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은 의심할 바 없는 ‘세계의 공장’이다. 세계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2010년 이후에는 최대 생산국 자리를 차지했다. 경제 규모의 격차 또한 다른 나라들과 해가 다르게 벌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는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과 값싼 토지, 느슨한 환경 규제에 의존해 풍요를 누리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중국의 환경 문제는 단순히 자국 내 문제로 치부될 수 없는 성격을 띤다. 지금 중국의 경관을 결정짓는 것은 세계 시장의 변화, 곧 인류의 가파른 소비 성향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널리 알려진 캐시미어의 비극이다. 캐시미어는 일반적인 양털과 달리 캐시미어 염소의 목덜미 부근에서만 자라는 짧은 털duvet로서, 급격한 온도차로부터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바깥쪽의 거친 털 사이에서 촘촘히 자라는 미세한 섬유다. 털을 깎아 만드는 울과 달리, 캐시미어는 양치기들이 조심스럽게 빗질해 수확한다. 중국 내몽고內蒙古 지역은 예로부터 캐시미어 중에서도 최상품을 생산하기에 최적의 기후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캐시미어를 활용한 사치품 수요의 급증은 이 지역의 삶의 방식과 경제에 급격한 변동을 가져왔다. 가격의 급등과 외부로부터 유입된 투자 자본은 전통적인 형태의 이동식 방목이 유지해 오던 염소의 적정 비율과 수의 균형을 깨고 초원을 황폐화시켰다. 드넓은 초지는 사막으로 바뀌고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마을을 버리고 떠나갔다. 사막화로 인해 소실된 마을이 약 2만5,000개로 추산된다.
한편 중국의 서부는 일찍이 각종 중공업 기지를 건설하는 데 따른 에너지원을 충당하기 위해 광대한 면적의 숲을 벌채해 왔다. 사막화방지협약에 제출된 2006년도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의 사막 면적은 정확한 통계를 얻기 힘들지만 전체 국토의 약 27%로 늘어났다고 한다. 반면 초지의 경우 1980년대 이후 해마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2000년까지는 매년 서울의 네 배 크기로 사막이 확대되고 있었으며, 그 중에서도 쿠부치库布其 사막은 베이징 서쪽 400km 지점까지 전진해 왔다. 한국으로 날아오는 황사의 약 40% 가량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의 주요 도시들은 황사에 의해 시민들의 건강과 도시 기능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으며, 급기야는 베이징 천도에 대한 논의까지 이르게 되었다.
권병현 미래숲 대표는 주중 대사로 재임하던 1990년대 후반부터 사막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리고 쿠부치에 폭 800m, 길이 15km의 녹색 띠, 즉 녹색장성Great Green Wall을 만들어 사막의 진출을 막는 것이 가능함을 중국과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학자들은 이동식 사막이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재앙이고 무모한 일이라며 말렸지만, 희수의 나이에도 식을 줄 모르는 권병현 대표의 신념과 열정은 불가능에서 희망의 씨앗을 틔웠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to Combat Desertification(UNCCD)은 그간 미래숲의 활동을 높이 평가하여 10억 그루 나무 심기Billion Trees in Desert 운동을 함께 시작했고, 처음에는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던 중국 정부도 이제는 오히려 더욱 열성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공청단을 주축으로 중국은 2050년까지 4억 헥타르에 달하는 숲을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유엔은 권병현 대표를 ‘지속가능한 토지 관리 챔피언Sustainable Land Management Champion’ 및 ‘건조지 대사Drylands Ambassador’로 임명해, 미래숲의 녹색장성을 통한 그의 값진 경험을 사하라 남부 사헬 등 전 세계적으로 사막화가 심각한 곳을 복구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권병현 대표를 매개로 한 한중 협력 사업은 지금까지 약 2천8백만 그루의 나무를 식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단적인 환경인만큼 나무의 생존 여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열악하다. 지금까지 다양한 수종에 대한 실험을 통해 백양나무와 사류沙柳나무를 주로 식재하고 있다. 잎이 없는 막대기 형태의 가지에 수분 억제제를 도포하고 1m 이상 깊이에 식재한다. 또한 바닥에는 나뭇가지 단을 격자형으로 깔아 바람에 저항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구의 이동을 최대한 저지시키는 방법을 이용한다. 쿠부치는 인근 황하 지류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지하 수고가 높아, 그나마 유리한 환경이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언덕은 그 어떠한 생명체도 허락하지 않을 것처럼 황량해 보이지만, 미래숲의 녹색장성 사업은 면밀한 관찰과 끈질긴 실험, 철저한 사후 관리를 통해 60~70%에 가까울 정도로 경이로운 활착율을 달성해 왔다.
이 꼭지를 연재하고 있는 인터뷰어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뉴욕 오피스를 이끌며 10여 차례의 해외 공모전에서 우승했고, 주요 작업을 뉴욕시립미술관 및 소호, 센트럴파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지의 갤러리에 전시해 왔다. 저서로 『시티 오브 뉴욕』(공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