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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추억 속 올림픽공원
  • 환경과조경 2024년 6월

가정의 달, 5월이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이라서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할 수 있는 어린이날,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를 보답하는 어버이날,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각주 1) 스승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스승의 날, 부처의 탄생을 기념하는 부처님 오신 날. 각종 기념의 날이 주마다 있다. 어렸을 땐 공휴일이 많고 수업 말고 야외 활동을 많이 해서 좋은 달이었다. 하지만 이젠 챙겨할 날이 많아졌다(통장이 텅 비는 텅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념일들이 왜 5월에 이렇게 몰려 있는 걸까.

 

다양한 가설을 세우며 나름 합리적인 이유를 날씨에서 찾았다. 봄에서 여름으로 향하는 5월, 옷차림도 가벼워지니 야외 활동하기 좋은 날씨의 연속이다. 가족, 친구, 지인들과 밖에서 재미난 추억을 많이 쌓으라고 조상들이 이맘때로 날짜를 잡아보자고 한 것 같다(필자의 뇌피셜(?)이니 믿거나 말거나). 날씨가 좋은 탓에 이번 달은 밖에서 보낸 날이 많았다.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진행을 위해 뚝섬한강공원에 자주 갔다. 한강공원에 있으면서 사람들을 유심히 보게 됐다. 한강공원하면 떠올리는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은 물론 보드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 아이와 함께 배드민턴, 캐치볼 등 운동을 즐기는 사람, 런닝 크루 등. 이곳에서의 행위를 나열하는 것만으로 이 지면을 가득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이 사람들을 보니 나는 공원에 가면 무얼 하지, 첫 공원은 어디였지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번호 ‘밀레니얼의 도시공원 이야기’를 편집하며 이 꼬리의 끝에 도달했다.

 

보조 바퀴를 떼어낸 두발자전거를 연습하기 위해 신명진 박사가 향했던 올림픽공원. 올림픽공원이란 단어를 보자마자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올림픽공원 곳곳에 많은 추억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공원은 서울에 온 뒤 처음 방문한 공원이다. 어린이날이면 올림픽공원 88마당과 평화의 광장을 매년 찾았다. 넓은 잔디광장의 88마당은 당시 어린이날이 아니면 개장하지 않았다(현재는 6월부터 10월까지 개방한다). 주차를 위해 아빠는 차에 남고 엄마, 언니와 함께 잔디광장의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88마당으로 달려갔다. 그늘 밑은 빠르게 솔드 아웃이었지만, 그날은 어딜 앉든 좋았다. 88마당에 가면 꼭 배드민턴을 쳤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배드민턴 채를 잡고 둘씩 짝을 지어 승부욕을 불태웠다. 열심히 움직이고 난 뒤 향하는 곳은 평화의 광장. 당시 유행이었던 롤러스케이트를 타기 위해서였다. 평화의 광장은 대리석으로 포장되어 있고 평지 광장이라 롤러스케이트를 타기엔 안성맞춤이다. 평화의 문에서 시작해 올림픽 운동 조형물인 ‘서울의 만남’을 반환점 삼아 돌고 다시 평화의 문으로 향하면 10~15분가량의 코스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몇 바퀴 돌다 보면 경쟁자를 발견한다. (상대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저 친구만 앞질러 보자며 혼자 고군분투하며 롤러스케이트 실력을 쌓아갔다. 신 박사는 올림픽 프라자를 어린이 체육공원으로 꼽았는데, 나에겐 88마당과 평화의 광장이 어린이 체육공원이었

다.

 

추억을 뒤적거리다 깊숙이 박혀 있던 기억 하나를 발견했다. 녹음이 짙은 나무를 배경 삼아 졸업 사진을 찍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졸업식 이후로 절대 꺼내 보지 않은 사진이라 더더욱 잊고 있어서 그런지 어디서 찍었는지 모르겠다. 어딘지 알고 싶어 종합안내도를 보는데도 찍은 장소의 형상만 생각나지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어떤 구조물에 일렬로 앉아 조별 사진을 찍었던 장면이다. 아마도 문화올림픽을 위해 올림픽공원을 조각공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세운 조각(각주 2) 앞에서 찍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한강공원에서 떠올린 질문에 답을 찾는 여정이 추억 여행으로 변질됐지만, 돌이켜보니 올림픽공원을 참 알차게 이용했다. 하지만 요즘 공원을 일 외로는 잘 안 간다. 목적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이 공원이라지만, 이유 없이 어딘가를 가기 어려워해 발걸음을 옮기기 쉽지 않다. 동네 공원이 리모델링됐다고 하는데,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본다는 핑계 삼아 퇴근길에 들려보면서, 공원 한구석을 아지트로 활용해봐야겠다. 그럼 다시 공원에 가는 횟수가 늘어나지 않을까.

 

**각주 정리

1.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노래 가사를 인용했다.

2. 신명진 박사의 자전거 연습기와 올림픽공원을 조각공원으로 활용한 이야기는 110~117쪽에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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