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무더위에 심신이 지쳐있을 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활기와 희망을 주는 나무가 있으니 바로 자귀나무이다. 정갈하면서도 기품이 있고 소담하나 넉넉한 풍채에서 멋과 여유를 함께 지닌 여름 신사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자귀나무가 속한 무리(Albizia)는 대부분
아열대나 열대지역이 원산지로서 전세계에 약 100~150여종이 분포한다. 그중에서 자귀나무는 내한성이 매우 강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중부지방까지 자라고,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와 미국 및 유럽의 남부지방에 분포한다. 특히 1918년 유명한 식물수집가인 윌슨에 의해 서울에서 종자로 수집되어 아놀드 수목원(Arnold Arboretum)에 자라고 있는 품종(ErnestWilson)은 풍성한 흰, 분홍색 꽃과 긴 개화기간(6월말~9월말), 그리고 강한 내한성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자귀나무는 약 10m이상 자라는 교목이나 대개 비스듬히 눕는 수형으로 아교목 형태를 보여주며, 수관은 윗부분이 편평하거나 우산형이다. 수술대가 빚은 둥근 형상의 핑크빛 꽃차례는 7~8월을 수놓는 우아미(優雅美)의 절정으로 그 고운 빛깔을 일컬어 서양에서는 실크트리(Silk Tree) 또는 핑크미모사(Pink Mimosa)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섬세한 질감을 나타내는 매우 작은 잎은 10~30개 정도가 미모사 잎처럼 마주 달리는데, 중국에서는 그 다정한 모습을 부부의 금슬(琴瑟)에 비유하여 합환수(合歡樹), 다정수(多情樹) 등으로 불렀다 한다. 자귀나무는 공원의 녹음수, 개인정원의 상징목과 관상수로 적합하며, 도로변의 가로수로도 매우 좋은 수종이다. 다만 가로수로 사용할 경우 아랫쪽 가지가 갈라지거나 비스듬한 수형을 가진 개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한 이 나무는 해수욕장이나 관광지 등의 폭이 넓은 진입로의 중앙분리대에 사용하면 매우 특색 있는 경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자귀나무는 매우 강한 양수성 수종이기 때문에 생태적 계획에서는 숲 가장자리나 야생초화원의 초점 또는 경관 프레임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원의 녹음 식재 시에는 따뜻한 색계열의 핑크빛 꽃과 조화를 이루는 노랑 또는 붉은색 꽃이나, 대조를 이루는 차가운 색계열의 하늘색 또는 푸른색 꽃을 가진 야생화를 하층에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겠다. 자귀나무는 생태적으로 햇빛을 좋아하는 양수성 수종으로 내한성, 내건성, 내공해성이 우수할 뿐 아니라 토양요구도가 낮아 척박한 입지에서도 잘자라며 생장속도가 매우 빠른 수종에 속한다. 번식은 주로 실생법으로 하며, 종자파종은 대개 3~4월에 하는데 파종 10일전 2회 열처리(80℃온도)를 한 후 습한 모래토양에 파종한다.
(자료제공 : 전승훈 경원대학교 도시·조경학부 교수)
※ 키워드; 자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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