소년신문 등 청소년 전용 문화공간(청소년미디어센터)을 조성하면서 이벤트성이 아닌 정기적인 청소년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또한 자연자원인 근교산(남산·아차산·관악산도시자연공원)에서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등산을 하면서 전문가가 역사·문화와 자연생태를 해설하는 숲속여행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여 근교산의 가치 재발견 및 자연사랑의 계기를 만들었으며, 여의도공원에서는 일반대중과 함께 하려는 유명 예술가와 함께하는 일종의 퍼포먼스인 문화예술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이와 같이 도시공원내에서 일회성 내지는 이벤트성이 아닌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공원이용프로그램의 운영사례를 통하여 공원문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오 순 환 Oh, Soon Hwan
서울시청 공원녹지과 자연공원팀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