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이 비가 흩뿌리는 날 아소갤러리를 찾았다. 대구의 강남인 수성구 한복판. 풀꽃과 야생화를 위한 전용 갤러리, 아소는 전혀 전원적이지 않은 도심 한가운데 있다. 그날 갤러리 내부에는 일곱 점의 풀꽃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크지 않은 건물임에도 각자에게 주어진 공간이 상당히 넉넉하다. 야생화라니, 우리 산야 어디선가 피어나고 있을 너무도 흔한 미물이건만. 여느 수목원의 꽉 찬 온실을 짐작하던 나에게 아소는 반전이었다.
철과 금, 콘크리트와 같이 변치 않는 것들을 경외하던 때가 있었다. 아니, 그리 먼 예전도 아니다. 아무리 조경에 연을 둔 젊은이라 할지라도 이삼십대에 풀과 나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느끼는 건 사실 무리다. 변명이지만,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글쎄, 인생의 반이라는 불혹을 넘겨서인지 혹은 그다지 매혹될 대상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언젠가부터 이제껏 아무 감흥 없이 지나치던 당연한 것들이 눈물 나게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길거리 전봇대 밑에 오밀조밀 돋아난 풀이라든가 깜박하는 사이에 사라져버리는 노을빛이라든가…. 아끼는 사람에게, 그리고 초대를 받았을 때 꽃을 선물하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인 것 같다. 불과 얼마 후면 사라져버릴 그 꽃의 아무 것도 아니게 찬란한 순간을, 그 덧없음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중략)...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뉴욕에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 및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에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9호(2017년 5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