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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조경디자인캠프, ‘용산공원, 경계를 넘어’ 주제로
조경학도들이 뜨거운 여름을 보내는 법
  • 조한결
  • 환경과조경 2015년 9월
JOGD01.JPG
©조한결

 

유례없는 대형 오픈스페이스이자 한국 현대 도시사의 굴곡과 복잡한 도시 형태가 뒤엉켜 있는 용산공원과 그 일대는 지난 몇 년간 많은 조경가, 도시설계가, 건축가에게 섣불리 손대기 어려운 난제로 꼽혀왔다. 미래 조경가들은 용산공원의 경계부에 ‘도시 재생’의 해법을 어떻게 제시할까? 44명의 미래 조경가들이 초대형 공원인 용산공원과 다양한 주변 도시 조직의 경계에 적용할 수 있는 도시 재생의 실천적 해법을 탐색했다.

지난 7월 20일부터 31일까지 한국조경학회(회장 김성균)가 주최한 제22회 조경디자인캠프가 서울대학교에서 진행되었다. 배정한 교수(서울대학교)가 교장을, 윤희연교수(서울대학교)가 교감을 맡았다. 주제는 ‘용산공원, 경계를 넘어’. 이 까다로운 대상지에 장소 고유의 가치를 포용하면서 새로운 방식을 덧대어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과제가 학생들에게 주어졌다. 조경진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가 ‘도시 공원의 사회적 가치와 거버넌스’를 주제로, 송도영 교수(한양대학교)가 이태원의 계층성과 인종성에 대해, 안창모 교수(경기대학교)가 용산의 100년간 이야기와 그 역사성에 대해, 김연금 소장(조경작업소 울)이 경리단길이 던지는 도시 재생에 대한 질문을 주제로 4일간 특강을 진행해 대상지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학생들은 사례지 답사를 통해 설계를 진행하는 대상지를 직접 걷고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을 스스로 파악해나갔다.


학생들이 그리는 용산공원 일대의 미래

조경디자인캠프는 최혜영(West 8), 강중구(AECOM Hong Kong) 튜터의 스튜디오 A, 김세훈(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김영민(서울시립대학교) 튜터의 스튜디오 B, 다니엘 오(고려대학교), 나성진(전 JCFO) 튜터의 스튜디오 C로 나눠 공원과 도시 조직이 치열하게 충돌하는 경계부―이태원길·서빙고, 남영동, 경리단길 일대―를 각 스튜디오의 대상지로 다뤘다.

스튜디오 A는 이태원길에서부터 서빙고로 이어지는 용산공원의 동측 경계 부분을 대상지로 다루며 도시속의 경계에 대해 고민했다. 대상지의 물리적·비물리적 특성을 이해하고 훗날 용산공원이 그 경계들과 어떻게 작동할지 상상함으로써 용산공원의 경계를 새롭게 정의해보고자 했다. 스튜디오 B는 남영동을 대상지로 삼아 공원과 도시의 매개를 탐구했다. 서울역을 관통하는 철도와 한강대교부터 시청까지 뻗어 있는 한강대로 사이에 위치한 남영동은 공원과 도시를 매개하는 연결 고리로서의 잠재력이 크지만 지금까지 도시의 낙후된 후면부로 남아있는 곳이다. 스튜디오 C는 남산식물원과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시작해 용산공원으로 이어지는 경리단길을 대상지로 다루며 경계공간의 오픈스페이스를 어떤 방식으로 설계해야 할지 고민했다. 남산, 용산공원, 한강을 잇는 경계 공간이자 서울의 ‘길’ 문화와 ‘경사지’ 지형을 대표하는 경리단길의 오픈스페이스 디자인에 대한 실험을 통해 서울의 도시 공원들이 어떻게 서울의 변화에 긴밀히 대응하며 도시 재생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탐구했다.

캠프의 마지막 날, 용산공원 경계부를 대상지로 한 총 15개의 작품이 제출되었고 학생들의 열띤 발표가 이어졌다. 서영애 소장(기술사사무소 이수), 박승진 소장(디자인 스튜디오 loci), 서예례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조용현 교수(공주대학교)가 리뷰를 맡았다. 대상은 공원과 도시 사이에서 중간적 성격을 띠는 남영동 일대의 오픈 스페이스의 면적, 도시 건축물의 용적률, 식재의 밀도 등에 변화를 주어 프로그램, 동선, 경험 및 활동의 볼륨을 증가시키는 안을 제안한 스튜디오 B의 ‘볼륨을 키워요’(한국전통문화대학교 김명조, 서울대학교 유지민, 청주대학교 윤병두)가 차지했다. 대상에게는 한국조경학회장상이 수여됐다. 최우수상에는 ‘Weave it’(부산대학교 김종명, 서울시립대학교 김병호, 서울대학교 신채영), ‘Operation of fabric: flexible entrance’(부산대학교 엄성현, 서울대학교 송기현)가 선정됐으며 한국조경사회장상이 수여됐다. 우수상은 ‘녹사평, 초록으로 물들다’(경희대학교 백규리, 서울여자대학교 박지연, 계명대학교 손원석), ‘전망, 전망’(청주대학교 김용환, 서울여자대학교 구수진, 서울대학교 이호상), ‘Project CC’(서울시립대학교 이진선, 강원대학교 김서현, 럿거스대학교(Rutgers University) 최우석)가 차지했다. 또한 올 해부터 학생들의 투표를 통해 각 스튜디오별로 한 명씩 인기상을 시상했다. 김예지(동아대학교), 안로사(부산대학교), 이호상(서울대학교) 학생이 인기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상을 수상한 김명조 학생은 “밤을 정말 많이 샜다. 하기 싫은 건 쉬운 일이라도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든데 이번에는 몸은 힘들었어도 정신적으로 너무 즐거웠다”고 캠프를 수료한 소감을 말했다. 같은 팀의 유지민 학생은 “학기 중에는 과목을 여러 개 병행하니까 설계에 집중하기 힘든데 캠프에서는 설계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조경디자인캠프가 유익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윤병두 학생은 “다른 학교의 학생들과 설계를 함께 하면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싶었는데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되었다”며 서로 다른 학교에서 모인 학생들과 교류를 나누는 즐거움을 이야기했다.


길고도 짧았던 2주

“학생들에게는 계속 미안한 점이 있었습니다. 캠프 진행한 200동 9층이 너무 더웠죠? 아마 한국에서 제일더웠을 겁니다. 지금 가장 더운 철이고 다른 건물들과 달리 중앙 냉방 시스템이라 6시만 되면 에어컨이 꺼져서 정말 물속에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조경디자인캠프의 수료식에서 교장을 맡은 배정한 교수는 더운 작업실에서 늦게까지 남아 작품을 만들었던 학생들의 노고를 위로했다. 말 그대로 이열치열. 44명의 조경학도들은 뜨거운 여름을 열정으로 맞섰다. 무더울수록 맵게 익어가는 빨간 고추처럼 학생들의 눈빛이 2주 전보다 자신감으로 맵게 빛났다.

“처음에는 ‘방학인데 이걸 왜 했지’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캠프가 끝나갈수록 ‘일주일만 더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조원들과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2주 간의 캠프 기간이 금방 지나갔고 아쉬워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조경디자인캠프를 마치며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 백규리 학생(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을 비롯해 소감을 발표한 많은 학생들이 2주 간의 프로그램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에어컨을 틀지 못해 더운 작업실에서 작품을 마무리했다는 학생들에게는 ‘뜨거운 계절’을 보내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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