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종이 지도는 여행의 필수품이었다. 종이 지도와 나침반을 단숨에 대체한 구글 지도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준다는 점이다. 아무리 낯선 장소에 던져지더라도 나의 좌표만 알면 불안하지 않다. 어디서든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해양 모험담을 그린 영화 ‘하트 오브 더 씨’는 좌표를 잃고 망망대해에 표류하면서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고래의 공격에 노출된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표류나 고립을 다룬 영화는 많다. 이부류의 영화는 대개 거대한 자연에 비해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하잘것없는지 깨닫게 해 준다. 그러나 이번 영화의 특별한 점은 자연을 초월한 존재인 고래에 있다. 영화는 인간이 고래를 만나기 전, 그리고 거대한 흰 고래에게 완벽하게 TKO패 당한 이후의 두 상황으로 나뉜다.
이 영화는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의 바탕이 된 실화를 그리고 있다. 생활고를 겪는 소설가 허먼 멜빌이 이야기를 듣기 위해 먼 길을 마다치 않고 한 남자를 찾아오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1800년대 초에 고래잡이는 기름을 얻기 위한 중요한 산업이었다. 야심 차게 항해를 시작한 포경선 에식스 호는 거대한 고래의 공격을 받아 침몰하고 94일간의 표류 끝에 소수만 살아남는다. 생존자 중 한 명이었던 남자는 멜빌의 간청에 못 이겨 지옥 같았던 체험담을 들려준다. 4D로 보았으면 멀미가 날 뻔 했다. 2D로도 심하게 흔들리는 배에 탄 것 같은 다이나믹함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거대한 돛을 올리는 장면, 바람에 맞서 바닷물이 얼굴로 튀고 고래의 몸짓에 배가 산산조각이 나는 스펙터클은 그 자체로 공감각적인 쾌감을 준다.
서영애는 ‘영화 속 경관’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겨레 영화 평론 전문 과정을 수료했다. 조경을 제목으로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영화를 삶의 또 다른 챕터로 여긴다. 영화는 경관과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계 맺는지 보여주며 인문학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텍스트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