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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감] 창덕궁 후원
  • 환경과조경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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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가 정영선은 ‘비원별곡’에서 “비록 사람이 만들었으되 하늘이 스스로 만든 듯 보이게 하는 『원야』의 원리가 바탕에 흐르는 것”이라고 창덕궁 후원의 작정 원리를 해석하고 있다. ⓒ김용택

 

창덕궁 후원. ‘공간 공감’ 코너에서 두 페이지로 다루기에는 그 무게감을 이기기 힘든 장소다. 국가대표 정원을 대상으로 허투루 설계 담론을 펼치다가는 뭇매를 맞을 것이 뻔하다. 게다가 한 차례, 그것도 제한된 시간의 가이드 투어를 통해 담론의 깊이를 추구한다는 것 역시 무리수다. 하지만 공간 자체가 위압적이거나 엄숙함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차분하고 정갈하다. 불과 몇 십 미터의 거리를 두고 복닥거리는 현대의 삶과 대비되는 고즈넉한 풍경이 펼쳐진다. 처음이 정원을 만들고 가꿔 온 다양한 스토리를 상상하면서 다른 각도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할 참이다. 메르스 여파로 비교적 한산한 토요일 아침, 해설사가 인솔하는 무리에서 가장 뒤쳐져 걸으며 ‘후원 달리 읽기’궁리를 시작했다.


후원은 왕의 정원이었다. 정원의 첫 시작은 지금부터 약 610년 전인 태종 때였다. 여러 왕을 거치면서 확장과 수정이 행해졌으며, 230여년이 지난 인조 때 옥류천 일대까지 조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시 140년의 세월이 흘러 영·정조 때 부용정 일대를 조성했고, 순조 때 연경당을 지으면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후원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무려 420년이 넘는 시간동안 가꿔 온 장소다. 당시 왕이 거닐던 후원의 모습은 또 다시 180여년이 지난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정욱주는 이 연재를 위해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글쓴이 외에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시립대학교의 김아연 교수 등 다섯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했고,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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