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거대한 돌덩이다. 우리는 어디서든 돌을 볼 수 있다. 돌과 함께 한 인류의 역사는 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석과 돌무덤 등 기념비적 이용부터 시대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석조 건조물에 이르기까지 석재 문화는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로마의 판테온, 중세의 교회 건축 등 석조 건조물에는 그 시대와 민족의 생활 양식과 풍토가 표현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불교문화의 산물인 신라의 석굴암과 다보탑, 백제의 미륵사지 석탑 등이 있다. 석재 기술은 기념비를 넘어서 일반 서민의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맷돌 등 일상 생활에 필요한 도구에서부터 돌확, 석등 등 정원 점경물과 교량의 상판과 기둥, 화단의 마감벽 등 구조재를 포함해 그 종류가 다양하다. 서양 문화의 수입과 경제 발전을 겪으며 이러한 장식재로서의 쓰임이 더욱 본격화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석재의 대부분을 이루는 화강석의 강도가 워낙 강해서 실용성이 높다는 점이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강화했을 것이다. 가공이 어렵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근래에는 특유의 장중함과 미려함을 살릴 수 있는 가공 기술의 발달로 인해 석재의 이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던 돌이 고급 재료의 가능성을 보여주게 되면서 구조재 보다는 장식재로 더 많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돌은 그 생성 기원에 따라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조경용으로 쓰이는 대표적인 석재는 화성암의 일종인 현무암과 화강암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화강석(화강암)이다. 현무암은 마그마가 땅 위로 분출되거나 지표 부근에서 빠르게 굳어서 생긴 암석인데 반해, 화강암은 땅 속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서서히 굳어져 생긴 암석으로 그 결정 입자가 현무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고 강도 역시 높다. 또한 문양으로 나타나는 결정 입자의 크기나 모양 또는 구성 물질이 다양하다는 측면도 화강석이 자재로서 갖는 장점이다. 이 화강석을 쓰임에 알맞게 쪼개어 가공하는 방법에는 돌눈에 따라 구멍을 일렬로 파고 쇄기를 박아서 쳐내는 방법과 기계톱으로 얇게 켜내는 방법이 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결의 무늬는 시간을 거스르는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돌 자체가 갖고 있는 생성과정의 유구함이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대영은 여기저기 살피고 유심히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작고 검소하며 평범한 조경설계를 추구하고 있다. 영남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우대기술단과 씨토포스(CTOPOS)에서 조경의 기초를 배웠다. 조경설계사무소 스튜디오 엘(STUDIO L)을 시작하고 작은 작업들을 하고 있다. www.studio8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