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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만지고 즐기는 ‘지붕감각’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
  • 조한결
  • 환경과조경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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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A의 ‘지붕감각’(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지난해 구름 풍선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신선놀음’에 이어 올해는 파동 형태의 거대한 지붕이 미술관 마당을 뒤덮었다. 갈대를 엮은 발로 만든 지붕이 바람에 너울거리듯 커다란 파동을 이루며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뉴욕현대미술관(MoMa-PS1), 현대카드와 함께 여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8_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는 올해의 최종 건축가로 SoA(이치훈, 강예린)를 선정하고, 작품 ‘지붕감각’을 지난 7월 1일 선보였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YAP)은 뉴욕현대미술관이 신진 건축가를 발굴하고, 이들에게 프로젝트 기회를 주기 위해 1998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공모 프로그램이다. 칠레(CONSTRUCTO), 이탈리아(MAXXI), 터키(Istanbul Modern)의 유명 미술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각국의 젊은 건축가를 발굴하고 있으며,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도입되었다. ‘지붕감각’은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9월 30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극대화된 지붕의 감각

최종 건축가로 선정된 SoA는 미술관 주변의 북촌 한옥마을과 경복궁의 지붕에서 영감을 받아 이번 작업을 진행했다. 오늘날 점점 사라져가는 지붕의 느낌을 되살려보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지붕의 형태를 수직적으로 왜곡하고 과장시켜 시각적 경험을 극대화시켰다. 또한 커다란 갈대발을 재료로 이용해 비와 바람에 스치는 갈대발의 소리와 움직임, 발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발이 만들어내는 그늘의 시원함을 동시에 체험하게 한다. 

지붕은 폭 1.5m, 길이 2.5km의 갈대발을 엮어서 만들었다. 강예린 SoA 소장은 “근 두 달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애타게 돌아다니며 ‘갈대발’을 생산하는 곳을 찾아보았지만, 한국에서는 더 이상 ‘갈대발’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작업 과정 중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국 SoA 팀은 중국 산둥 지방의 가장 큰 늪지대에서 갈대발을 생산하고 있는 마을을 찾아 3대째 갈대발을 만들고 있는 장인을 섭외해 갈대발 지붕을 완성할 수 있었다.


고정관념을 부수는 대안 건축

‘지붕감각’은 2차원적인 형태의 갈대발을 철골 지지물에 ‘걸어’ 3차원의 공간으로 구현했다. 따라서 지붕감각은 갈대발을 말아 올리거나 걷어서 상황에 따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갈대발은 소재의 특성상 덥고 습한데다 때로는 태풍까지 몰아치는 한국 여름 기후에 풍화되거나 마모되기 쉽다. 기후 상황에 따라 갈대발을 걷어 보관하고 마모된 부분은 여분으로 만들어 둔갈대발을 이용해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지붕감각’의 이러한 특징은 ‘건축은 한번 지어지면 변형할 수 없는 고정적인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부수고 대안 건축의 길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안과 밖, 반전의 묘미

‘지붕감각’의 가장 큰 묘미는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느슨하면서도 안과 밖에서의 체험이 극명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작품 밖에서는 지붕감각의 거대한 크기와 과장된 형태가 시선을 사로잡지만, 내부로 들어오면 소리, 향, 촉감 등 미시적 요소의 경험이 두드러진다.

당초 ‘지붕감각’의 내부 조경은 단순히 지형을 구축하고 잔디를 입히는 설정이었지만 롤 잔디의 비용과 관리 문제, 급박한 시공 일정 등으로 인해 불가능하게 되었다. 안기수 부장(울림조경), 김지환 과장(Studio L)과 함께 팀 동산바치를 결성해 ‘지붕감각’ 조경 부분의 설계와 시공을 진행한 최영준 소장(Laboratory D+H)은 “현장에서 테스트를 거쳐서 바닥 재료로 최종 확정된 바크는 우려와는 달리 철골 구조물을 안정적으로 받치고 소나무 수피 고유의 향을 공간 내부에 가득 채워 ‘지붕감각’의 감각을 진하게 더해주었다”고 전했다. 갈대발이 드리우는 그늘과 부드럽게 밟히는 소나무 바크, 수크렁과 관중 등의 식물이 어우러진 갈대발 내부로 들어오면 마치 숲 속을 걷는 기분이 든다. 갈대발을 지지하는 철골 지지대가 내부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아서 철재의 차가운 재질감을 완화시키고 기둥의 위압감을 줄이기 위해 둥근 마운드를 조성하고, 그곳에 여러 종류의 식물을 식재했다. 그중 가장 높게 쌓은 둔덕 위로 매트를 깔아 동선을 만들고 갈대발에는 구멍을 뚫어 안과 밖을 넘나드는 이질적인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최영준 소장은 “우리 팀이 가장 특별히 생각하는 둔덕이었는데, 미술관 측에서 이 마운드에 대해 ‘무덤 같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작가의 의도를 앞세우기 전에 공간에 대한 공공의 보편적인 인식도 존중해야 된다는 점에 수긍하고, 약간의 추가식재를 통해 논란을 잠재웠다”고 둔덕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미술관 제 8전시실에는 최종 우승팀과 최종 후보군의 설계안과 뉴욕, 칠레, 이탈리아, 터키에서 진행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우승팀의 작품이 전시된다. 한여름, 도심 속 피서지를 선물하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고 뜨거운 계절을 지나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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