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에디토리얼] 조경학 교육인증제, 첫걸음
  • 환경과조경 2023년 08월

이번 달 기획 지면의 출연진은 『환경과조경』 역사상 가장 젊다. 특집 ‘캠퍼스 톡담, 배움을 설계하다’에 여섯 개 대학 조경학과 학부생 여섯 명을 초대했다. 경희대 강다연, 계명대 김은주, 서울대 권효진, 서울시립대 신진호, 전남대 정세영, 한경국립대 안태경은 편집부가 던진 여섯 가지 공통 질문에 이메일로 답을 보내왔다. 공들여 쓴 각자의 답변을 서로 돌려본 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활기찬 토론을 벌이며 생각을 나눴다.

 

강의, 설계 스튜디오, 커리큘럼, 캠퍼스 일상, 외부 활동, 사회 이슈 등을 둘러싼 이들의 생각이 모든 조경학과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조경 교육의 현실과 문제를 관찰하고 해결 과제의 단서를 파악하게 해주는 생생한 자료로서는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 학생의 이야기는 얼핏 읽으면 평범해 보이지만, 그 행간에는 기성 조경(학)계의 안일한 현실 인식과 틀에 박힌 교육 방식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게 담겨 있다. 특히 서로 다른 성장 배경과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짚고 있는 문제가 설계·시공 실무 현장과 유리된 교육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특집이 조경 교육의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전국의 교수자들에게 많이 읽히기를 기대한다.

 

한국 조경의 역사와 조경 교육의 역사는 시간적으로 일치한다. 그러나 이 두 갈래의 50년은 과연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선순환을 이뤄왔는가. 별도의 지면에서 면밀하게 검토하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할 주제일 테지만, 그간의 조경 교육이 전문직능(profession)이자 학문분과(discipline)인 조경(학) ‘전문 교육’ 실천의 목표, 체계, 내용 정립에 소홀했다는 점만큼은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학교는 다양성과 다각화를 추구하면서, 또 일부 학교는 학부 중심 교육보다 대학원 중심 연구에 비중을 두면서 조경학과의 중심에서 조경(학) 자체가 흐릿해진 상황이라는 진단도 가능할 것이다. 교수 연구성과의 양은 늘었지만 그러한 성과가 막상 조경 실무의 질적 발전이나 졸업생의 조경 관련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는 역설. 폭넓은 스펙트럼인가, 조경(학) 없는 조경 교육인가. 한국 조경 교육 50년 역사가 배출한 조경가가 과연 몇 명인지 꼽아본다면, 기성의 조경 교육을 교정하고 다음 50년의 새 교육 기반을 구축할 계기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조경의 전문성 자체를 교육의 중심에 두고 전문 교육과 전문 학위, 면허로 이어지는 체계를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조경학회는 한국조경협회, 한국조경가협회와 힘을 합쳐 (가칭)‘조경학 교육인증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9월부터 심층 연구와 토론을 시작할 계획이다. 조경학 교육인증제의 필요성과 목적은 대학 조경 교육의 정상화와 정체성 정립, 교육-학위-면허의 연속적 체계 확립, ‘조경사’ 제도와의 연동, 국제적 기준의 조경 교육의 내용과 질 확보, 인구 감소에 따른 조경학과 폐과 위기 대응 등 다양한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조경진흥법’에 기반한 ‘제2차 조경진흥계획’(2022)의 과제 중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설계 자격 제도 (가칭)‘조경사’의 필요조건은 교육인증을 받은 조경학과 졸업이다. 교육인증제와 조경사 제도가 원활하게 맞물리면 조경 교육과 실무의 유기적 관계가 비로소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조경학 교육인증제는 조경 교육과 실무의 전문성과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경학 교육인증제 추진위원회는 우선 1단계(2023~2024)로 각 학교의 교육 현황(교수, 학생, 교육과정, 성과, 취업, 시설 등)을 조사하고 국내외 사례 연구에 착수하며, 인증 기준과 절차(인증기관, 자격, 교육과정, 인증 평가 기준과 절차 등)에 관한 연구에 나선다고 한다. 2단계(2025~)로는 다양한 형식의 토론과 공론화(워크숍, 세미나, 심포지엄 등), 인증 기준과 절차 심화 연구, ‘조경사’ 자격제와 연계 추진 등을 전개한다고 한다. 본지는 오는 11월호 특집으로 조경학 교육인증제를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다.


『환경과조경』의 베테랑 에디터인 김모아 기자가 이번 8월호부터 격월로 인터뷰 지면, ‘오늘의 대화, 어제의 재구성’을 꾸립니다. 김 기자는 “조경의 한복판에서, 혹은 조경의 언저리에서 독특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내밀한 대화까지” 나눌 것이라고 합니다. 첫 인터뷰이는 조경가이자 만화가인 김수린입니다. 새 지면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월간 환경과조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