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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캔버스가 되다
앱솔루트의 시티 캔버스 프로젝트
  • 조한결
  • 환경과조경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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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쑥 벽화로 시원하고 아름답게 바뀐 이태원의 담벼락 ⓒMAG PR & Image, 페르노리카 코리아 앱솔루트

 

“아름답게 세상을 입히는 삶, 관심 있게 잘 감상했습니다. 정말 감동이네요.”

“숨 쉴 수 있는 도시를 만들었군요.”

“이면지 도시에 젊음이 색을 입혔네요. 그들의 열린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앱솔루트Absolut의 2분 40초짜리 광고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www.citycanvas.kr). 지난 6월 13일에 업로드 된 앱솔루트의 시티 캔버스City Canvas 광고는 현재 35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 앱솔루트 페이스북 페이지의 시티 캔버스 게시물에는 2만 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고 천 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시티 캔버스 프로젝트로 새롭게 변신한 골목길은 블로거 사이에서 새로운 출사出寫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보드카 브랜드 앱솔루트는 브랜드 정신인 ‘트랜스폼투데이Transform Today’를 모토로 한 문화, 예술 프로젝트를 전 세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시티 캔버스는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서울 도심을 캔버스삼아 젊은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거리를 예술적으로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40명의 젊은 아티스트들은 가회동, 문래동, 성수동, 이태원, 홍대 등 서울 시내 주요 장소 5곳을 선정해 5월 2일부터 18일에 걸쳐 완성했으며 완성작은 6월 16일에 공식적으로 공개되었다. 공사장 가벽, 철공단지의 골목길, 주택가의 외벽, 지하철 교각 등 도시의 미관을 해치거나 무심코 지나칠만한 평범한 공간이 예술가의 손에서 생동감 넘치는 장소로 재탄생했다. 특히 공공을 위한 예술 사업을 정부나 사회단체가 아니라 민간 기업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앱솔루트의 프로젝트는 사람들의 호응을 샀다.


골목은 마케팅 시험장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티 캔버스 프로젝트에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한 누리꾼은 “마케팅의 이름으로 도시에 마구잡이 그림을 그리는 이런 마케팅 행위는 매우 폭력적이라 생각한다. 골목은 마케팅 시험장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남겼고, 다른 누리꾼은 “공공 영역에서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참여가 아름답지만 적어도 지역 마을의 담장은 그 마을에 사는 아이들이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존과 관리가 중요하다. 상업적이라 아쉽다” 등의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시티 캔버스 프로젝트를 비롯한 이른바 ‘벽화 마을’ 사업은 2006년 경남 통영시 동피랑 마을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철거가 계획되었던 낡은 마을 골목길과 담벼락이 벽화로 꾸며지면서 동피랑 마을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관광 코스로 떠올랐고 철거 계획도 철회되었다. 동피랑 마을이 ‘도시재생’과 ‘공공 미술’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자 서울 삼청동 벽화골목, 부산 감천동 벽화마을 등 전국적으로 100여 곳이 넘는 마을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골목환경 개선’을 기치로 조성됐다. 하지만 지역 주민과의 소통 부재, 지역성에 대한 고려 부족, 관리 소홀 등으로 인해 예술이 아닌 ‘흉물’로 전락한 곳도 적지 않다. 


진정한 ‘트랜스폼 투데이’ 될까?

시티 캔버스 프로젝트에 의해 새롭게 바뀐 모습을 기대하고, 또 한편으로는 걱정하면서 직접 프로젝트 대상지를 방문했다. 과도하게 알록달록한 페인팅이 오히려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지는 않을까 우려했던 나의 걱정과는 달리 세련된 색채와 디자인이 눈을 사로잡았다. 주변의 상가나 주택과의 분위기를 고려한 설치 작품과 벽화는 주변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시티캔버스는 대상지에 대한 이해와 고려를 바탕으로 작업이 진행됐다. 수제화 타운이 형성되어 있는 성수동에는 위트 있는 신발 그림이, 문래동의 노쇠한 철공단지에는 기계 부품을 소재로 한 컬러풀한 벽화가 그려졌으며, 주점과 바가 많이 들어선 홍대의 한 빌딩은 보드카 모양의 설치 작품으로 장식했다. “언제 이런 것이 생겼어”하면서 신기해하는 젊은 커플들, “큐트cute!”를 외치며 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 등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았다.

앱솔루트의 시티 캔버스 프로젝트는 ‘트랜스폼 투데이’라는 브랜드 정신처럼 일단 ‘오늘’을 변화시키는 데는 성공한 듯하다. 하지만 ‘오늘’이라는 단어는 어렵다. ‘오늘’이 과거형으로 지나가버리지 않고 지속적인 현재 진행형이 되기 위해서는 이 프로젝트가 일회성의 환경 미화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미래를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시티 캔버스 프로젝트 관계자에게 작품의 관리는 어떻게 할 예정인지, 작품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이 있는지 등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칠이 벗겨진 벽화 작품을 보수하는 계획이 잡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이상의 구체적인 답변은 이어지지 않았다. 진정한 ‘트랜스폼 투데이’가 되기 위해서는 예술가의 작품들이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거리의 흉물로 전락하거나 변화하는 거리의 모습에 뒤쳐져 이질적인 공간이 되지 않도록 공공 미술의 새로운 ‘내일’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시티 캔버스 프로젝트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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