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形) 만들기의 영원한 화두 - 아폴로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
나의 대학 시절, 설계란 무엇이고 형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건축학도에게 있어 대학에서의 설계교육이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적을 두고 있던 서울공대 건축과에는 이광노·김희춘 두 분의 교수가 스튜디오를 담당하였는데 설계시간은 거의 방임하는 상태였고 우리끼리 알아서 혹은 선배의 도움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 고작이었다. 대학 4년에 두 개의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 하나는 경주시 도시와 건축의 설계였고 다른 하나는 오늘날 건축대전에 해당하는 대한민국 국전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나는 4명이 한 조가 되어 소위 ‘마가팀’ (마스터플랜팀을 이렇게 불렀고 이와 라이벌로 건축가 김원이 중심이 되어 불국사 쪽을 담당한‘불가팀’이 있었다)을 만들어 작품전시회를 했고 그 팀 그대로 ‘학생촌 계획’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국전에 출품하여 당시 건축과 5팀중에서 유일하게 특선을 차지하였다. 그 프로젝트는 미술공예스튜디오, 교육관, 기숙사등이 포함된 일종의 디자인 공방인데, 며칠이고 밤을 새워 모델로 연못을 만들고 산책길을 포장하던 기억이 난다. 아마 이때부터 조경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대학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만든 졸업설계는 내 개인 작품인데 역시 건축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소박한 단층의 클럽 하우스로서 단지설계에 가까운 것이었다. 우리 팀의 조장 격인 손학식은 도미하여 세계적인 포스트모던 건축가인 게리(Frank O. Gehry)설계사무소에서 십수년을 일한 뒤 LA에 자기 사무소를 열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작품생활을 하고 있다. 김무현은 오랫동안 건설회사에 근무하다가 몇 년전 역시 설계사무소를 개설하였고 김원일은 보수적인 워싱톤 DC에서 20여년간 일하다가 최근에는 미8군내의 암코(America-Korea)회사에서 설계 일을 하고 있다. 40여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수시로 만나 처음 건축을 시작할 때의 정열을 가지고 건축관, 건축세계, 건축작품에 대하여 격론을 벌인다. 언젠가 우리 다시 모여 이 시대를 대표하는 멋있는 건축을 만들자고 다짐하면서.
※ 키워드: 형만들기, 아폴로적인 것, 디오니소스적인 것
※ 페이지: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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