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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설계하는 법] 경관편집자는 발견하고 엮는다
  • 환경과조경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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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의 ‘당신은 꽃입니다’와 조민석의 ‘꽃방석’

 

2014년, 부천의 한 공단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경관에디터’라는 단어를 조어했다. 잡지 편집자가 여러 저자의 글로 하나의 잡지를 만들어내듯이 내 스스로 새로운 경관을 창조하기보다는 편집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역할에 대한 설명을 위해 ‘경관(혹은 landscape)’이라는 단어와 ‘편집(혹은 editing)’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놓고 경관편집자, 경관에디터, 랜드스케이프에디터 등 이런 저런 조합을 해보았는데 어떠한 것도 적당해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서도 어떤 의도인지는 알겠지만 어감이 좋지 않다고들 했다. 그러다 경관을 영어인 ‘랜드스케이프’로 쓰면 너무 길어 ‘경관’이라는 단어를 선택하니 뒤의 단어도 같은 한글인 ‘편집자’가 적당했다.


작가로서 작업해 주세요? 그리고 경관편집자

경관편집자라는 단어를 조어하도록 한 프로젝트의 명칭은 ‘예술이 흐르는 공단 공공미술(이하 예술 공단 프로젝트)’이다. 경기문화재단과 부천테크노파크가 3년 동안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로, 2014년이 마지막 해였다. 첫 해에는 최정화 작가와 조민석 건축가, 김형관 미술가가 참여했다. 최정화는 공단에서 나온 고철을 이어 붙여 ‘당신은 꽃입니다’라는 조형물을 만들었고, 조민석은 조형물이 놓이는 꽃방석을 만들어 공단 외부 공간한쪽에 설치했다. 김형관은 ‘달리는 파사드’라는 제목으로 건물 내부 공간을 벽화로 연출했다. 두 번째 해에는 박은선 작가가 참여했다. 그는 공단 내 건물 외벽을 대상으로 ‘유기적 공간’이라는 이름의 벽화 작업을 했다. 이 작품에는 ‘가로 24m, 높이 36m로, 작업 기간만 약 2개월 이상 소요된 국내 최대의 공공미술 벽화’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마지막 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내게 주어진 역할은 ‘작가’로서 그동안의 사업을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조경 분야에서의 작가라? 작가라는 단어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경기도 문화재단과도 이 작가라는 단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에게 ‘조경’이라는 분야는 낯설었고, 특히나 나는 한평공원처럼 개인의 감성이나 조형적 감각을 표현하기보다는 주민들의 의견에 좌지우지 된다고 여겨지는 참여 디자인 작업을 많이 해왔기에 그들의 우려는 더욱 컸다. 조경 분야에서의 작가? 조경가? 작가의 자의식? 그리고 이용자? 같은 단어들 사이를 오고가다, 큰 개념 정리는 접어두기로 했다. 대신 이 프로젝트에서의 나의 역할을 앞서 언급한 ‘경관편집자’로 스스로 규정했다. 지난 2년 동안 조성된 조형물과 벽화, 광장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연못, 여러 조각상 등, 이미 많은 조형적 요소들로 꽉 차 있는 이곳에서 내가 할 일은 이 요소들을 엮어주는 역할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김연금은 조경작업소 울을 운영하고 있으며, 커뮤니티 디자인 센터의 일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커뮤니티 디자인, 마을만들기를 일과 활동의 중심으로 삼고 있다. 박사 학위 논문을 발전시킨 『소통으로 장소 만들기』(한국학술정보, 2009), 일상의 경관에서 이루어지는 거시적 구조와 미시적 요소와의 상호 관계를 관찰하고 기록한 『우연한 풍경은 없다』(나무도시, 2011)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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