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화의 반란
영국 내셔널 갤러리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1452~1519)의 그림 ‘암굴의 성모’와 ‘모나리자’가 있다. 천재 화가 다빈치는 15세기 르네상스를 상징하는 대표적 예술가다. 비평가들은 그가 남긴 회화 중에서도 이 두 작품을 가장 빼어난 수작으로 꼽는데, 그 이유가 흥미롭다. 두 작품 모두 초상화를 뒷받침하고 있는 배경의 묘사가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산과 계곡을 연상시키는 대지의 풍경과 기괴하지만 역시 아름다운 자연 풍경인 동굴이 배경이다. 이 배경이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후 엄청난 혁명을 몰고 올 촉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1520년, 벨기에 화가 요하임 파티니르Joachim Patinir(1480~1524)는 다빈치의 그림에서 좀 더 나아가 배경의 풍경을 과감하게 주인공으로 삼기 시작한다. 그의 그림 속에는 우뚝 솟은 산의 전경, 그 밑을 흐르는 강, 울창한 나무숲이 마치 주인공처럼 화폭에 꽉 차 있다. 그저 사람은 그 안의 작은 이야깃거리로만 표현된다. 비평가들은 파티니르의 이 과감한 시도를 서양 미술을 종교화와 초상화에서 벗어나게 한 풍경의 반란이라고 봤다.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리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시골의 발견』,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 환경과조경 357호(2018년 1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