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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작은 자연과의 연결
블루메미술관, ‘자연애호가들’ 전
  • 환경과조경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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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띵즈, ‘세상에 없던 식물원’, 6채널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매트리스에 스프레이, 식물, 가변설치, 2023

 

 

자연을 자연으로만 이야기하고, 자연과 자연이 아닌 것의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블루메미술관은 아마 이 질문에 불가능하다고 답할 것이다. 2013년 개관 이래 블루메미술관은 줄곧 자연과 연결되는 미술관을 지향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관 10주년을 맞아 1년간의 연구 기간을 보내며 블루메미술관은 “지평을 넓혀 동시대 사람과 자연의 모습을 살피며 읽어”냈고, “여전히, 그리고 전에 없던 방식으로 자연과 연결되고자” 한다는 새로운 미션을 세웠다. 지난 5월 13일 시작된 ‘자연애호가들(Calling Nature Lovers)’ 전은 그 미션이 무엇인지 알리는 첫 발걸음이다. 영상설치, 회화, 조각, 사진, 사운드, 북큐레이션 작품 9점과 전시장과 자연 공간을 오가는 동선 안에서 자연을 만나는 다양한 방식을 경험해볼 수 있다.


미술관 안팎

자연의 경계가 불명확하듯 전시 역시 건물 입구를 경계로 나뉘지 않는다. ‘자연애호가들’ 전시는 미술관 앞마당의 잘 가꾸어진 정원을 마주하는 데서 시작된다. 블루메미술관 관장과 학예사는 정원이 자연을 향한 하나의 창이 될 수 있다고 믿으며 손수 정원을 가꾸고 있다. 색채와 높낮이가 다양한 식물을 스쳐 계단을 오르고, 주홍빛 능소화가 늘어진 콘크리트 담을 지나면 전시장의 입구가 나타난다. 뜨거운 여름의 햇빛을 막 피해 들어선 방문객을 향해 큐레이터가 묻는다. “전시 보러 오셨나요? 들어오는 길에 만난 정원에서 무엇을 보셨나요?” 큐레이터의 물음은 방문객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동시에 전시에 몰입하게 만드는 실마리가 된다. 정원에서 본 것이 무엇이든 혹은 정원을 전혀 인식하지 않고 들어왔든,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방문객 스스로 자연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를 어렴풋하게 깨닫게 한다.


아늑한 밤으로의 초대

뙤약볕 아래 생동하는 자연과 활기찬 사람들로 가득한 바깥과 달리 전시장은 어둑하고 차분하다. 전시에서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작품이 분위기를 더욱 배가한다. 베리띵즈는 푹신한 매트리스 위에 현미경을 통해 본 미생물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전시 포스터 뭉치를 올려놓았다. 별도 설명 없이 놓인 작품을 보며 관람객은 자신만의 해석을 펼치는 데 집중하게 되고, 밤과 잠을 연상하게 하는 매트리스는 좀 더 편안해진 몸과 정신으로 전시에 몰입하도록 돕는다. 이 매트리스는 베리띵즈의 영상설치 작업 ‘세상에 없던 식물원’에서도 발견되는데, 매트리스와 함께 설치된 화분들이 침실에 들어온 듯한 아늑함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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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띵즈, ‘세상에 없던 식물원’,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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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으로 본 미생물을 재해석한 조형물

 

 

환경과조경 424(2023년 8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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