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5년에 한 번씩 인구주택총조사라고 불리는 센서스 조사를 실시한다. 가장 최근에 실시한 센서스는 2015년에 있었는데, 이때 조사된 인구의 크기와 특징은 우리나라 통계의 기본이 되는 기준통계를 만들어내는 데 사용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우리나라의 총인구수 혹은 가구원 수 그리고 각 시도와 시군구의 모든 인구 관련 통계들이 바로 이 센서스를 통해 조사된 인구를 기반으로 추정된 것들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한 지역 인구의 수를 측정할 수 있는 두 가지의 통계가 존재한다. 하나는 이 센서스 인구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등록 인구다. 센서스는 실제로 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를 나타내는 통계이고, 주민등록은 말 그대로 그 지역에 주민등록을 둔 사람들의 수를 나타내는 통계다. 농촌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이 두 가지 통계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젊은 인구의 이주가 많고 분가하여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 도시 지역에서는 두 통계의 차이가 작지 않다.
그런데 최근 센서스를 조사하는 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한 집에 실제로 몇 명의 사람이 사는지, 나이는 어떤지, 성별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특성을 함께 조사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가호호 방문 조사가 필요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가가호호 방문 조사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난 2015년부터 통계청은 ‘등록센서스’라는 방법을 도입하여 센서스를 실시했다(사실 이 사실을 아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가가호호 방문을 통한 사회 조사 방법 대신 사용한 등록센서스는 가구대장, 주민등록, 출생신고, 사망신고, 혼인신고, 이주신고 등 다양한 신고와 등록 통계들을 조합해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의 수와 특성을 추정해낸 통계다.
우리가 현재 통계청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2015년의 우리나라 전체 인구뿐만 아니라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의 인구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은 실제 조사된 통계가 아니라 등록센서스를 통해 추정된 통계인 것이다.
실측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등록센서스 결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가가호호 방문 조사의 어려움이 실존하는 상황에서 등록센서스는 최선의 대안임에 틀림없다. 뿐만 아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등록센서스는 기본적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지니고 있는 주민등록 자료에 그야말로 링크가 가능한 모든 자료를 통합하여 생성된 통계로서 우리나라 정부가 만들어낸 가장 대표적인 빅데이터다.
빅데이터로서 등록센서스는 정부가 분절적이고 독립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통계와 정보들이 함께 엮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단순하게 서로 다른 통계들을 기계적으로 연계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생성되고 있던 대규모 국가 통계를 대체할 수 있는 정보도 함께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빅데이터의 활용도를 보여준 좋은 사례다. 아직까지는 기존 센서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들만 산출하여 공개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법이 적용되어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무궁무진한 정보를 제공하는 명실상부한 빅데이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구를 측정해낼 수 있는 또 다른 빅데이터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통신사의 통신망 정보다. 통신사의 기지국에 접속된 통신망의 수를 활용하여 소규모 지역의 인구 수를 추정할 수 있다. 특히 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의 수보다는 한 시점에 그 지역에 실제로 머물고 있는 사람의 수를 헤아릴 때 이 데이터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등록센서스는 그 지역에 실제 살고 있는 사람의 수를 나타낸다. 하지만 이는 정주 인구일 뿐 실제로 어떤 시점에 경제 활동을 위해 혹은 그냥 지나가기 위해 그곳에 있는 사람의 수가 아니다. 비즈니스에 활용 가치가 더 큰 것은 아마도 정주 인구의 크기보다 낮에 그 지역을 오가는 사람의 크기일 것이다. 빅데이터로서 통신사의 통신망 정보는 이 유동 인구를 파악하는 매우 유용한 빅데이터다.
아직까지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2016년 『한국인구학회지』에 발표된 연구 “스마트센서스의 가능성 모색”은 모든 사람이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각종 센서를 활용하여 센서스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가가호호 방문하여 사람들을 조사하는 대신에 사람들이 스마트센서스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깔기만 하면 애플리케이션이 알아서 스마트폰의 센서를 통해 얻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사용자의 거주지와 직장 등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인구수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한 지역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지, 그들은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혹은 낮에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일은 도시를 설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정보다.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빅데이터가 인구를 ‘측정’하는 데 활용될 것이다. 이 측정은 단순한 ‘카운트’를 넘어서 인구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포함할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빅데이터가 인구통계 생산에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조영태는 2004년부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인구학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이며, ‘BK21 플러스 모바일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융합형 보건인재양성사업단장’을 맡고 있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에서 인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유타 주립대학교에서 2년간 조교수 생활을 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인구학적 관점에서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예측하는 것과, 빅데이터 혹은 모바일 환경이 인구 및 보건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최근 인구학적 관점에서 미래 사회를 조망한 책 『정해진 미래』(북스톤, 2016)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