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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A] 응답하라 2027
Please Respond, 2027
  • 환경과조경 2016년 1월

지루하더라도 기록을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네 번째 특집이니 말이다. 게다가 특정 공원에 대해 27년 동안 관심을 기울이며 지속적으로 다룬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제목만 보고 ‘응답하라 1988’을 연상하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다행인지(?) 우연인지 아예 무관하지는 않다. 바로 그 1988년부터 시작된 히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이번 호 특집으로 다룬 ‘용산공원’ 이야기다. 『환경과조경』이 격월간으로 발행되던 시절, 1988년 11·12월호에 ‘긴급 좌담’이란 타이틀의 꼭지가 게재되었다. ‘용산 미8군터의 활용 방안을 진단한다 - 시민의 휴식·문화 공간으로 개발 조성해야’란 제목이었고, 강병기, 윤승중, 이종석, 황기원 등 네 분의 패널이 참여했다. 『환경과조경』에서 처음으로 용산공원 부지를 다룬 꼭지였다. 이듬해인 1989년 7·8월호에는 ‘용산 미8군 부지 시민공원으로 조성하자’란 특집까지 기획되었다. 필자로는 노춘희, 동정근, 황기원 등 세 분이 참여했다. 용산미군기지의 반환 움직임이 거론되던 시기였고, 미8군 기지에 전 국민을 위한 공원을 만들자는 입장과 서민을 위한 주택단지를 만들자는 주장, 그 틈바구니에서 눈치를 보며 상업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복잡하게 얽혀있던 때였다.1

이후 10여년 이상 잠잠했던 용산공원이 다시 수면 위로 부각된 것은 2003년의 일이다. 그해 5월 한·미 정상간 용산기지 이전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용산공원 부지가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각종 언론 매체에는 4월 전후로 떠들썩하게 보도되었지만, 『환경과조경』이 특집으로 다룬 것은 2003년 10월이다. 나름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준비해서 깊이 있게 다뤄보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렇게 해서 수록된 특집은 ‘용산 미군기지 이전후 활용 방안’으로, ‘한국 속의 서울, 서울 속의 용산, 용산 속의 기지, 기지 속의 공원’(황기원), ‘국가 중심 생태·문화단지로 조성해야’(임승빈), ‘용산미군기지 활용 방안 및 교통 처리 방향’(원제무), ‘용산미군기지를 생명의 숲으로’(홍성태), ‘자연형 생태 공원을 우리의 후손들에게’(김홍규), ‘용산미군기지를 풍류특구 테마파크로’(오웅성), ‘용산미군기지 공원화 논의의 어제와 오늘’(남기준) 등 총 일곱 꼭지였다.


2003년 당시 곧 반환될 것 같았던 용산미군기지에는 현재까지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이후 한 단계씩 변화의 과정을 거쳤다. 2004년 2월에는 국무총리실 산하 ‘공원화 기획 자문위원회’가 출범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용산기지 이전 협정이 국회 비준을 받았다. 이듬해인 2005년 10월에는 ‘용산민족·역사공원 건립추진위원회’가 발족했고, 12월에는 국제 심포지엄도 개최되었다. 한국조경학회 등이 참여한 ‘용산기지 공원화 구상’이 발표된 때도 2005년이었다. 국무총리실 산하 기관으로 ‘용산민족·역사공원 건립추진단’이 설치된 것은 2006년 4월의 일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이 거행된 것은 2006년 8월이다. 이때만 해도 용산미군기지가 2008년 말에 반환될 줄로만 알았다. 이후 국가공원의 지위를 부여 받게 된 용산공원의 조성을 위해 2007년 7월에 드디어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결정적인 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용산공원을 다룬 『환경과조경』의 네 번째 꼭지이자 세 번째 특집(용산을 이야기하다)은 바로 이 시기에 준비되었다. 2007년 1월호와 2월에 걸쳐 두 달 연속 기획된, 그야말로 특별한 ‘특집’이었고 별도의 토론회도 마련했다. ‘용산기지 공원화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란 주제로 2007년 1월 11일, 한국과학기술회관 대강당에서(희망제작소 부설 세계공원연구소와 공동 개최) 임승빈 교수(당시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배정한 교수(당시 단국대학교 환경조경학과), 성종상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이수학 소장(아뜰리에 나무), 이일훈 소장(후리건축), 정욱주 교수(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조명래 교수(단국대학교 도시지역 계획학전공), 최원만 대표(신화컨설팅)가 패널로 참여했다.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이 열린 2006년 이후로 ‘용산공원’에 대한, 그야말로 다종다양한 제안과 주장이 넘실대던 시기였다.2

이후로도 용산공원은 더디지만 꾸준한 단계를 밟아나갔다. 2008년 3월에는 국토해양부 산하 용산공원 조성 추진기획단이 설치되었고, 2009년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용산공원 아이디어 공모’가 진행되었다. ‘용산공원 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이 고시된 것은 2011년이고, 그를 바탕으로 한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가 드디어 2012년에 개최되었다. 익히 잘 알려진 바와 같이 ‘West 8 + 이로재 + 동일기술공사’의 설계안이 당선된 바로 그 공모전 이다. 『환경과조경』은 당선작 소개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했고, 개인적으로는 ‘조경비평 봄’ 회원들과 함께 『용산공원 -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출품작 비평』이라는 별도의 단행본을 출간하기도 했다. 또 ‘조경비평 봄’은 단행본 출간 이후 2013년 5월에 ‘공개 세미나 - 다시, 용산공원을 말하다’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2016년 1월호는 『환경과조경』이 ‘용산공원’을 다루는 네 번째 특집이다. 또 ‘용산공원인가’라며 식상해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다행스럽게 차이가 있다. 기존의 세 번의 특집이 모두 용산미군기지 반환(혹은 공원화)이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되었던 시점에서 다뤄졌던 것임에 비해, 이번 특집은 ‘용산공원’에 대한 관심이 침잠해있는 시기임에도 『환경과조경』이 용산공원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기 위해 기획했기 때문이다.

용산공원은 더디지만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환경과조경』이 용산미군기지를 처음으로 다뤘던 1988년으로부터 27년이 흘렀다. 싱거운 우연의 숫자에 불과하지만, 정부에서는 2027년에 용산공원의 공식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연과 우연이 포개져 ‘응답하라 2027’이라는 제목을 선택한 까닭이다. 2027년에 만나게 될 용산공원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아니, 그보다는 2027년에는 과연 용산공원을 만날 수 있을까? 물음과 의문이 포개진다. ‘응답하라, 2027년의 용산공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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