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은 88세의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Agnes Varda)와 33세의 사진작가 제이알JR이 프랑스 전역을 여행하며 공동 작업한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다. 아녜스 바르다는 영화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장 뤼크 고다르(Jean Luc Godard)등과 함께 프랑스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다. 누벨바그는 1950~1960년대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영화 운동으로, 기존의 영화 형식과 문법에 대항하는 새로운 영화 세계를 지향했다.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평생 작업해 온 영화감독과 혁신적 작업 방식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사진작가는 포토 트럭을 타고 다니며 즉석 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다.
발터 벤야민은 ‘사진의 작은 역사’에서 “카메라에 비치는 자연은 눈에 비치는 자연과 다르다”고 말한다. 인간이 의식을 갖고 엮은 공간에 무의식적으로 엮인 공간이 개입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도 사진과 영화의 기술은 육안으로는 포착할 수 없던 익숙한 사물의 숨겨진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주위 환경을 다시 인식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보면 이 20세기 매체 미학자의 사유를 이해할 수 있다. 카메라 렌즈가 어떻게 평범한 이웃 사람과 주변 공간을 예술로 만드는지 느낄 수 있다.
바르다와 제이알의 여정은 프랑스 북부의 쇠퇴한 탄광 마을에서 시작한다. 그곳에서 평생 일한 광부들과 철거가 예정된 집에서 마지막까지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수습 광부 시절의 전신사진을 확대해 2층 벽돌 건물의 벽에 붙이고, 최후 거주자의 집 벽면 전체에 얼굴 사진을 확대해 붙인다. 주민들은 그곳의 삶 자체를 상징 하는 오래된 집에 담긴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눈물짓는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건물, 벽, 컨테이너, 자동차 등에 사진을 붙이는 작업은 프랑스 전역을 다니며 이어진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4호(2018년 8월호) 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지방 도로를 지날 때면 특산물을 직설적으로 형상화한 조형물이나 가로등이 자주 눈에 띈다. 키치도 하나 둘이면 모를까, 전 국토의 경관이 한줌의 상상력도 허용하지 않는 게 너무나 아쉽다. 지난 주말 고속 도로 변에서 보았던 난데없는 조형물 꽃은 코스모스였을까 채송화 였을까. 궁금하게 만들어 졸음 운전을 방지하려고 했다면 성공한 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