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시리즈에 열광하는 이들은 몇 년 전부터 2018년을 기다려 왔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마블 스튜디오의 10주년 기념작이다. 마블 코믹스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지난 10년간 18편의 영화가 개봉되었다. 마블 스튜디오는 2028년까지 상영할 영화 계획을 이미 마쳤다고 전했다. 10대와 20대 지인의 강력 추천으로 몇 년 전부터 마블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는데, 최근에 개봉한 영화를 보기 전에 봐야 할 리스트 까지 알려주는 바람에 숙제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이달의 영화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선택한 이유는 이 전무후무한 기획과 문화 현상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한번 반하기는 쉽지만 그것을 이어가기는 어렵다. 어떤 시대인가. 문화 트렌드가 바뀌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대체 이 마블의 열광적인 팬덤이 어떻게 10년 동안 지속가능했을까. 사랑에 빠졌다고 하기엔 미지근하고, 외면하고 지나가기엔 목덜미가 뜨끈하다. 발을 살짝 걸친 관찰자의 시선으로 마블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마블 스튜디오는 한 해 두세 편씩 꾸준히 영화를 선보였다. 히어로들은 제각각 독특한 정체성을 갖는다. 아이언 슈트를 장착한 부자, 헐크로 변하는 과학자, 무술에 능한 러시아 스파이, 70년간 냉동되었던 군인, 시공간을 넘나드는 의사 등, 인간이면서도 특별한 능력을 지닌 자부터 토르나 로키와 같이 신적인 존재, 우주를 무대로 활약하는 무리까지 ...(중략)...
* 환경과조경 362호(2018년 6월호) 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2014년부터 ‘시네마 스케이프’를 연재하면서 히어 로물을 다루게 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보고 싶던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거의 없었다. 있더라도 심야나 새벽에, 그것도 하루 한두 번 상영한다. 어제오늘 일이 아닌 스크린 독과점 문제, 다양하게 영화를 즐길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