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학이 우리 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초기에는 조경이 단순한 배식의 개념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점차 옥외공간 전반에 관한 계획 및 설계, 시공, 관리의 폭넓은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는 상황에 있다. 유용하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옥외환경의 창조에 목표를 두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통한 쾌적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조성하는 학문이 조경이라면, 이 분야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영역이 바로 편의시설과 관련된 옥외공간의 조성인 것이다.
조경공간의 편의시설이 갖는 의미
우리는 옥외환경에서 공간이 어떻게 설계, 시공되었는가에 따라 불편을 겪을 수도 있고 편리함을 느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기가 탄 유모차를 미는 엄마, 많은 짐을 들어 거동이 불편한 사람, 임신한 여성, 병약한 노인,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계단이나 도로의 연석이 어떻게 설치되었느냐에 따라 공간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가 있다.
모든 사람들은 일생동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정 기간 혹은 영구적으로 신체적인 장애를 경험하게 된다. 단지 어느 일정 기간 동안에만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는 잘못 조성된 공간이 다소의 불편을 줄 뿐이지만, 영구적인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갖은 어려움에 처하게 만들어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좌절에 빠지게 만든다. 근래에 신체장애인에 대한 일반인의 태도는 점차 개선되어, 이들이 보다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교육 및 취업의 기회가 좀 더 다양하게 주어지는 추세에 있다. 이 말은 결과적으로 신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교육과 일터를 오고 가는 데에 어려움이 없는 환경이 필요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건축분야에서는 의식, 법규, 조례, 기준, 시행 등 어느 정도 barrier-free 디자인에 대한 측면이 구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옥외공간에서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건물과 건물 사이 혹은 자동차나 버스로부터 건물로 이르는 사이의 공간에 장애요소가 있음으로 해서, 결국 건물을 포함한 주변의 환경 모두가 또 다른 하나의 거대한 장애물이 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옥외환경의 구성요소나 부분이 세심하고 주의 깊게 설계되어 모든 사람이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즉, 모든 사람이 자기가 가고자 원하는 곳은 어느 곳이나 불편을 느끼지 않고 어려움 없이 갈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개념으로부터 출발한 barrier-free 조경설계는 공적 공간이든 사적 공간이든 공간의 내부와 외부의 각종 요소간의 물리적 관계성을 고려하여 접근성을 증대시키고자 함이 그 목적이다.
조경공간내의 인간에 관한 기본적 고려사항
우리의 주변 환경을 살펴보면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대부분의 옥외공간이 일반적인 성인을 기준으로 하여 설계, 시공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각해보면 성인도 키 작은 어린 시절이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이가 들면 신체가 노화되어 젊다면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육체적인 일도 제대로 행하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양손에 짐을 들고 닫힌 문을 열고자 할 때, 힘에 부치는 무거운 이사짐을 옮기고자 할 때, 아기가 탄 유모차를 이끌고 계단을 오르내려야만 할 때, 우리는 짧은 시간이지만 영구적으로 신체적인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난처함과 좌절감을 체험하게 된다.
우리는 조경가로서의 중요한 임무가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신체 조건을 고려하여 공간을 설계, 시공하여 우리 주변의 옥외환경에서 신체적인 장애 정도와는 관계없이 모든 이용자들이 잘못 만들어진 환경으로 인해 실망감과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조경가가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려면 먼저 옥외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신체 조건, 특히 장애를 지닌 사람들의 신체 조건에 따르는 환경적 요구 측면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김 신 원 Kim, Shin Won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학부 교수,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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