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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태평양 커뮤니티 디자인 네트워크
타이완에서 제9차 컨퍼런스 개최
  • 장진
  • 환경과조경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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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PRCDN 컨퍼런스 단체사진 ⓒhttps://www.facebook.com/pacrimnet

 

2014년 3월 타이완에서 개최된 제9회 PRCDNPacific Rim Community Design Network1에는 미국, 캐나다, 홍콩 등 환태평양 지역 여러 국가에서 참여형 커뮤니티 디자인 및 계획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계획가, 디자이너, 활동가 등 수백여 명이 참여하였다.

컨퍼런스는 3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진행되었는데, 참가자가 사전에 관심이 있는 네 개 주제의 워크숍 중 하나를 선택한 후 동일한 워크숍 참가자 그룹이 한 팀이 되어 담당 코디네이터들과 3일(14~16일)동안 현장 방문, 워크숍, 발표, 토론을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필자는 워크숍 2(New ruralism experiments)에 참가하였는데 체험 프로그램과 발표, 토론 시간이 꽤 다양하고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과 경험과 생각을 상세히 공유할 수 있었다. 이후 17~18일에는 국립타이완대학교 국제컨퍼런스홀에서 참여자가 모두 모여 빅 테이블Big Table 행사를 진행했다. 각 그룹별로 참여자 전체가 3일간 함께 토론한 주제에 대해 발표하여 다른 그룹의 내용을 서로 공유할 수 있었다. 이밖에 기조강연, 포스터 전시, 각종 부대 행사가 함께 펼쳐졌다.

컨퍼런스는 “매력적인 풀뿌리: 사회 정의와 생물다양성”이라는 주제와 네 가지 세부 주제를 바탕으로 한 워크숍으로 진행되었다.


Workshop 2의 주제, 새로운 농촌주의

필자가 참여했던 워크숍 2의 주제는 “새로운 농촌주의 실험들New ruralism experiments”이었다. 그룹의 대표인 쉥린창Shenglin Chang 교수는 뉴 어바니즘New Urbanism으로 불리는 정책보다는 오히려 지역을 보존하고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과 같은 일련의 사회문화적인 변화는 뉴루럴리즘New ruralism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도시농업, 타이베이 시내의 해피 팜

타이완 타이베이 시에서는 개발 예정 부지나 임시적으로 비어있는 도로, 유휴공간, 옥상, 주차장 등 공공 오픈스페이스를 주민들이 창조적으로 개입하여 변화시키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리닝 스팟Greening spot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타이완대학교, NGO, 청년계획가, 전문가와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하여, 단순히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 지역과 주민들의 역사(삶)까지도 디자인에 포함시켰다. 예를 들어 언제든지 휴식 시간에 공원에 오면 잔디벤치에 누워 책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나, 서점의 마크를 바닥면에 디자인하여 흥미를 유발한 점, 서점지도를 공원에 배치하여 공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지역을 홍보한 것,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식물 소재를 공원에서 직접 볼 수 있도록 식재한 것 등은 모두 마을에 독서 분위기가 퍼지길 바라는 주민의 요구가 구체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또한, 해피 팜Happy Farm에서의 농업 활동은 지역 주민에게 공동의 관심사를 제공하였고, 지역 주민들이 여가 시간을 이용하여 모일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 지역 사회가 소통하고, 세대가 소통하고 있었다.


URSUrban Regeneration Stations = YOURS

도시 재생과 문화적 창의성, 지역성이 결합된 URS 공간은 타이베이 시내에 총 7곳이 조성되어 있다. 타이베이 시의 UROUrban Regeneration Office에서 2010년에 URS 계획을 수립한 뒤 공간을 제공하였고, 2012년에 URS의 효율성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URS 파트너 계획을 세워 시민, 전문가, 민간 단체 등이 도시 재생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건축물이 밀집된 타이베이 구도심의 건조 식품, 중의학 약초, 섬유 판매상 등이 몰려있는 상업 공간에 문화·예술 관련 상점들이 유입되고 있는 과정에서 URS는 그 거점이 되고 있다. URS 공간은 현존하는 지역의 역사적 산업인 중의학 약재, 건조 식품, 패브릭 상점 등을 함께 운영하기도 하고, 디자인·건축·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젊은 창작자, 지역 주민들을 위한 오픈스페이스, 문화·생활공간(도서관, 갤러리, 스튜디오, 극장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 URS 27은 상업 지역의 폐선 부지로, 현재는 개발 전까지 다양한 주제로 전시 공간 연출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도시농업을 주제로 건축자재를 재활용하여 만든 ‘타이베이 그린팩토리’ 파빌리온을 전시하고 있었다.


블루 맥파이 티애그리컬처, 핑린

핑린Pinglin은 타이베이 시내에서 2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작은 농촌 마을이다. 차 산업이 쇠퇴하자 지역 주민과 전문가들은 지역 산업과 경제를 살리고자 블루 맥파이 티애그리컬처Blue Magpie TEAgricultur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블루 맥파이는 이 지역에 자생하는 새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지속가능한 지역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품 디자인, 마케팅, 지역투어, 장기 계획 수립, 자원 활동 계획, 지역 차 농사에 대한 직업 훈련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산업화하고 있다. 또한 방문객을 대상으로 DIY 방식의 차 만들기, 마을을 돌며 차 상점에서 스탬프 받기 등 지역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역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연구자들이 단순히 컨설턴트 입장에서 제안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생들이 지역에 직접 들어가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연구한 결과를 하나의 모델(예를 들어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만들어낸 점이다. 여기에서 생산된 차는 인근 시내의 카페들과 연계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 사례지로 ‘두 티Do Tea’ 카페를 방문하였는데, 이곳은 전통적인 차를 주재료로 한 음료를 판매하면서 현대적인 문화(브레이크댄스, 레게 댄스 등의 무료 강습)를 결합시켜 이색적인 복합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마치며

도시는 신자유주의 물결이 가져온 전반적인 사회 가치와 도시개발 패러다임의 변환 속에서 양적 추구에서 질적 추구로, 문제 해결형에서 구조 개편형으로, 생산 기반 중시에서 생활 환경 중시로 변화하고 있다. 이번 답사에서 도시 재생 및 관리 측면에서 지역 환경을 개선하는 다양한 참여형 커뮤니티 디자인 사례, 신 농촌주의 관점에서 도시와 농촌의 경계를 허물고 전통과 현대의 문화·예술을 결합한 사례 등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사회적인 움직임들이 곧 도시를 더욱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주고,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리라 생각된다.



장진은 동국대학교 대학원 바이오환경과학과 석박사통합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생태계서비스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초등학교 내 체험학습용 스쿨팜 연구”를 3년간 수행하며 『초등교과 연계형 학교텃밭 프로그램 운영 매뉴얼』과 『스쿨팜 매뉴얼』을 발간하였고, 서울시의 “서울시 도시농업 마스터플랜 연구”, “학교폭력 대처를 위한 도시농업 활용 연구” 등 도시농업 분야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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