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1은 1,535˚C 이상에서 녹습니다. 불순물의 함유량에 따라 다르지만요. 인류가 불을 다루게 되면서 철기 문화가 시작되었고 두 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를 뛰어넘는 혁명이 되었죠. 온도 조절 기술은 철의 제조와 가공 기술을 발전시켰고 사회의 발전 또한 가속화했죠. 철의 대량 생산과 함께 시작된 산업 혁명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삶의 질은 철과 함께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그 쓰임이 우리 생활과 밀접해서 지금도 우리는 철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높은 강도를 요구하는 시설이나 강한 힘으로 버텨야 하는 부품에 쓰이고 그것을 연결하는 작은 부속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되죠. 대개 설계 도면을 작성할 때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기성품을 반영하고, 이를 시공에 옮길 때는 공사 현장으로 전달된 부품을 단순 가공·조립하는 과정이 반복되죠. 재료의 성질 자체보다는 목적에 맞는 제품의 완성과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철(재료)을 기능이 아닌 재료의 시간적 속성, 물성 따위의 감성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철과 철을 담고 있는 공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작업에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철은 광석에서 유용 광물useful mineral을 분리해 내는 선광mineral dressing과 제련 공정을 통해 태어나는데, 제련된 금속이 필요한 모양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공공정이 필요합니다. 주조casting는 만들고자 하는 모양의 공간을 갖는 틀(주형)에 금속을 부어 넣고 굳히는 작업이고 소성은 금속에 열과 힘을 가해 변형하고 모양을 만드는 것이죠. 그 외에는 단조forging, 압연rolling, 인발drawing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순수한 철은 강도가 약해 구조용 재료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강도를 높이기 위해 탄소를 더해 합금으로 만든 것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철이죠. 탄소의 함유량에 따라서 철을 강鋼, 순철純鐵, 주철鑄鐵로 나눌 수 있는데, 조경 소재를 만들 때는 대개 강도가 높고 가공하기 좋은 ‘강’을 활용한 판재나 선재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피할 수 없는 단점이 하나있어요. 바로 녹rust입니다.
녹스는 건 철이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산화되는 걸 의미하는데 그 과정에서 철의 색이 바뀌게 되죠. 결국 녹슬지 않게 하려면 철이 공기 중의 기체와 반응하지 못하도록 도료(방청 혹은 마감용)를 사용해 막을 쳐야 합니다. 내구성을 위해 재료의 성질을 가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철의 순수하고(?) 숭고한 맛은 사라질 수 있죠. 물론 일부러 겉을 치장해서 다른 효과를 얻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철에 크롬과 니켈 등 부식에 강한원소를 첨가한 합금입니다. 이름 그대로 녹슬지 않는 철을 뜻하지만 사실 녹이 잘 슬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실제로는 녹이 슬기도 해요.
이대영은 여기저기 살피고 유심히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작고 검소하며 평범한 조경설계를 추구하고 있다. 영남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우대기술단과 씨토포스(CTOPOS)에서 조경의 기초를 배웠다. 조경설계사무소 스튜디오 엘(STUDIO L)을 시작하고 작은 작업들을 하고 있다. www.studio8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