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가로를 걸으며 보게 되는 가장 흔한 풍경은 무엇일까. 가로수, 건물, 도로 등등 많은 것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바닥의 포장과 그 영역을 엄정하게 규정하는 경계석들이 눈에 쉽게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직업의 특성도 있지만 늘 장소가 바뀔 때마다 바닥의 포장 재질이나 패턴은 변해도 경계석만은 고정된 모습으로 영역을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도시를 논할때 늘 빼놓지 않고 회자되는 것 중 하나가 누적된 시간의 모습이다. 이때 시간의 적층은 단순히 옛것의 낡음이 겹쳐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모습이 다양한 방식으로 적층되며 표출되는 다양성의 아름다움이다. 때로는 세련된 모습으로 혹은 투박하지만 두텁고 견고한 모습으로 말이다. 이러한 다양한 표현의 양태야말로 열린 민주 도시가 갖는 참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경계석은 근대 도시에 가로 경관을 형성하게 한 가장 대표적인 소재이며 명확하게 공간을 구분하는 가장 기능적인 재료다. 도시의 근간을 차지하는 도로의 기초가 되는 작업이고 각각의 소유 관계를 분명하게 하여 분쟁을 억제하는 자본주의 세상에 없어선 안 될 존재다. 또 그것은 속도와 관련이 있다. 속도는 우리가 빠르게 도시를 발전시키고 성장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경계석은 이를 가능하게 만든 기본 소재이며 흐름을 만드는 재료이기도 하다. 자동차를 통한 물류, 사람의 이동, 도시의 가로 구조를 형성하는 도로의 기본 골격을 형성하고 빗물의 운반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물의 흐름을 통제하는 도시 인프라의 기능도 수행한다. 경계석의 모양을 보면 돌이 적층된 면적인 이미지보다 턱을 만들어 분리하고 개발을 촉진하는 가속도와 어울리는 선적인 이미지로 읽힌다. 자본주의의 급속한 팽창과 산업화는 세분화된 소유의 개념을 발생시켰고 그에 따라 도시는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다.
이대영은 여기저기 살피고 유심히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작고 검소하며 평범한 조경설계를 추구하고 있다. 영남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우대기술단과 씨토포스(CTOPOS)에서 조경의 기초를 배웠다. 조경설계사무소 스튜디오 엘(STUDIO L)을 시작하고 작은 작업들을 하고 있다. www.studio8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