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현대 건축물로 유명한 도시 로테르담에서는 2003년부터 로테르담 건축 비엔날레IABR(International Architecture Biennale Rotterdam)가 개최되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넥스트 이코노미Next Economy’로, 로테르담 항구 산업 지구인 카텐드레흐트Katendrecht에서 4월 23일부터 7월 10일까지 열렸다. 전 지구적으로 경제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각 도시마다 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축 비엔날레가 제안하는 ‘다음번 경제’는 무엇인가? 다가올 미래 경제에 대한 건축적 비전과 가능성을 로테르담 건축비엔날레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로테르담, 폐허에서 대안적 도시 모델로
세계적인 현대 건축물과 도시 환경의 혁신적 모델로 손꼽히는 도시 로테르담. 이 도시는 어떻게 현대 건축의 실험적 무대가 될 수 있었던 것일까? 네덜란드의 대표적 항구도시로 유서 깊은 건축물이 가득했던 로테르담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도시전체가 파괴된 비극적 역사가 있다. 전후 폐허가 된 도시에서 시작된 로테르담의 건축적 실험은 ‘살 수 있는 도시’로 재건해야만 했던 도시계획적 관점에 의한다. 2003년부터 개최된 로테르담 건축 비엔날레는 건축의 역할을 건축 미학에서 벗어나 도시 공간과 도시 환경 안에서 모색해 왔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건축 행사다 보니 IABR의 건축적 제안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IABR가 6회에 걸쳐 탐색해온 주제는 2003년 모빌리티Mobility, 2005년 홍수The Flood, 2007년 권력Power, 2009년 오픈 시티Open City, 2012년 도시 만들기Making City, 2014년 자연에 의한 도시Urban by Nature 등으로 심상치 않다. 매해 정치, 사회, 경제적 관계에서 도시 공간, 도시 환경, 도시계획을 분석하고, 이로부터 모색 가능한 건축의 역할을 현실 사회에 끊임없이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을 통해 도시적 삶을 재건한 지극히 로테르담적인 도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IABR이 접근하는 도시 경제란?
특히 지난 2014년 ‘자연에 의한 도시’에서 IABR은 오늘날 도시 개발의 환경 파괴를 염려하며 환경, 자원, 에너지에 주목한 건축적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마치 올해의 주제 ‘넥스트 이코노미’와 상반된 주제처럼 보일 수 있다. 도시 경제란 최근 전 세계 도시마다 내세우는 ‘창조도시론’이 추구하는 경제적 효과와 관련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IABR에서 이러한 개발 지향적 도시 제안을 구상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다음번 경제에 접근하고자 하는 건축 비엔날레의 목적은 자본화된 도시 발전을 비판하고, 도시에서 지속가능한 다른 경제적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접근은 지난 회 ‘자연에 의한 도시’의 연장선상에서 심화된 것이다. 올해 IABR은 지난 비엔날레에서 탐색했던 자연과 공생하는 도시적 삶, 전 지구적으로 개선해야 할 대안 에너지 등에 대한 논제로부터 대안 경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건축은 발생부터 자본에 민감한 분야다. 도시 발전, 경제 성장과 뗄 수 없는 분야이기에 건축이 ‘경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자기비판적인 모순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오해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IABR의 대안 경제적 관점은 과감하고 대담하다. 올해의 비엔날레는 오늘날 무차별적인 도시 성장이 초래한 도시 문제와 불균형에 대한 비판적 자기성찰부터 시작한다. 글로벌 도시들이 직면한 도시 성장의 폐해로부터 벗어날 어떠한 대안적 경제를 기대해 볼 수 있을까?
전시의 시작, ‘첨단도시론’에 대한 비판
“테크놀로지는 답이다. 그런데 질문이 무엇이었나”(Cedric Price, 1966) 본격적으로 전시장에 진입하기 전 벽면에 쓰인 이 글귀는 오늘날 첨단 기술 사회에 대한 비평적 견해를 전한다. 글귀가 적힌 벽면 앞에서 관객들은 3D 안경을 쓰고 미래 도시를 탐험하게 되는데, 가상현실은 놀라운 기술적 재현으로 현재를 투영할 뿐이다. 첨단 기술에 갇힌 사회,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뒤로 돌아갈 수도 없다. 신체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스마트 폰마냥 첨단 기술은 현재의 시간 속에 있다. 테크놀로지가 선도할 줄 알았던 미래 도시에 대한 전망은 기술을 사용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불투명해진 모습이다. 첨단 기술을 몸에 착용한 우리는 여전히 어떠한 미래가 다가올지 예측할 수 없다. 점점 더 확실해지는 것은 도시 성장이 초래한 불평등 문제와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 이민자와 난민 문제, 슬럼 등 도시 문제의 증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비엔날레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도시 성장에서 소외된 지역과 도시 개발에서 추방된 로컬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건축 디자인을 통해 지지하고 경제적으로도 지속가능한 모델을 제안하는 것이다.
심소미는 독립 큐레이터이며 미술과 도시 관련 비평을 쓰고 있다. ‘신지도제작자’(2015), ‘모바일홈 프로젝트’(2014) 등 현대 미술과 도시 연구를 매개한 전시 기획을 해왔으며, 도시 개입 프로젝트 ‘마이크로시티랩’(2016)을 선보일 예정이다. 2016년 난 난지창작스튜디오 연구자 레지던시에 입주해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