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인문(학)’과 ‘힐링healing’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듣는다. 특정 단어를 많이 쓴다는 것은 그만큼 그것이 화제라는 뜻이지만, 다시 생각하면 그만큼 결핍됐다는 의미기도 하다. 어느 철학자는 “인문이란 인간이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풀어나간 무늬”라고 했고, 또 다른 철학자는 21세기가 왜 간절히 노자를 읽게 하는지 역설하기도 했다. 왜 지금 우리는 다시 인문학을 외치고 있을까. 그 답을 찾다 보면 만나게 되는 단어가 바로 힐링이나 치유다. 우리가 보낸 20세기는 지난 수천 년의 인류 문명 역사를 다 합친 것보다도 더 급격한 삶의 변화를 만들어낸 시기였다. 그 변화의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과학과 기술의 힘이었다. 우리는 수천 년 동안 꿈꿔보지 못한 편리하게 향상된 물질적 삶을 얻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정신의 결핍으로 인류 자체가 가야 할 방향성을 잃고 아픈 상황이기도 하다.
노자의 도덕경과 정원
기원전 8세기에서 3세기에 이르는 시기를 중국 역사에서는 ‘춘추전국시대’라고 부른다. 봉건제의 틀을 갖췄던 주周나라가 멸망하자 충성을 맹세했던 지역의 수많은 가신들은 세력을 모아 나라를 세웠고, 이 틈에 하루에 한 번씩 새로운 나라가 나타나고 무너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대혼란의 시기가 찾아온다. 그러나 달리 보면 이 시기는 가신마다 뛰어난 인재를 필요로 한 덕에 그야말로 문화, 인문, 철학이 절정을 이루게 된다. 그래서 이때를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시대라고도 한다. 제자란 학자를 말하고 백가란 백 개의 가문을 이뤘다는 뜻인데, 그중에 노자와 공자도 있다.
생과 사의 흔적이 뚜렷한 공자에 비해 노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게다가 노자의 말씀을 담았다는 도경과 덕경을 합친 ‘도덕경道德經’ 역시도 발굴된 자료에 따라 첨삭이 지속적으로 일어난 흔적이 있어 한 사람의 작업이기보다는 인쇄가 없던 시절, 비단과 대나무에 글을 베껴 쓰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은 혹은 어떤 집단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도 본다. 그러나 누구에 의해서든 이 도덕경이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 일본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문화의 가장 근간을 이루는 철학이 된 게 분명하다. ...(중략)...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리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시골의 발견』,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