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일 우리의 전통적 농업 자원이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지정되었다. 이번에 지정된 농업유산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정하는 국가중요농어업유산 제 1, 2호(2013년 1월 지정)인 ‘청산도 구들장논’과 ‘제주밭담’이다. 이는 우리 농업 자원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것과 동시에 사라져가는 전통적 농업 시스템, 전통적 농촌 생활 시스템 및 생물다양성 등을 제대로 계승·보전해야 한다는 시급성을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농업유산이란?
농업유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다른 점은, 그 대상이 보전되고 있고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농어업 활동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경관 측면과 더불어 그 공간에서 농어업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고, 다양한 생물이 존재함은 물론 오랫동안 이어져온 전통 문화 시스템이 있다는 점이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이란?
세계중요농업유산Globally Important Agricultural Heritage Systems, GIAHS은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2002년에 창설한 제도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열망과 환경과의 동반 적응을 통해 진화되어온 생물다양성이 잘 유지되고 있는 토지이용 시스템과 경관’으로 정의 된다. 즉 차세대에 계승해야 할 세계적으로 중요한 농업 시스템이나 생물다양성, 경관 등을 가진 농업 유산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과는 개념적으로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문화적 경관의 개념에 농업활동으로 형성된 토지이용시스템과 생물다양성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정 기준과 지역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정 기준은 첫째 식량·생계수단의 확보 및 건강과 영양, 둘째 생물다양성 및 다양한 유전자 자원의 보전, 셋째 전통적 지식 체계와 농업 기술의 계승, 넷째 농업 문화의 문화적 다양성, 다섯째 경관적 다양성과 미적 가치 등 총 5개로 나뉜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은 이번에 지정된 한국 농업 유산과 더불어 현재까지 27곳이 지정되었고, 지정 현황 분포를 보면 아시아 지역 19곳(한국 2, 중국 8, 일본 5, 필리핀 1, 인도 3), 아프리카 지역 6곳(알제리 1, 케냐 1, 모로코 1, 탄자니아 2, 튀니지 1), 남미 지역 2곳(칠레 1, 페루 1)이다.
한국의 세계중요농업유산, 청산도 구들장논과 제주 밭담
청산도 구들장논은 농사에 필요한 토지가 부족한 구릉지에 인공적으로 경작지를 조성하면서 만들어졌다. 계단식 논의 형태에 구들을 놓아 석축을 쌓고 흙을 다져만든 논으로, 상부의 논에서 집수된 물을 수로를 통하여 하부의 논으로 배수함으로써 농업 용수를 효율적으로 이용 가능한 형태(연속 관개 구조)이다. 이 밖에 논주변에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며 얕은 토심에 적합한 농기구, 현재까지도 이어져 오는 전통 사상 등이 있다.
1천 년의 역사를 가진 제주도 밭담은 총 길이 22,108km에 달하며 개간과 농업 활동 속에서 캐낸 돌(현무암)을 이용하여 바람과 토양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담이다. 바람이 많은 제주의 불리한 농업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독특한 농업 시스템으로 작물 보호는 물론, 토양과 씨앗의 비산 방지, 우마들의 농경지 침입 방지 및 소유지의 구획을 표시하며 이 돌담을 통하여 척박한 자연 환경과 맞서 싸운 제주도민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향후 다양한 농업 유산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농업 유산을 어떻게 보전하고 계승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시에 비해 등한시되고 있는 농업·농촌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