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3일, 서울시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의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4월 27일 기술 심사에 이어 본 심사가 29일 진행되었으며, 승효상 서울시 총괄건축가(심사위원장)를 포함해 국내외 건축·도시·조경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평가에 참여했다. 심사 결과 최종 당선작으로 네덜란드 건축가인 비니 마스Winy Mass(MVRDV)의 ‘서울 수목원The Seoul Arboretum’이 선정되었다. 2, 3등작은 조성룡(조성룡도시건축)의 ‘서울역고가: 모두를 위한 길The Seoul-Yeok-Goga: Walkway for All’과 조민석(매스스터디스)의 ‘흐르는 랜드마크: 통합된 하이퍼 콜라주 도시Continuous Landmark: Unified Hyper-Collage City’가 수상했다. 이번 공모전은 국제 지명 초청 공모의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수상작 3팀을 비롯해 후안 헤레로스Juan Herreros(estudio Herreros), 마르틴 라인-카노Martin Rein-Cano(Topotek 1), 창융허Chang Yung Ho(Atelier FCJZ), 진양교(CA 조경기술사사무소) 등 총 7팀이 참가했다. 최종 심사 결과 발표에 앞서 5월 10일에는 산책과 소풍 장소로 서울역 고가를 개방하는 ‘고가에서 봄’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서울역 고가 도로, ‘사람길’을 제안하다
당선작인 비니 마스의 ‘서울 수목원’은 서울역 고가를 대상지 주변 17개의 보행길과 연계된 하나의 공중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설계안을 제안했다. 서울시에 식재되어 있는 수목을 가나다순으로 심고, 그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를 유도해 지역 활성화를 촉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승효상 심사위원장은 “서울역 고가를 넘어선 지역으로 녹색 공간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점과 시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프로세스를 중시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폭 넓은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역 고가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었던 안전성을 개선하는 데에서 다른 작품보다 높은 디테일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비니 마스는 같은 날 진행된 인터뷰에서 “설계 개념인 수목원은 목적이 아닌 다양한 맥락을 이어주는 도구로 제시한 것으로 파편화된 도시 맥락을 연결하고 그 과정에 시민의 소통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매개체로 기능할 것”이라고 당선작을 설명했다.
2등작인 조성룡의 ‘서울역 고가: 모두를 위한 길’은 고가를 따라 놓인 주요 도시 거점에서 비롯된 7개의 공간(이야기)을 제안하고 이를 기존 고가 위아래로 중첩되며 이어지는 3개의 보행로로 엮어 내겠다는 안을 선보였다. 김영준 MP(김영준도시건축)는 “로컬 디자이너로서 시간에 따른 지형과 서울역 일대의 변화에 대한 리서치와 면밀한 분석 내용이 두드러졌으며, 이를 기반으로 제시한 비용 절감과 운영·관리의 방식이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이 오히려 안전성과 운영·관리라는 근시안적인 필요성만을 충족시키는 다소 소극적인 제안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리서치 내용과 서울역 고가가 갖는 문제에 대한 분석력이 두드러진 것에 비해 최종적으로 제시된 설계안이 구체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3등작인 조민석의 ‘흐르는 랜드마크: 통합된 하이퍼 콜라주 도시’는 서울역 고가의 서쪽 끝부터 동쪽 끝까지 이어지며 8개의 공간 개념(산의 재구축, 환영광장, 평범한 산책길, 흐르는 랜드마크, 도시등불, 도시마당, 3차원 역사 복원, 서울성곽 연결)을 통해 마치 콜라주처럼 각 공간의 경험을 하나의 시퀀스로 이어준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기본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구조 보강과 관련된 내용을 균형감 있게 선별하여 부분적인 고가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유용한 부분만을 활용하자는 안이었다. 김영준 MP는 “7개 작품 중 가장 완결적인 형태를 제안한 안이었다. 서울역 고가의 문제를 구체적인 디자인을 통해 잘 풀어내었으나, 기존 고가의 상당 부분을 철거하거나 변형한다는 점이 역사성을 존중하자는 공모의 의도와 상충되었다”고 전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먼 ‘서울 수목원’
승효상 심사위원장은 “현재 1등작으로 선정된 비니 마스의 작품도 서울역 고가의 확정적인 미래상이 아니며, 그 모습을 찾기 위한 밑그림으로 기능할 것”이라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프로젝트가 완료될 때까지 지역 주민 설명회, 분야별 전문가 회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며 당선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라 밝혔다. 덧붙여 “설계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한 후 6월 중으로 비니 마스와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 전했다.
조성일 본부장(서울시 도시안전본부)은 “본격적인 구조 보강작업은 10월부터 시작되고 작업 진행 상황에 따라 구간별로 단계적 시공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향후 사업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덧붙여 “모든 구간을 2017년까지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으며, 2017년 3월까지 전체 사업 대상지 중 일부 구간만을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아직 전체 구간의 완공 시기는 정해진 바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 당선작 발표에 앞선 지난 5월 7일, 교통 문제 해결과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담은 ‘서울역 일대 종합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구조 보강 작업 시 실시될 교통 통제에 따라 발생할 교통 혼잡을 최소화하기 위한 우회경로 확보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시는 동서 간선 도로 보강, 숭례문 서측 교차로 신설 등 주변 16개 교차로에 대한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모든 공사는 교통 통제가 이루어지는 시기인 10월 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조본부장은 “교통 개선 계획에 따른 공사가 완료되고 서울경찰청과 교통 통제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되면 서울역 고가에 대한 전면 교통 통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시는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을 앞당기는 계획을 통해 서울역 고가 도로의 대체 교량을 건설하는 사업이 최대한 이른 시기에 실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북부 역세권 개발 계획은 서울역 옆 철로 부지에 대형 컨벤션 센터와 호텔 등을 짓는 사업으로, 지난 2008년부터 민간 사업자 공모를 진행했지만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업자를 찾지 못했다. 서울시는 용적률이나 인센티브 등 규제 완화를 통해 빠르면 오는 9월 사업 공모에 나설 계획이라 밝혔다. 하지만 사업자를 찾더라도 ‘서울역 7017 프로젝트’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대체 교량 설치가 어려울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역 7017 프로젝트’는 노후화된 서울역 고가를 녹지·문화·소통의 공간으로 재생하고 쇠퇴한 공간에 활력을 불어 넣어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 나가기 위한 시도”라며 이번 공모전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날 비니 마스는 “좋은 프로젝트에는 항상 복잡한 상황과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그만큼 잡음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잡음이 더 많은 가능성과 논의를 일으킨다는 것도 분명하다”며 ‘서울 수목원’이 많은 사회적 참여를 유도하는 촉매로 기능하길 기대했다. 그러나 당선작 발표 소식을 들은 일부 시민들은 “사업 계획에 대한 계약을 확정하기에 앞서 얼마나 많은 의견 수렴이 가능할지”, “완공 후 유지·관리비는 어떻게 충당할지”, “서울역 고가 수목원 조성에 따른 교통 체증은 어떻게 해결할지” 등 이번 사업에 대한 의문과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본지는 다양한 가능성과 현실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분석하고 향후 ‘서울 수목원’과 서울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슈를 되짚어보고자 『환경과조경』 327호(2015년 7월호)에 지명 초청작 7작품과 비평을 수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