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3가지 장소성을 이번 프로젝트의 개념으로 제안한다. 그 첫 번째는 ‘기념적 장소’다. 과거 천주교 신자 처형의 역사를 승화하여, 복잡한 서울에서 뚜렷이 드러날 수 있는 단순 명료한 기념 장소를 제시하고자 한다(기억과 계승, 단순성).
두 번째는 ‘역동적 장소’다. 종교적 경건성과 역사적 기념성의 조화를 이룰 뿐만 아니라, 일상을 영위하는 시민의 실질적 휴식 공간으로서, 풍요롭고 역동적인 공공의 문화 체험 장소로 만들어가고자 한다(문화 퍼포먼스와 휴식).
마지막은 ‘개방적 장소’의 개념이다. 이 기념 공원이 역사를 추억하는 물리적 오브제로만 조성되기보다, 그 희생의 가치를 재해석하고 거기서 비롯되는 자유의 정신을 미래로 열어가는 소통의 장소로 만들고자 한다(소통과 전파).
2개의 축을 설정하고 대지를 4개의 크고 작은 광장으로 분할했다. 약현성당에서 중앙일보 사옥을 연결하는 동서 축과 숭례문과 충정로 지역을 잇는 남북의 두 축을 십자로 교차시켜 기념 광장과 현양탑 마당, 리사이 클링 광장, 잔디 광장으로 공간을 나누었다.
이 기념 공원 계획은 개인의 경건한 종교적 경험을 고조시킬 뿐 아니라, 역사적 기억과 더불어 우리 사회가 갖는 다양한 공공의 가치를 획득하고자 한다. 새롭게 제시되는 ‘44 순교 성인 기념 공원’은 복잡한 도심에서 작고도 낮게, 그러나 지반에 깊이 박혀 마치 사리탑과 도 같은 순교의 표석으로 드러난다. 성聖과 속俗, 희생과 자유, 과거와 현재, 열림과 닫힘의 대립이 가로 세로로 만나 화해하는 듯한 십자가 형상은 나지막이 대지를 관통하며 온누리에 펼쳐진다.