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성곡미술관은 주변에 보이는 고층 아파트만 아니라면 시내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을 잠시나마 잊게 한다. 한때 신정아와 함께 사회면을 요란하게 장식했던 미술관이지만, 이제는 시간이 흘러 예전의 여유와 정취를 되찾은 듯하다. 미술관처럼 보이지 않는 미술관, 조각 전시 공간이라기보다는 뒷산자락에 가까운 풍모는 “공간 공감”의 의도에 걸맞은 대상지라는 확신을 첫눈에 주지는 않았다. 넉넉히 천 평 정도 되어 보이는 완만한 사면에는 산책로, 조각작품, 오래된 나무, 그리고 두 동의 카페가 자리를 잡고 있는데,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썰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잠깐의 검색과 조사를 통해, 이곳이 쌍용그룹 창업자인 성곡 김성곤 선생의 자택이 있던 자리였고, 외국인전용 임대 빌라로 신축되어 사용되다가 1995년 성곡 미술문화재단에 의해 미술관으로 개조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술관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당연했고, 이 사실을 통해 과거의 주택 후원이 조각 정원으로 변모한 것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느린 산보를 마친 후, 세 가지 관점에서 성곡미술관 외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 번째는 조각 정원으로서의 가치다. 외부 공간의 크기와 조각의 밀도는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지만, 조각의 배치와 구성 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스케일 측면에서 주변의 경관과 어울리는 조각이 아니거나, 개별 조각이 각각의 전시 영역을 구축하지 못하고 다른 조각의 이미지와 혼재되어 보이는 서투름이 쉽게 감지되었다. 심지어는 관람 위치를 고려하지 않고 조각품이 엉뚱하게 자리를 잡은 경우도 있었다. 지피류와 관목류가 다소 산만하게 식재되어 있어서 조각으로 집중되어야 할 시선이 방해 받기도 하였다. 처음부터 정교하게 조각 정원을 기획한 것이 아닌 듯하였고, 조각 정원으로서의 공간 디자인적 가치도 높지 않아 보였다.
두 번째 관점은 오래된 정원으로서의 가치다. 정확한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지만, 전술한 대로 이곳은 성곡 선생 자택의 후원이었다.
정욱주는 이 연재를 위해 작은 모임을 구성하였다. 글쓴이 외에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랜드스케이프 디자인 스튜디오 knl의 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시립대학교의 김아연 교수 등 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하였고,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