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 툴롱Toulon 인근에 400에이커 넓이의 포도밭이 있다. 이 포도밭은 라장 강River L’rgens에 의해 둘로 나뉘어 있다. 농장에 속한 건물과 주택은 부지 관리인의 거처와 가까이 붙어있지만, 반대편으로 이동하려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강을 건너 이동한다고 해도 차로 약 2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농장주는 보행자와 사륜 오토바이가 다닐 수 있는 저비용의 가벼운 다리 건설을 의뢰했다.
수작업으로 진행된 다리 설치
대상지는 대형 차량의 접근이 불가능해 다리를 만드는 데 크레인을 이용할 수 없다. 이에 수작업으로 부품을 하나씩 조립해 다리를 건설할 수 있는 케이블 현수교cable-suspension bridge가 도입되었다.
수작업으로 다리를 세워야 한다는 점이 설계 과정 내내 주된 고려 사항이었다. 15개의 부품 및 지지 케이블은 제작된 상태로 현장으로 운송되었으며, 강물 위에 설치된 오버헤드 짚 와이어overhead zip wire로 개별 부품들을 북쪽 둑으로 옮기고 남쪽 둑을 향해 이동하면서 설치가 이루어졌다.
이곳은 강둑 자체가 그리 단단하지 않은 충적토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행히 남쪽 둑은 석회암 노두로 이루어져 있어 이를 활용해 다리를 설치할 수 있었다. 단단하지 않은 충적토에 가해지는 압력을 견뎌낼 수 있도록 스쿠프scoop 토대가 활용되었으며, 상대적으로 단단한 남쪽 둑의 암석 노두 위에 마스트mast를 설치하고 케이블을 연결했다. 마스트는 텔레핸들러telehandler를 이용해 설치했으며, 케이블은 수작업을 통해 강 양편으로 당겼다. 케이블의 장력을 견뎌낼 수 있도록 콘크리트 토대는 둑보다 훨씬 아래쪽에 배치했다.
다리가 위치한 지점은 보의 하류에 해당하는 지역으로서 간헐적으로 많은 양의 물이 방류되어 흘러가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지점의 강물은 예측이 쉽지 않으며, 범람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그러므로 다리 가운데 부분을 위로 살짝 올라오게 함으로써 범람 시 물속의 파편으로 인한 교량의 훼손 가능성을 낮추고자 하였다.
다목적 구조 및 디자인
다리는 총 길이 28m로 무게나 느낌은 비교적 가벼운 편이다. 이용자 및 사륜 오토바이에 의해 발생하는 상당한 정도의 점하중 굴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량의 데크 및 수직 난간이 하중을 균일하게 분산시켜야 했다. 때문에 수직 난간 사이에 철근을 격자로 배치했고, 이를 통해 난간 손잡이를 하나로 연결해 보행로가 일종의 트러스가 될 수 있도록 했다.
다리에 활용된 대부분의 구성품들은 복수의 구조와 디자인적 목표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수직으로 배치한 난간의 경우 기둥의 역할을 맡고 있으며, 손잡이와 마룻장은 하중을 분산시키는 전체 구조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수직 난간들 사이의 빈 공간을 개방형 그물 구조로 채움으로써 교량의 데크 및 손잡이를 트러스로 활용해 교량에 가해지는 하중이 분산되도록 했다. 2톤 이하의 강철이 사용되었고 마룻장에는 약 1톤의 목재가 사용되었다.
다리 설치의 전 과정은 1주일 안에 모두 끝났다. 프로젝트에는 아주 적은 비용이 소요되었으며, 총 비용은 약 7만 파운드로 추산된다. 의뢰인은 애초의 기대 수준을 뛰어넘는 다리 설계에 매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