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입니다.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새해의 시작이 언제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1월 1일은 당연히 새해 첫날이고, 음력 설날에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한 해에 시작이 두 번이라 새해 결심하기 더 좋다는 분들도 있더군요. 작심삼일이 한참 지난 뒤에 음력설이 돌아오니까 뭐 그리 틀린 말도 아닙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3월이 또 다른 시작입니다. 겨울방학 동안 한참 못 보던 학생들이 새 학년을 맞아 학교로 돌아옵니다. 게다가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신입생들을 보면 또 다른 의미에서, 어쩌면 선생 입장에서는 더 절실하게 새해의 시작이라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행정적으로도 3월부터 새로운 ‘학년도’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3월이 학교에서는 새해의 시작입니다.
계절도 마찬가지입니다. 봄의 출발이라 할 3월이 진정한 새해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왜 하필 봄이 아니라 한창 추운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새해가 시작된다고 정했을까. 자연스럽게 모든 생명이 싹트기 시작하는 봄부터 새해가 시작되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계절을 이야기할 때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말하기 훨씬 편할 텐데. 첫눈도 마찬가지인데, 1월 1일에 눈이 온다고 첫눈이라고 하진 않잖아요.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또 있었던 모양입니다. 춘분을 새해의 기점으로 삼는 문화권도 있었다고 하니까요. 한 겨울에 시작하는 이유를 굳이 찾자면, 낮의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을 기준으로 했을 것 같습니다. 낮 길이가 가장 짧은 동지가 양력 12월 22일 근처니까 그때부터 새해가 시작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죠. 그래도 1월 1일을 새해 첫날로 삼은 게 천문학적으로 딱 맞는 것도 아닙니다. 열흘쯤 차이가 있으니까요. 세상에는 별 이유 없이 정해진 원칙이 꽤 많으니 이 정도로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중략)...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실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