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의 경제학은 가능한가?
경관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다. 하늘과 땅이 낳은 수많은 것들로 이루어진 경관은 신이, 또는 대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한 무상 공여물이다. 문화 경관, 나아가 도시 경관조차 그러하다. 사람의 손이 닿아 형성된 도시도 그것을 조망하는 입장에서 보면 마치 산이나 바다와 같이 누가 보여주려고 일부러 만든 적이 없는(만들 수도 없는) 광활한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도시는 사람이 만들었지만, 도시 경관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다.
이러한 경관이 경제 활동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경관을 경제 활동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정당할까? 애덤 스미스(1723~1790)를 출발점으로 본다면 경제학의 역사는 참으로 짧다. 그러니 그것이 다루어본 대상도 매우 한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 충만한 경제학자라면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경관에 대해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여기서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이란 경관이 거래되어 가격이 형성되고, 가격에 의해 적정한 수요량과 공급량이 결정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경관을 고찰하기 전에 경제학자나 조경학자가 경관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면 그 작업의 난이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자는 자연환경이 인간의 경제 활동에 세 가지 측면에서 유용하다고 본다. 자연환경은 경제 활동을 위한 자원을 제공하고(resource supplier), 경제 활동의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처리하고(waste assimilator), 자연 또는 경관 그 자체로 쾌감을 준다(direct source of utility). 그런데 이 중 첫 번째 유용성을 다루는 분야는 자원경제학, 두 번째 유용성을 다루는 분야는 환경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상당한 연구가 진행되어 있으나, 세 번째 유용성을 심도 있게 다루는 경제학의 분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자연이 아닌 도시의 경관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에 비해 조경학자는 경관 분석에 대한 접근 방법으로서 생태학적 접근 방법, 미학적 접근 방법, 철학적 접근 방법과 나란히 경제학적 접근 방법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자연환경의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하는 것에 한정되어 있어 경관 시장의 메커니즘과 같은 본질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면 경관의 경제학이 이렇게 전문가들에게 홀대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경관의 가치가 낮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그보다는 경관이라는 대상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다루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 환경과조경 341호(2016년 9월호) 수록본 일부
민성훈은 1994년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조경설계 서안에서 2년간 일했다. 그 후 경영학(석사)과 부동산학(박사)을 공부하고 개발, 금융, 투자 등 부동산 분야에서 일했다. 2012년 수원대학교로 직장을 옮기기 전까지 가장 오래 가졌던 직업은 부동산 펀드매니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